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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찮은 그녀들의 이야기] 손 없는 색시
옛이야기에는 여성이 일생 동안 겪을 수 있는 가부장제 폭력의 수많은 사례가 있다. <손 없는 색시>는 부모로부터 끔찍한 학대를 겪고 살아남은 여성의 생존기다. 아버지가 딸의 손목을 작두로 댕강 자르는 대목에서는 몸이 오그라든다. 이렇게 피가 철철 흐르는 이야기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은 가족제도의 폭력성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잔혹한 이야기 속에는 세 명의 어머니가 있다.
<잇날에 한 사람이 딸을 하나 낳고 상처를 했는데... 재혼을 해논께 재혼한 오마이가 돌아와가지고, 그래 참 딸을 그래 몹시 부리먹어요.> (한국구비문학대계 1983년 대구 김음전의 이야기)
처음 등장하는 어머니는 주인공의 계모다. 옛이야기에서 계모는 생모가 아니라기보다 모성의 다른 면을 나타낼 때가 많다. 어머니는 체액인 젖을 주고, 똥오줌을 비롯한 가장 내밀한 몸의 비밀을 공유하는 최초의 타인이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의 첫사랑은 어머니를 향한다. 스스로 생존하지 못하는 아이는 온몸으로 ‘목숨을 걸고’ 사랑한다. 그런데 어머니는 아이만을 위해 준비된 사람이 아니며, 어머니 말고도 다양한 얼굴이 있다. 그녀는 가부장제 가족제도 안에서 모성을 구실로 양육과 보살핌을 떠맡아야 하는 약자며, 모성을 앞세워 가혹한 폭력을 휘두르는 괴물이 되기도 한다. 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인물을 옛이야기에서는 계모라고 한다.
양반 집 안주인인 어머니가 가부장에게 부여받은 책임과 권력은 딸에 대한 단속이다. 계급사회일수록 하층 계급의 여성은 성적으로 착취되고, 상층 여성은 성적으로 구속되기 마련이다. 양반의 딸은 남달리 돋보여도, 성적 매력을 어필해도 안 된다. 친족을 비롯한 주변의 성인 남성들과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면 진실이 어떻든 징벌감은 언제나 어린 여성의 몸이다. (심조원)
[기사 전체 보기] 새로 태어난 어머니는 ‘모성’에 갇히지 않는다 - 일다 - https://ildaro.com/9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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