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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앞에서 만나] 셀린 시아마 감독 영화 <톰보이>

 

지난 3월 11일 채널A에서 방영된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는 치마를 입기 좋아하는 지정성별 남성 아동이 나왔다. 오은영 박사님은 아빠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 남성성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유추했다. 그러면서 엄마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딸들은 톰보이가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방송이 나간 후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었다. 지극히 프로이드적인 해석이었고, 프로이드의 이론은 여성혐오적, 성별이분법적, 결정론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으므로 현세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아빠와 관계가 안 좋으면 화장하기 좋아하고 치마 입기 좋아하는 남아가 될 수 있고, 역으로 엄마와 관계가 안 좋으면 톰보이가 되는 것일까?

 

▲ 셀린 시아마 연출 영화 <톰보이> 중 미카엘/로레와 엄마가 마주보고 웃고 있다. 

 

셀린 시아마 감독의 영화 <톰보이>(Tomboy, 2011)에는 톰보이가 등장한다. 주인공 로레는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간다. 그곳에서 아이들과 어울리며 ‘미카엘’이라는 이름으로 남자아이인 척을 한다. ‘로레’와 ‘미카엘’ 중 그가 진정 무엇으로 불리길 원하는지 영화를 끝까지 보아도 단정지을 수 없기에 이하 톰보이로 칭하겠다.

 

<톰보이> 속 카메라는 인물들을 핸드헬드(handheld)로 끈질기게 따라간다. 오래도록 톰보이의 뒷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다른 역할들의 얼굴 또한 화면을 가득 채우게 잡는다. 클로즈업을 통해 관객은 인물의 감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미묘한 감정까지 온전히 받아들이게 된다. 톰보이는 계속해서 미묘하고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고, 관객 또한 여기서 멀찍이 바라볼 수만은 없다.

 

톰보이는 오은영 박사님의 말과는 반대로 엄마와 사이가 아주 좋다. 임신한 엄마를 대신해 동생과 놀아줄 줄 아는 든든한 존재다. 톰보이가 ‘미카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엄마는 톰보이를 크게 혼내지만, 그것이 문제가 되기 전까지는 평화롭다. 과연 여기서 문제는 무엇일까. 엄마와의 관계가 안 좋아서 톰보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톰보이를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엄마와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선후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신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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