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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에콰도르 헌법재판소 판결로 변화의 물꼬 틀까

 

라틴아메리카의 임신중지 비범죄화 운동은 긴 역사가 있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International Safe Abortion Day)로 알려진 9월 28일은 1990년, 라틴아메리카-카리브 제국에서 전개된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위한 9월 28일 캠페인(Campaña 28 Septiembre)에서 유래한다. 오랫동안 이 지역 여성들과 페미니스트들은 투쟁을 해왔지만, 임신중지가 완전히 비범죄화된 나라는 매우 적고, 조건부로 ‘일부 임신중지를 허용’한 나라가 몇 개국 있는 정도다.

 

2017년 남미 에콰도르로 이주하여 현지 예술계와 소통하며 페미니즘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와마 카스미 씨가 최근 격렬해진 에콰도르의 ‘임신중지’에 관한 운동과 현황을 소개한다. (고주영 번역)

 

▲ 올해 1월 25일, 에콰도르 키토 국회 앞에서 열린 시위. 안데스 지역 선주민 페미니스트 그룹 여성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왼쪽은 “이것은 모든 사람을 위한 투쟁”, 오른쪽은 “우리 없이 우리에 대해 결정하지 말라”라고 적혀있다. (촬영: 이와마 카스미)

 

임신중지가 엄격하게 금지된 사회

 

가톨릭 인구가 많은 에콰도르는 임신중지가 엄격하게 금지된 국가 중 하나다. 1938년에 모체의 건강과 생명이 위험에 처했을 경우, 그리고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이 강간에 의해 임신한 경우라는 매우 제한적인 조건에서 임신중지를 허용했다.

 

원치 않는 출산을 해야 했던 여성들, 출산을 피하기 위해 위험한 임신중지를 감행하다 사망에 이른 여성 등 희생이 잇따랐고, 저항의 목소리가 제기되었으며, 사회적으로도 이 문제는 다각도에서 논의되어왔다.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요구하는 이들은 처음에는 권리의 관점으로 주장을 했지만, ‘여성의 인권’을 표방하는 것 정도로는 여론이 달라지지 않는 게 마치스타(machista, 남성중심주의) 사회다.

 

최근 몇 년간은 임신중지를 ‘공중위생’(public health)의 문제로 접근하는 논의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이 곤란할수록 임산부 사망률이 높은 점, 10대 여성의 임신이 이들의 건강과 교육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점, 경제적 취약층과 10대 여성의 임신에 관계성이 있는 점 등을 지적하며, 임신중지를 범죄화하는 것을 공중위생 관점에서 문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사회 전체에 영향을 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작년에 논의는 크게 변화한다. 2021년 4월 29일, 놀랍게도 에콰도르 헌법재판소가 논의 끝에 “강간에 의한 임신의 경우, 임신중지를 범죄로 취급하는 것은 인권침해이다”라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제한적인 상황에 대한 결정이긴 했지만 ‘인권침해’라고 명시함에 따라, 단박에 임신중지 비범죄화 논의에 순풍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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