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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트폭력, 가스라이팅의 전모를 밝힌 책!

 

당신의 연애는 안전한가요

데이트 초기부터 헤어짐, 이별 후 과정까지 피해자의 눈으로 낱낱이 재해석하며, 데이트폭력이 일어나는 과정을 속 시원하게 보여주며 데이트폭력의 전모를 밝힌 책이다. 책의 전체 구성은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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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김지은입니다>와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보통의 노동자’를 꿈꿨던 두 여성이 있다. 한 명은 정부 부처의 단기간 행정 인턴부터 시작했다. “고난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 정규직이 된다고 했지만, 기약이 없는” 계약직의 세상이었다. “계약직에도 여러 계급이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대학원 공부를 하며 “계급을 약간 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단기 행정 인턴에서 기간제 근로자, 연구직을 거쳐 계약직 공무원이 되었다. 또 한번 재계약을 앞두고 있을 때 “한 선배로부터 선거 캠프에서 일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또 다른 한 명은 사기업에 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고, 합격했다. “서울시 관할 사업소에 발령을 받아 근무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5개월 즈음이 지났을 때 서울시청 인사과에서 사장 비서실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지원한 적도 없는 일이었지만, 이런 일도 있나 보다” 하고 면접을 봤다. 그리고 “다음다음 날 시장 비서실로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두 사람은 각각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 비서로 일하는 노동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노동의 과정에서 겪은 성폭력 피해를 고발한 사람이 되었다. 이후 무수한 2차 피해를 겪게 되었지만 결코 말하기를 멈추지 않은 두 사람, 김지은 그리고 김잔디(가명) 씨가 쓴 책 <김지은입니다>와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권력형 성범죄와 직장 내 성폭력이 반복되고 있고 이에 대한 이해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 책 <김지은입니다>(2020, 봄알람)와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2022, 천년의상상) 표지

 

묻고 따지지도 말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지만 김지은 씨와 김잔디 씨의 이야기엔 놀라울 정도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이들이 노동자로서 겪은 고충과 이들의 취약한 위치다.

 

안희정 대선 캠프에서 홍보 업무를 진행하며 ‘정치판’을 접한 김지은 씨는 일하는 능력보다도 평판을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을 미친 듯이 하는 아주 괴이한 존재”가 되어야 했다. 폐쇄적인 조직인 캠프 내에서 “의사결정은 수직적으로 이뤄졌고”, “종종 위법과 편법도 목격”했다. 문제 제기하려고 하거나 일 진행이 어렵다고 말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모르면 가만히 있어. 시키는 대로 해”였다. “노래방에 가 여자 후배에게 술을 따르게 하고, 머리나 뺨을 때리기도, 볼을 비비거나 껴안기도” 하는 성희롱과 폭력 앞에서도 “그냥 참으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불공정함을 바로잡고 약자를 보호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던 캠프 안은 “세상의 부정의와 불의를 함축”하고 있었다.

 

이후 수행비서라는 별정직 공무원으로 충남도청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첫’ 여성 수행비서라는 타이틀은 김지은 씨의 노동환경을 더 힘들게 했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사람들은 “냉랭한 시선과 말들”을 보냈다. “아가씨가 비서냐, 남자 상사를 모시는데 여자 수행비서라니, 스캔들 나겠다” 등의 말이 들려왔다. 동료의 성희롱을 참다 못해 사과를 요구하자 오히려 가해자가 화를 냈다. 다른 동료에게 이 일을 얘기했을 때도 “네가 예민한 것”이라며 “자꾸 문제를 제기하면 잘리는 건 너”라는 답만 돌아왔다. 주변인들은 “상대나 너 둘 중에 하나는 죽는다고 생각할 각오 아니면, 문제가 있어도 말하지 말고 참으라”며 “수행비서라면 응당 감수해야 하는 것이 있다”는 말만 할 뿐이었다.

 

과연 ‘수행비서로서 응당 감수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사우나, 미용, 마사지 등의 지사의 개인 일과 비용은 수행비서 개인 사비로, 지사 가족들의 비용도 수행비서가 부담해야 하므로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녀야” 했다. KTX 탈 때는 어떻게 해야 하며, 커피는 무엇을 얼마나 넣고, 빵은 어떤 빵만 먹으며, 우유는 또 어떤 우유를 먹는지 세세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또한 “지사의 여자 이야기를 절대 함구해야 하는 것으로 인수인계 메모에서도 삭제해야 하며, 보고 듣고 알아도 절대 비밀을 유지”해야 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지사의 ‘기분’을 맞추는 것이었다. 실수라도 절대 ‘기분’을 나쁘게 하면 안되었다. 지사의 문자 연락에 답이 늦으면 바로 ‘…’이라는 메시지가 날아왔는데 “무언의 질책이 담긴 불편한 심기의 표현”이었다.

 

▲ 책 <김지은입니다>에 실린 ‘도지사 수행비서 업무 매뉴얼’에 대한 설명 중

 

서울시장실에서 일했던 김잔디 씨가 겪은 일들도 이와 유사하다. 4년 동안 경험한 일들은 “생각할수록 납득이 가지 않는 업무와 환경”이었다. 김잔디 씨는 시장의 통풍약을 받으러 두세 달에 한번 병원에 가야했다. 전임자가 “병원 내부에서 처방전을 받아서 약을 타기까지의 동선을 그림이 그려지는 것처럼 세세하게 알려줄 만큼”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대리처방이 불법임에도 아무렇지 않게 반복되었고, “약사가 ‘시장님 딸이냐’고 물었을 때 심장이 쿵쾅거리며 긴장”한 건 김잔디 씨의 몫이었다.

 

“부모님을 위해 과일 한번 깎아본 일이 없는” 김잔디 씨는 시장실에서 수도 없이 과일을 깎았다. 21일 연속으로 시장실에서 도시락을 차린 적도 있었다. 식당에 주문하고 결제하고 픽업하고 차리고 치우기까지. 비서 두 명이서 ‘밥 차리기 노동’을 전담해야 했다. 또한 “시장이 일회용품 사용을 싫어한다는 이유로, 일회용기에 담긴 음식을 일반 식기에 옮겨 담아” 밥상을 차렸다. “시장의 명절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백화점을 돌며 식료품도 구매”한 일도 있었다.

 

초과근무, 야근, 과도한 책임과 장시간 노동

 

‘까라면 까’라는 식의 수직적인 직장문화, “신분과 계급이 존재하는 세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에서 김지은 씨는 “많게는 주 140시간, 통상 주 130여 시간”을 일했다. “기본 근무시간인 평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외 추과근무가 월 80시간을 넘었고, 100시간을 넘을 때”도 있었다. 아침은 지사의 일정보다 2시간 일찍 시작해야 했고, 일정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새벽 1시. 그리고도 다음 날 일정을 체크하는 등의 일을 해야 했다. “거의 자지 못하는 상황의 반복”이었다.

 

몸이 망가지는 상황이었지만 병가를 내거나 병원 진료를 받을 시간조차 없었다. 부모님의 큰 수술에도, 명절 연휴에도 가족 얼굴을 보며 편히 쉴 수 없었다. “지사의 업무 지시와 지사의 전화에서 착신 전환된 연락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김잔디 씨도 선거 시즌, “가족도 캠프 직원도 아님”에도 시장실에서 진행되는 “선거 캠프 주요 회의를, 각 지역위원회나 지지그룹 방문 일정을 근무 시간 외(꼭두새벽, 늦은 밤, 주말)에 지원”해야 했다. “최소한의 휴일도 보장되지 않는” 나날이었다.

 

시장/도지사라는 ‘높은 지위’의 사람을 수행해야 한다는 부담과 과도한 책임감이 작동하는 장시간 노동이었다. 이런 과로 상태에서 김지은 씨는 “혼란스러움과 무기력에 젖어있었다”고 밝힌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온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정신도 남아있지 않았다”고.

 

위력이 작동하는 공간에서 성폭력을 고발한다는 것

 

김지은 씨와 김잔디 씨가 놓여있던 노동 환경을 조금만 들여다 보면, 이들이 가해자인 도지사와 시장의 성폭력을 고발한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상식을 벗어나는 업무 지시에도 그저 묵묵히 따라야만 하고, 과도한 노동에도 침묵하며 모든 걸 참아내야 하는 공간, 견고한 위력이 작동하는 공간에서 ‘최상위’에 있는 자의 가해를 밝힌다는 것에 얼마나 큰 용기가 따르는 일인지 말이다.

 

두 사람 다 이 사건을 고발하기까지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 가해자는 “살아 있는 권력”이었다. 대선 후보로 거론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는 이들이었다. 겉으론 좋은 이미지만 쌓아온 전력도 있다. 사실을 말했다가는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의심’을 살 수도 있을 것이었다.

 

가까운 사람들, 가족들에게 털어놓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김지은 씨는 안희정의 성폭력을 최초로 고발한 생방송에 나가기 두 시간 전에야 어머니에게 연락을 했다. “엄마, 나 미투할거야. 내가 이야기를 안 하면 죽을 것 같아. 아빠 뉴스 보게 하지 마.”가 할 수 있는 말에 전부였다. 김잔디 씨가 처음 박원순의 성폭력을 고소하겠다고 했을 때 그의 아버지는 “소송을 시작하면 죽어버리겠다”며 완강하게 반대했고, 어머니는 “세상 여자 누구나 겪는 일이라며 묻고 넘어가자”고 했다. 이후 피해진술서를 보고 나선 고소에 동참해주었지만 말이다.

 

 
2020년 7월 8일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공동 주최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긴급 기자회견 모습.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는 목소리가 대독되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두 사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꿈 속에서도 나를 괴롭히는 박원순 시장”, “성폭력 이후에 ‘너도 미투 할거냐’고 묻는 안희정 도지사”에게서 벗어나야만 했다. 다른 누군가에게로 향할지도 모르는 이 일을 이제는 멈춰야만 했다.

 

마녀사냥에 굴하지 않고,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두 사람의 고발은 한국 사회를 들썩였다. 권력자의 추악한 이면에 분노하는 시민들도 많았지만, 피해자의 말을 믿지 못하거나 오히려 비방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가해자의 대다수 주변 인물들은 이 사건을 ‘다른 국면’으로 전환시키고자 피해자의 사적인 정보는 물론 가짜 뉴스까지 퍼트렸다. “조배죽”(조직을 배신하면 죽는다)을 건배사로 외치는 조직이 ‘배신자’를 다루는 방식은 살벌했다. ‘불륜’, ‘사적인 관계’ 등의 막말이 진실인 것마냥 포장되고, 믿었던 동료들의 외면도 이어졌다. 피해자를 향한 마녀사냥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뿐 아니다. 안희정 전 도지사가 유죄 판결 이후 수감 중에 모친상이 발생했을 때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의 유력 인사들이 조화를 보냈고, 박원순 전 시장의 장례는 5일간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졌다. 가해자를 옹호하는 주변인들 또한 여전히 주요한 위치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피해자를 압박하고 있다.

 

그런 상황이 무서워 김지은 씨와 김잔디 씨가 자취를 감춘 건 아니다. 두 사람은 일상으로의 회복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김잔디 씨는 “‘이 구역의 미친년은 나다’라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점을 찍을 줄 아는 지혜”를 발휘하며 일터로 복귀했다. 김지은 씨 또한 연대자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살아서 증명할 것”이라 말했다. 고통은 끝나지 않았고 어쩌면 싸움 또한 끝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계속 살아낼 것이라고.

 

이들의 용기와 호소가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도록, 노동자들의 안전한 일터와 노동권, 자기결정권, 생존권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  (박주연 기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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