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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되어야 할 노동> 동네 작가 지니야 _ 사자(김지연, 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
“동네 작가 지니야입니다. 회화를 기반으로 작업하고 있는데, 커뮤니티 친구들과 교류하다 보니 영역이 확장되어 공연도 하고, 글도 쓰고, 애니메이션도 만들고, 여러 가지 하고 있습니다.(웃음)”
▲ ‘마을활동 예술가’ 지니야가 <천장산 산신제>에서 사용할 깃발을 제작하고 있다. ©지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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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지니야는 극단 ‘이야기 상자’의 대표이자 유일한 단원이다. A부터 Z까지 혼자서 만드는 1인 창작자이면서, 미술 작가이기도 하고, 축제 기획자이기도 하고, 웹사이트 개발자이기도 하고, 성북 예술가 커뮤니티의 구성원이며, 성북동 주민이다. 이 모든 역할에서 본명인 김지희보다 지니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마을활동 예술가’라는 표현은 지니야가 하는 다양한 일을 예술창작과 마을활동으로 나눌 수 있어서 필자가 제안한 것이다.
“직업이 무엇인지 (하나로) 특정하기 힘들었는데, ‘마을활동 예술가’ 괜찮은 것 같아요.”
지니야는 종종 직업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고 말하지만, 자신이 ‘예술’ 안에서 ‘노동’하고 있다는 인식은 분명하다. 그래서 그의 ‘일’에 대한 이야기는 예술창작에서 시작해 마을활동 그리고 예술노동으로 흘러간다. 사실 그 세 가지는 지니야에게 있어서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하다.
“1인 수작업, 가내 수공업형” 창작활동
공연이나 전시, 애니메이션, 예술교육 워크숍 등 지니야의 작업물 형태는 다양하지만, 그 바탕을 이루고 있는 요소는 이야기와 회화이다. “글을 먼저 써야 나머지 작업도 진행할 수 있”다는 지니야는 기존의 신화나 이야기에 자신만의 허구를 더해 이야기를 잘 만들어 낸다. 선과 여백을 살리는 그의 그림과 함께 독특한 세계를 창조한다.
‘이야기 상자’는 그런 그가 잘 드러나는 작업이다. “1850년대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생기기 전, 그려진 그림을 돌려서 재미있게 움직이는 느낌으로, 연사가 나오고, 당시 엔터테인먼트 같은 사업”인 크랭키 박스(이야기 상자)를 아일랜드 여행에서 접하고 많은 영감을 받아, 그를 이용한 여러 작업을 하게 되었다.
“공연 만들면 재미있겠다 생각했어요. 작업하다 보니 그림이나 글이나 노래나, 한정되어 작업할 필요가 없고.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창작하기 쉽고 다채롭게 하게 되더라구요. 공동창작이 되기도 하고.”
그 자체로 미술작품인 이야기 상자는 나레이션이나 배우들의 연기가 더해져 공연이 되기도 하고, 작은 ‘이야기 상자 키트’로 만들어져 누구나 쉽게 창작할 수 있는 예술교육 워크숍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 '동네 친구'와 함께 <이야기 상자> 공연 중인 지니야 ©지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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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다양한 그림 작업을 하는데, 얼마 전 카페 엘마드레에서 개인전 <위대포의>(5월 30일~6월 12일)를 진행했다. ‘벼슬길에 오르기 전 누추한 차림’을 뜻하는 것으로, 신화를 담은 회화 작품 전시였다. 평소 공부했던 신화와 지난 2020년에 이어 올해 초부터 작업하고 있는 <천장산 산신제>의 연장선에 있는 작업이었다. 창작작업에 쏟는 시간의 안배를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것이다.
“시간 관리가 중요한데 잘 안 돼요. 당장 눈앞에 생기는 일을 하다 보면 창작작업을 할 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매번 하는 작업을 개별로 할 것이 아니라 길게 테마를 두고 그 요소를 구성하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어요.)”
지니야의 크고 작은 창작물들은 그가 구상하고 있는 ‘도철 이야기’의 요소가 된다. 도철은 중국 신화에 나오는 용의 아들인데, 지니야가 쓰고 있는 소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렇게 만들어진 <마법돌 잡화점>(2020)과 <뒷목잡신의 장난>(2021)은 퍼포먼스를 곁들인 전시이면서 도철의 모험 여정 중 한 에피소드가 되었다.
글(이야기)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소품을 만들기도 하고, 공연을 할 때에는 연출과 배우의 몫을 하기도 한다. 더러는 다른 작업자의 손을 빌리지만 대부분의 과정은 지니야가 손수 진행한다. 특히 크고 긴 두루마리나 벽체 등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오랜 시간 공들여 해야 하는 작업이다. 스스로 “1인 수작업, 가내 수공업형”이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예술가의 노동, 예술의 공공성
사업자등록이 되어있는 사업체(극단)와 생산기술을 갖추고 있으니 따지고 보면 사장인 셈이지만, 지니야는 계속 일하지 않으면 먹고살 수 없는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예술을 지금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떤 방식으로 예술에 대한 생각을 이어갈 수 있겠는가?” 묻는 그는 “모든 예술가를 노동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인다. 큰 자본이 움직이는 제작 시스템으로 그림을 생산해내는 팝 아티스트와 자신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엄청, (고가의) 파란 물감 뺏어갈까 봐 칼싸움을 그렇게 잘했다는 소문이 있는데(웃음). 자기를 노동자라고 생각 안 했을 것 같은 거죠. 제자들 데리고 사는 사장이죠.”
예술가 스스로의 정체성도 다를 테지만, 사회 안에서 예술이 의미하는 바도 다르다. 과거 특출한 예술가들은 권력자나 재력가의 후원을 받아 그들을 위한 창작을 했다. 작품은 후대에 길이 남아 현재 우리도 향유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특정 계층만이 향유할 수 있는, 소수를 위한 예술이었다. 하지만 현대에서 예술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특정 계층을 위해 생산, 유통되는 예술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예술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성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예술이 없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공공성을 강력하게 띤 예술 노동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거죠”
예술창작 작업을 예술가 개인의 필요와 성취의 관점이 아닌, 사회에 꼭 필요한 구성 요소로 이해하고 존속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을 공공재로 이해하는 시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을활동은 지니야에겐 당연한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예술가의 마을활동, 관계망과 안전망 만들기
지니야는 현재 ‘공유성북원탁회의’(공탁)라는 민관협치 네트워크를 통해 마을활동을 하고 있다. 성북문화재단과 함께 지역사회의 현안을 논의하고 문화 생태계를 고민하며 마을축제, 지역민과 교류 사업, 예술교육 사업 등을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예술가 입장에서 ‘협치’의 좋은 점은 마을 단위 사업의 기획부터 예산 조성과 편성, 실행까지 함께 논의하고 진행할 수 있고, “크고 작은 마을축제들을 계획하며 개인의 창작이나 동료들과 협업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능동적인 과정은 예술가 생존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공탁은 문화기획자, 마을 활동가, 지역 거주 예술가, 지역주민 등이 구성원인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네트워크”이다. “직함이나 존칭을 생략한 이름이나 별칭을 사용하고, 서로 ‘친구’라 칭하는 것은 평등한 의사 구조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설명한다. “어느 단체의 장이나 대표도 이곳에서는 개별 구성원”이다. 서로 “권력을 줄 생각은 없고, 권위는 인정해 줄 수 있는 관계면 훌륭”하다고 말한다. (계속...)
[전체 보기] ‘마을활동 예술가’로 생존하는 법 - 일다 - https://ildaro.com/9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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