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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주변화되는 이유
많은 경우 임신과 출산, 양육은 여성들의 노동권을 위협하는 문제가 되고 있다. 이것이 여성 한 개인만의 문제가 결코 아님에도 그 모든 짐이 여성들에게만 지워지면서 일도 하고 출산, 양육도 해야 하는 여성들은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아이도 낳고 싶고 동시에 성차별적 노동시장에서 버티기도 해야 하는 여성들. 그들은 그래서 “내 스스로의 경쟁력을 낮추지 않기 위해 출산휴가를 2개월만 사용”하기도 하고, “출산 후 3일 만에 업무에 복귀”하는 엄청난 “전투성”을 보이기도 한다.
민우회에서 일과 출산, 양육을 평등하고 조화롭게 만들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여성노동자들의 다양한 경험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제도뿐만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많은 변화들이 요구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문제제기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 사회에서 노동과 노동하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어떠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가에 대한 물음, 그것이 무엇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여성노동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 사회에는 “어떠한 사람이 바람직한 노동자이다”라는 암묵적인 정의가 있는 것 같다. 자신도 가정도 돌보지 않고 조직에만 충성하는 노동자, 회식자리에는 끝까지 남는 것이 절대 가치여서 다른 사람까지 붙잡는 노동자, 상사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예의바른 노동자, 언제나 일이 우선인 워커홀릭인 노동자가 바람직하다는 통념 말이다.
직장인 자녀를 위한 방과후 학교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은 내가 양육을 담당하는 날이어서 정시에 퇴근을 해야 하는데 그날 공교롭게도 회식이 잡힌다면, 혹은 부장님이 퇴근하지 않고 남아서 괜히 포트리스나 하고 있다면, 옆자리의 동료는 죽어라 키보드만 두드려대고 있다면, 나는 당당하고도 자연스럽게 정시에 퇴근하여 아이를 데리러 놀이방에 갈 수 있을까? 눈 딱 감고 그렇게 해도 욕먹지 않을 수 있을까?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내년에 승진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맞벌이 부부가 아니라면 이상적 노동자의 상에 맞춰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살림하고 아이 키우는 일을 도맡아 해 주는 전업주부가 있다면 말이다. 내가 나의 삶에서 가정이라는 한 조각을 챙기지 못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결국 이상적 노동자란 가정과 일터를 별개의 것으로 완전히 분리하고 가정이라는 소위 사적 영역(private sphere)을 전담하는 사람과, 또 일터라고 하는 소위 공적 영역(public sphere)을 전담하는 사람이 따로 있음을 전제하고 만들어진 통념인 것이다.
혹은 맞벌이 부부여도 가능한 방법이 있을지 모른다. 나보다 월급도 적고, 직장 오래 다닌다고 해도 승진할 가능성이라곤 손톱만큼도 없는 내 마누라가 매일매일 꼬박꼬박 정시에 퇴근해서 애 키우고 살림하면 되지 않겠는가? 어차피 사회는 살림이나 양육이란 남자보단 여자가 해야 될 일로 보니 말이다. 마누라는 그러다가 회사에서 눈 밖에 나고 조만간 해고가 되거나 영영 승진을 못하여 주변적 노동력이 되겠지만, 어차피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크기 어려운데 뭐가 다를 것이 있겠는가. 이처럼 이상적 노동자라는 상은 여성을 노동시장에서 주변화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니 이러한 이상적 노동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러한 이미지가 아무런 도전을 받지 않는다면 임신이나 출산으로 인해 보다 “전투적”으로 일할 수 없는 여성들, 양육을 위해 때로는 정시에 퇴근하기도 해야 하고 회식도 빠져야 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폄하는 사라지기 어려울 테니 말이다.
직장과 가정을 누구나 조화롭게 양립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리고 남성이든 여성이든 일과 가정 모두에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상적 노동자에 대한 문제제기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전제를 의심하는 노력, 그것이 필요하다. 김창연/일다 www.ildaro.com [노동환경 관련기사] ‘장시간 일해야 한다’는 통념을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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