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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찮은 그녀들의 이야기] 내 복에 산다
▶ 집에 관해 이야기되지 않았던 12가지! 『네가 좋은 집에 살면 좋겠어』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도 유난히 의사 표현을 똑 부러지게 하는 아이가 있다. <내 복에 산다>의 막내딸이 그런 아이다.
옛날에 정승집이 딸만 삼형제를 뒀는디. (...) 딸만 키워도 하두 이뻐서 큰 딸을 데려다가,
“아무것이야, 너 누구 복이루 먹구 사냐?” 하니께,
“아버지 복이루 먹구 살지유.”
“너는 됐다.” 가구 인저,
또 둘째딸을 불러다가 인제 그눔두,
“하이구, 아버지 복이루 먹구 살지유.”
그런게 인제 그눔두 됐다 그러구.
막내딸을 데려다,
“너 누구 복이루 먹구 사냐?”
“내 복이루 먹구 살지 누구 복이루 먹구 살어유!” 그라더랴.
그랑게 하두 괘씸해 가지구 (...) 엄마 아버지가 집이를 못 들어오게 쫓아내 버렸대유.
(한국구비문학대계 2018년 충남 계룡시 도중열의 이야기)
힘을 가진 자의 많은 질문이 그렇듯이 아버지는 딸의 생각을 물은 것이 아니다. 성장기의 딸에게 가부장의 지위와 가족 내부의 위계를 뚜렷이 못박아두고자 해본 소리다. 그런데 막내딸이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자의식을 드러내어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눈치껏 말 대접을 해야 할 자리에서 또박또박 말대답을 했으니 괘씸죄를 지은 셈인데, 딸이 쫓겨나기에 이르렀다니 갈등이 심각했던 모양이다. 이야기는 덤덤하게 흐르지만, 현실에서 이런 장면은 아래 글과 같이 폭력과 상처로 얼룩질 때가 많다.
그런데 나는 아버지한테 당하는 폭력에 일일이 대들었잖아. 내가 뭘 잘못했냐고, 잘못했더라도 왜 때리냐고. 그렇게 대들면 대든다고, 잘못했다고 안 한다고, 더 맞았지 난 잘못했다는 말이 죽어도 나오지를 않았어. 그 매를 다 맞으며, 때리는 아버지를 똑바로 쳐다보고 이를 갈았어. 그러면 아버지는 “어디다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가냐”며 더 심하게 때렸어. (...) 아버지의 그 눈빛을 지금도 기억해. 제 정신이 아닌 그 눈빛을. -<천당허고 지옥이 그만큼 칭하가 날라나?>(최현숙, 이매진, 2013)
지금까지도 가정폭력은 ‘집안 일’이고, ‘버릇을 고치는 것’은 가부장의 권리이자 책임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있다. 이는 당연히 가부장의 말일 뿐이다. 모든 폭력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지만, 아버지 소유의 ‘안전한 집안’에서 일어나는 ‘따끔한 훈육’에 대해 ‘딸린 식솔’들은 폭력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가부장의 난폭하거나 무례하거나 생각 없는 말과 행동은 ‘다 널 위해서 하는’ ‘아버지 덕’의 하나로 대접받기 일쑤다. 막내딸이 쫓겨나기를 무릅쓰면서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아버지 덕을 구성하는 폭력적 요소들이다... (심조원)
[기사 전체 보기] 딸들은 ‘배꼽 밑에 선 검은 줄’의 힘으로 살아왔다 - 일다 - https://ildaro.com/9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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