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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방송에서 보고 싶은 여성 캐릭터와 서사 (상)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등학생 아들이 나눈 성에 관한 대화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

아들 성교육이 사회를 바꾼다 미투(#MeToo) 확산, 성평등한 성교육의 중요성 부각 초딩 아들, 영어보다 성교육! 미투(#MeToo) 운동이 사회 전반을 휩쓸고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그만큼 우리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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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꼽아보았을 때 빠질 수 없는 건 방송/미디어에서 여성캐릭터/여성서사의 약진이다. 그야말로 “잘봐, 언니들 싸움이다”였다.

 

Mnet의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 SBS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선 멋진 여성들, 그들의 우정과 삶, 도전과 리더십이 부각되면서 시청자들을 ‘과몰입’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많은 여성들이 설렘과 희망을 안고 댄스학원, 풋살장 등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또한 JTBC의 <내가 키운다>와 tvN의 <엄마는 아이돌>에선 육아의 현실과 ‘엄마’라는 존재를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다층적으로 보여줬다.

 

드라마 분야도 흥미로운 콘텐츠들이 많았다. tvN의 <마인>, JTBC의 <구경이>와 OTT 플랫폼인 티빙(Tving)의 <여고추리반>, <술꾼도시여자들>, 웨이브(Wavve)의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넷플릭스(Netflix)의 <마이네임> 등을 통해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했다.

 

▲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티빙 <여고추리반>, 티빙 <술꾼도시여자들>, 웨이브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넷플릭스 <마이네임>

 

미디어에서 다양해 지고 있는 여성 재현

 

방송 미디어에서 여성이 재현되는 방식은 분명 나아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여성’, ‘쎈 언니’, ‘여성서사’, ‘워맨스’ 등을 내세운 콘텐츠들이 늘어났고, 작년엔 특히 그런 흐름이 뚜렷해졌다.

 

도쿄 올림픽에서 여자 배구 팀과 여자 양궁 안산 선수의 활약 이후, 여자 선수들이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했고, 이후 8월말 첫 방송을 시작한 <스우파>의 흥행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믓찌다 믓찌다”를 외칠 수밖에 없는 ‘언니들’이 대거 등장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인 고현정, 문소리, 이영애, 전도연, 전지현 배우도 TV로 돌아왔다. 각각 드라마 JTBC <너를 닮은 사람>, MBC <미치지 않고서야>, JTBC <구경이>, JTBC <인간실격>, tvN<지리산>을 통해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캐릭터와 서사를 보여줬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 방송뿐 아니라 OTT 플랫폼 또한 자체 제작에 나서면서, 기존 방송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콘텐츠도 등장했다. 꽤 자극적인 폭력 장면이 등장하는 여성 주연 복수극(마이네임)이나 세 명의 여성이 여자친구들과 술을 주구장창 마시며 일상 생활을 헤쳐나가는 이야기(술꾼도시여자들), 여성 정치인이 마주하는 현실과 현 정치 상황을 매섭게 꼬집는 블랙코미디(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까지.

 

▲ JTBC 드라마 <알고 있지만>의 서지완(윤서아 분)과 윤솔(이호정 분) ©JTBC

 

또한 2021년은 신기할 정도로 여성 퀴어 서사가 많이 등장한 해기도 했다. tvN <마인>에서 김서형 배우가 연기한 정서현은 성소수자 정체성을 가진 주인공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관련 기사: ‘마인’…한국 드라마에서 성소수자 재현 어디까지 왔나 https://ildaro.com/9080) 요즘 대학생들의 연애이야기를 다룬 JTBC <알고 있지만>에선 친구였던 서지완(윤서아 분)와 윤솔(이호정 분)이 서로에 대한 로맨틱한 감정을 깨닫고 커플로 맺어지는 과정을 담아냈다.

 

tvN <갯마을 차차차>에선 이성애 삼각관계처럼 보였던 장영국(인교진 분), 유초희(홍지희 분), 여화정(이봉련 분)의 관계에서, 유초희가 좋아한 상대가 여화정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이 과정 속에서 유초희는 “너 한번만 더 이러면 네 오빠가 병원에 넣는다고 하지 않았냐”는 엄마의 말에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 게 어떻게 병이냐”고 말하며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혔다.

 

이외에도 tvN <더 로드: 1의 비극>에선 욕망과 성공을 위해 서로 이용하는 차서영(김혜은 분)과 권여진(백지원 분)이 내연 관계로 등장했다. 티빙의 <술꾼도시여자들>에선 담임 선생님인 강지구(정은지 분)을 좋아하게 된 고등학생 박세진(신지효 분)의 이야기가 나왔다.

 

인상적인 여성 캐릭터와 서사들 등장했지만, 한계도 뚜렷

 

이런 미디어의 변화는 현실의 여성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여성의 재현 방식과 여성 캐릭터의 다양화는 이걸로 충분할까, 혹은 미흡한가? 그 답을 찾아가기 위해 한국여성민우회, 장애여성공감,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전화 혹은 서면으로 진행되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팀 보라 활동가는 2021년 접할 수 있었던 드라마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구경이>를 꼽았다. 전직 경찰로, 지금은 방에서 게임만 하며 술을 생명수로 여기는 구경이(이영애 분)와 나쁜 놈만 골라 죽이는 케이(김혜준 분)의 대결,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관계를 그린 <구경이>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많은 여성들에게 쾌감을 선사하며 회자된 작품이었다.

 

 
JTBC 드라마 <구경이>의 구경이(이영애 분) ©JTBC

 

보라 활동가는 “<구경이>가 ‘사적복수’에 대해 고민할 거리를 던져줬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고 했다. “사실 사적복수는 한순간인데다 단순한 선악구도를 드러내는데 그쳐 공적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구경이>에선 케이가 어떤 멋있는 영웅처럼 그려지지 않는데다 “결국 케이의 사적복수가 무차별 살인으로 이어지고, 사적복수 또한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며 마무리”되었다.

 

또한 “구경이라는 캐릭터가 상처가 있는 인물임에도, 그 상처의 아픔을 억지로 극복하지 않고 좋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꽤 괜찮은 삶을 살아가는 엔딩을 보여줬다는 점”과 “의심 많고 이상한 구경이를 다른 누구도 아닌, 단아한 이미지의 이영애 배우가 연기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고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여성 퀴어 서사가 많이 등장했던 것에 대해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홀릭 활동가는 “성소수자 캐릭터가 많아진 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아쉬움도 있다”고 했다. <마인>에서 자신을 성소수자로 밝힌 정서현이 주인공으로 활약했고 해피엔딩을 맞이한 점은 의미가 있지만, “정서현 캐릭터는 너무 멋있게 그려져서 나와 접점을 느낄 수 없는 캐릭터였으며, <술꾼도시여자들>에서 청소년 퀴어인 세진 캐릭터가 결국 자살을 한다는 점도 문제적으로 느껴졌다”는 것.

 

홀릭 활동가는 “한국 방송이나 영화 등에서 성소수자 캐릭터는 너무 과장되어 현실에 없는 캐릭터로 등장하거나, 아니면 자살 혹은 비극으로 마무리하는 캐릭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알고 보니 성소수자였다…!’는 식으로 극 속에서 뒤통수를 때리는 서사로 쓰이는 등 반전의 요소이거나, 미스터리의 요소로만 쓰이는 점도 문제적”이라 짚었다. “성소수자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환상 혹은 상상할 수 없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던지기 때문”이다.

 

십대여성, 장애여성, 이주여성 재현은 제자리?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유경 활동가는 “여성서사 자체는 이전보다 많이 등장했다고 생각하지만, 여성 청소년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던 경우는 없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 tvN 드라마 <지리산>의 서이강(전지현 분)  ©tvN

 

장애여성공감 진은선 활동가 또한 “기억에 남는 장애여성 캐릭터는 특별히 없다”고 했다. 오히려 문제적인 재현이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로 <지리산>의 마지막 부분”을 꼽았다. 주인공인 서이강(전지현 분)은 지리산 국립공원 레인저로 나오는데 극 중에서 큰 부상을 당해 하반신 마비가 되어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하지만 마지막 회에서 서이강은 기적처럼 다시 걷게 된다. 서이강이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도 자신의 일을 이어나가고 극 중 큰 문제를 해결함에도, 결국 다시 걸을 수 있는 비장애인이 되는 설정은 한국 사회의 ‘정상성’ 중심 문화를 알 수 있게 하는 장면이었다.

 

진은선 활동가는 “장애극복이 극적인 반전의 요소로 쓰이는 지점에 대한 문제점”을 짚었다. “많은 장애와 질병은 치료가 가능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런 콘텐츠에서 ‘노력’하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여줌으로써 장애를 극복하지 않은 사람이 게으르고 무능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결국 장애가 극의 흐름을 위한 하나의 소재로 활용되고 도구화되는 방식은 문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며느리, 태국 며느리 등 가족 안의 위치와 역할로만 호명되는 이주여성의 재현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대표는 “2021년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주여성 캐릭터나 서사는 없다”며 “이주여성의 재현이 EBS <다문화 고부 열전>(외국인 며느리와 한국인 시어머니 간의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시리즈)을 넘어서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진단했다. 또한 “뛰어난 미모를 가진 이주여성만 부각되는 상황”도 여전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주연 기자)

 

※이어 (하)편에선 방송 미디어에서의 다양한 여성재현이 왜 중요한지, 2022년엔 어떤 여성 캐릭터와 이야기를 보고 싶은지에 관해 다룹니다.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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