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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돈벌이는 별로다. 물건을 많이 팔지도 않고, 많이 산다고 해도 손님을 설득하여 물건 몇 개는 내려놓게 하는 가게, 내일상회는 제로웨이스트 가게이다.  

 

▲ 대안물품을 소개하고 필요한 만큼 담아가는 제로웨이스트 가게 내일상회 내부   ©전진

 

처음부터 밝히자면, 내일상회는 가게를 표방한 작당모의 공간이다. 가게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사기 위한 장치이고, 쓰레기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일단 뭐라도 같이 해볼 수 있는 동료를 만날 확률이 높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문을 열었다. 나름 수익도 생기지만, 우리는 당당히 ‘보이는 화폐보다 보이지 않는 구조, 버려지는 비용을 줄이는 일을 한다’고 말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당겨본다.

 

제로웨이스트란 말 그대로 쓰레기를 제로(0)으로 만들자는 야심찬 선언이다. 너무 흔해서 감각되지 않던 쓰레기라는 존재를 좀 더 사회적 의제로 끌어내고, 사람들의 슬기로운 궁리의 한 존재로 무대 위에 올리는 일이다. 쓰레기로 물꼬를 터서 ‘일회용이 많은 사회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자연이든, 미생물이든 무엇이든 일회용으로 보고 쓰고 버려진다’는 이야기를 해보려는 것.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고금숙, 책 제목 차용). 3년 새에 전국에 많은 제로공간들이 생겼다.

 

쓰레기로 만난 사이

 

제로웨이스트 가게는 보통 일회용을 줄이려는 것이 기본이다. 일회용 비닐, 일회용 플라스틱 등의 포장 없이 물건을 소개하는 ‘무포장 가게’를 선언하고, 용기를 가져와 가루 세제나 열매 세제를 담아가는 리필샵 ‘채워가는 가게’가 되기도 한다. 우리의 선택 기준은 일회용 대신 다회용이 가능한 재질의 물건을 소개하는 것. 적어도 수백 번 되사용하다 재활용 가능하거나, 쓰레기로 버려졌을 때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찾아 강릉과 전국을 수소문한다.

 

정말 다양한 용도와 물건이 우리를 사로잡고, 호기심으로 이것저것 소개하고 적극 홍보를 시작하면 ‘우리 가게가 너무 잘 돼도 문제 아닌가’ 고민이 깊어진다. 홍보와 마케팅이 만나 소비를 촉진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감당할 수 없는 쓰레기가 많아진 건 소비가 많아서이고 구조적으로 폐자원을 순환하지 못해서이고, 화석연료와 석유산업이 플라스틱 생산으로 살며시 이동했기 때문인데, 우리가 소비자 운동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소비자의 부담감이나 역할을 강조하고 대안물품을 소개함으로써, 즉 소비로서 소비 문제를 풀어가는 뫼비우스의 띠에 갇히게 된 거 같은 답답함이 솟아난다.

 

▲ 지역 영화제 쓰레기를 수집 분리하고 있다.   ©지현탁

 

그래서 보통 다음 단계로, 지역에서 순환하는 구조를 이야기해보고자 쓰레기를 자원으로, 회수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우리 가게로 쓰레기를 가져오시면 자원이 됩니다.’ 여러 가지를 모으고 있다. 강릉에 ‘삼영제지’라는 종이 재활용 공장이 있어, 이곳에 보낼 멸균팩을 모으고 있고, 강릉 중앙시장에서 재사용되는 아이스팩을 모으고, 플라스틱 방앗간으로 보낼 음료 뚜껑이나 플리스틱 고리 등을 모으고 있다. 회수 자원의 기준은 우리 지역에서 사용하다 발생한 것으로, 우리 지역에서 순환가능한 품목으로 최대한 지역 순환 고리를 만들려고 고민한다. 하지만 참 어렵다.

 

전국의 제로웨이스트 가게, 리필 가게들과 함께 공동 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한다. 당연하게 포장되어 나오는 플라스틱 빨대나 숟가락, 포장용기 등을 거부하며 착실히 모아 다시 생산자에게 돌려보내며 ‘우리는 필요 없습니다’, ‘수거 시스템이 없다면 수거해서 보내드립니다’ 같은 메시지와 함께 전달한다. 함께의 힘이란 역시 대단해서 생산자에게 변화된 답변을 듣기도 한다. 그게 지역에서 함께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다음 걸음의 용기가 된다. 나 하나는 작지만, 이 점들이 모여 우리가 되고, 그게 작은 변화이자 균열을 내고 있구나 하는 위안과 자부심이 생긴다.

내일상회를 운영하는 사람, 찾는 사람

 

이쯤에서 다시 밝히자면 우리 손님의 90% 이상은 여성이다. 우리가 소개하는 물건이 대부분 일상, 주방, 욕실, 세탁실에서 사용하는 건데, 일상을 돌보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확연히 드러났다. 쓰레기라는 주인공이 무대에 올라가자 가장 먼저 감각하고 응답하는 존재들은 여성들이었다. 연령도 직업도 다양하다. 10대 청소년부터, 여행자, 양육자, 돌봄노동자, 단체 실무자, 같이 농사짓는 중년의 도시농부들, 영화 찍는 사람, 동네 할머니들까지.

 

우리 가게는 일상의 지속성으로 운영된다. 한두 번 행사용으로, 선물용으로, 대량으로 물건을 사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상을 꾸리면서 찾아오는 작지만 무수한 선택지 안에서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칫솔을 바꿀 때, 빨래를 할 때, 물을 마실 때 이런 사소한 순간들 앞에서 우리는 대게 질문하지 않고 몸에 익숙한 대로 선택한다. 내일상회에 찾아오는 이들은 사소한 순간들 앞에서 익숙한 대로 선택하지 않고, 지금 필요한 선택을 한다. 그 힘이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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