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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예멘 난민 549명(남성 504명, 여성 45명)이 제주를 찾아왔다. 낯선 존재들의 방문이 제주 사회를 두드린 거다. 그러자 이들을 경계하고 차별하며 구분 지으려는 이들이 목소리를 냈다. 예멘 난민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도 금세 퍼져나갔다. 하지만 모두가 낯선 존재를 꺼렸던 건 아니다. 환대의 마음으로 손을 내민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존할 방법을 찾아나섰다.

 

야스민은 예멘 난민들 중 한 명이었다. 얼마 안 되는 여성 중 한 명이기도 했다. 남성들의 수가 많았던 탓에 이 여성들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 여성을 위협하는 예멘 남성’이라는 난민 혐오 프레임에서도 예멘 여성들의 존재는 지워져 있었다. 이들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한국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 영화 〈섬이 없는 지도〉(김성은 | 2021 | 91min) 중에서 스틸 컷 (제공: 시네마달)

 

다큐멘터리 영화 〈섬이 없는 지도〉는 야스민이 든 카메라에 찍힌 제주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흔들리는 카메라에 담긴 화면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지만 점점 그 모습이 뚜렷해진다. 누군가가 야스민에게 카메라 작동법을 알려 주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후 카메라는 야스민이 누군가에게 전하는 메시지와 함께 제주 곳곳을 보여 준다. 제주를 떠나기 전 마지막 메시지라는 야스민의 말 속엔 슬픔도 느껴지지만 애정이 묻어난다.

 

야스민의 영상 편지로 시작한 영화는 제주에서 난민, 이주민과 연대하고 제주 난개발 반대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각기 다른 이유로 제주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하고자 하는 것들은 때때로 낯선 감정을 야기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다시 묻게 된다. 그건 정말 낯선 것일까?

 

흥미로운 영화 〈섬이 없는 지도〉를 만든 김성은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잠시 독일에 머물고 있는 그와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영화를 둘러싼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은 독일에 거주 중이지만, 원래 제주에 살고 있는 걸로 알아요. 전작 〈스물다섯번째 시간〉, 〈섬퀴어 복희〉도 제주가 배경이죠. 제주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2013년 3월부터죠. 전에도 여행으로 몇 번 방문한 적은 있지만 이땐 달랐거든요. 당시 독일에서 살며 한국 작가들이 활동하는 스튜디오에 참여하고 있었어요. 고등학교 1학년 이후로 해외에서 계속 살고 있었던지라 한국의 상황이 어떤지 잘 몰랐는데, 다른 작가들을 만나면서 알게 됐죠.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밀양 송전탑 사건,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반대농성 등의 이야기를 접했고, (해고자 복직을 위한) 희망버스의 존재도 알게 되었죠.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 이야기도요. ‘지금까지 이런 걸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었어요.

 

영화 〈섬이 없는 지도〉(김성은 | 2021 | 91min) 포스터  (제공: 시네마달)

 

그러면서 강정마을에 대한 정보를 찾다가 알자지라 방송에서 만든 다큐멘터리 「A Call Against Arms」(무기에 저항하는 외침)을 보게 됐어요. 마을 활동가가 구럼비에 누워 이야기하는 장면, 주민 분이 ‘이 길은 내가 매일 아침 해와 인사하러 가는 길인데 왜 막냐’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그걸 보면서 왠지 ‘강정 마을이 이 세상 희망의 보루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기가 지켜져야 세상이 망하지 않을 것 같다’, 꼭 가봐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제주에 갔는데, 3~4일 있으려고 했던 게 일주일이 되고 또 그게 한 달이 됐죠.(웃음) 다시 독일로 돌아와 전공도 영상인류학으로 바꾸고, 공부하면서 제주를 왔다 갔다 했어요. 그러다 2019년 제주로 이주하게 되었어요.

 

-영화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야스민의 영상 편지인데요. 야스민이 전하는 메시지에 신뢰와 사랑이 가득했어요. 야스민과는 어떻게 만나 우정을 쌓게 된 건가요?

 

독일과 제주를 오가며 공부하던 중, 2018년 여름 제주에 왔더니 제주가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더라고요. 강정마을에서 친구들로부터 예멘 난민 이야기를 들었죠. 그들이 예멘 난민들과 이런 저런 활동도 하고 있었고요. 제주 여성들과 예멘 여성들이 함께 차 마시는 모임에 가게 됐어요. 차를 마시며 서로의 문화에 대해 배우고 이야기도 듣는 시간이었죠.

 

야스민과는… 뭐랄까, 느낌이 되게 좋았어요. 야스민이 예멘에서 영어 교사였기 때문에 소통이 잘 된다는 점도 있긴 했지만 느낌이 정말 좋더라고요. 생각이 되게 깊고 감정도 충만했고요. 또 본인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한다는 점도, 다른 예멘 여성들과 조금 달랐어요. 자화상을 그리는 워크숍이 있었는데 야스민은 물음표를 그리더라고요. 본인이 처한 상황이나 본인의 이야기를 시적이고 추상적인 방식으로 소통하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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