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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중심의 서사가 아닌 ‘가해자의 자리를 묻다’
권윤덕 작가의 전작, 일본군 ‘위안부’였던 심달연 님의 이야기를 담아낸 『꽃할머니』의 마지막 장면에서 독자들은 두 여성의 응시를 마주하게 된다. 원래는 당시의 국제정세를 반영해서 이라크 여성만 그렸는데, 권윤덕은 베트남 여성을 그려 넣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종의 다짐”이었다고 말한다. 『꽃할머니』가 한국의 한 여성의 이야기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다짐이자, 지금도 곳곳에서 전시 성폭력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다짐.
“이 장면을 그리면서 『꽃할머니』가 미완의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꽃할머니』(2010) 출간 이후 베트남전쟁 전시 성폭력 피해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려던 당초의 계획은 여러 난관에 부딪혔다. 베트남전쟁 관련 그림책 작업은 10년이나 미뤄졌고, 결국 참전군인의 가해경험과 ‘전후’의 삶을 담아내는 작업으로 그 방향이 바뀌었다. 『꽃할머니』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베트남전쟁 당시 전시 성폭력에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서 읽었지만, 일본군 ‘위안부’ 증언과는 달리, 베트남전쟁과 관련해서는 피해여성들의 증언이 제대로 기록되거나 자료로서 축적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작업으로 이어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참전국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 전쟁이 가해 경험의 역사였기 때문에 참전군인의 이야기를 다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더욱이 권윤덕은 『나무도장』(2016)과 『씩스틴』(2019)이라는 전작들을 통해서 이미 ‘우리 안의 가해자성’에 대한 고민을 이어오고 있었다.
“『나무도장』과 『씩스틴』은 『용맹호』로 가는 징검다리 혹은 실마리였어요.
『나무도장』에서는 4.3 때 학살을 수행했던 외삼촌,
『씩스틴』에서는 일인칭 시점의 총, 결국 계엄군을 등장시켰어요.
이렇게 ‘가해자성’에 대한 고민이 이어져왔던 거죠.”
[기사 전체 보기] 피해 중심의 서사가 아닌 ‘가해자의 자리를 묻다’ - 일다 - https://ildaro.com/9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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