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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기 노점상의 소득감소와 삶 그리고 대안” 논의돼

 

“가게로 가면 너무 힘들어요. 진짜 등짝이 쩍쩍 갈라지는 느낌이에요. 그렇게 하는 만큼 장사가 되고 돈이 들어오면 좋은데 너무 안 돼요. 장사 접어 치울까, 그냥 집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에요.”

 

서울에서 떡볶이 노점상을 하는 60대 여성 A씨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한 소득 감소를 겪고 있다. 1990년대 초반에 사업 부도를 겪고 이후 또 다시 IMF로 부도, 다양한 업종을 거치며 일을 해 온 A씨는 2019년부터 떡볶이 노점을 시작했다. 자리를 잡아가나 싶던 때 코로나19 전염병이 발발했고 몇 달 동안 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보기 어려울 지경이 되었다. 이제 월세 25만원을 내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먹는 것을 파는 노점상뿐만 아니다. 서울에서 액세서리를 파는 노점상 50대 여성 B씨 또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하루 매출로 교통비를 감당하기도 어려워졌다. 건강보험료 미납 이후 분할 납부를 신청했지만 이마저 다시 연체하게 되었다.

 

▲ 코로나19 시기 노점상의 소득 감소와 그로 인한 생계 곤란 문제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선 노점상에 대한 낙인과 부정적인 인식의 벽도 높다. (이미지 출처: Pixabay)

 

코로나 팬데믹 이후 노점상인들의 소득 상황이 안 좋아졌을 거라는 건 어려운 예측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정확히 어떤 삶을 살아내고 있는지 들여다 보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노점이라고 하면 ‘불법’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따라붙기 때문이다.

 

위의 두 사람의 사례는 지난 13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시기 노점상의 소득감소와 삶 그리고 대안> 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이다. 빈곤사회연대, 민주노점상전국연합, 한국도시연구소는 우리 사회에서 비가시화된 노점상의 삶과 노동을 들여다 보는 실태조사를 거쳐, 노점상을 둘러싼 정책과 사회문화적 인식의 틀을 바꾸기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폐업, 실업 등 노점상 시작의 주된 계기는 사회적 요인 커

 

한국도시연구소는 2021년 9월부터 두 달 동안 민주노점상전국연합과 전국노점상총연합에 가입한 노점상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총 106명이 응답했다. 이후 빈곤사회연대,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전국노점상총연합 활동가들이 직접 방문하여 면접조사도 진행했다.

 

조사에 참여한 노점상의 품목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건 먹거리(71%)였으며 공산품(20.8%), 기타(7.5%) 순이었다. 노점상을 운영하는 이의 성별은 여성이 50.9%, 남성이 49.1%였고 연령은 60대(37.7%), 50대(30.2%), 70대 이상(20.8%), 40대(8.5%), 39대 이하(2.8%) 순으로, 대체로 연령대가 높았다. 지자체의 허가를 얻은 노점은 19.8%, 미허가노점 80.2%이었다. 노점을 운영하는 인원은 1인(75.5%)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 빈곤사회연대, 민주노점상전국연합, 한국도시연구소가 공동 주관한 토론회 <코로나19 시기 노점상의 소득감소와 삶 그리고 대안> 현장 (https://youtu.be/B2g9wz4eH0c)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김준희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노점상인들이 이 일을 시작하게 된 주된 이유는 “사업실패와 실업’(62.3%), 장애·채무 등 개인 사정으로 일반 취업 어려움(42.5%)으로 꼽혔다”고 밝혔다.

 

심층면접에 참여한 인터뷰이 15명 중 13명도 “가족의 실업과 폐업이 노점상에 진입하게 된 계기”였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이들에게 무자본, 무경력 상태에서 접근할 수 있는 일자리 중 하나가 노점상이었다”고 했다.

 

또한 “앙고라 스웨터를 제작하다 산업 전체가 중국으로 이전한 탓에 폐업한 경우, 브라운관 티비를 수리하다 이 티비가 단종하여 폐업한 경우 등” 이들의 실업과 폐업은 “IMF, 금융위기 등의 사회적 위기와 산업 구조의 변화, 기술의 발달과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김윤영 활동가는 “다른 산업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노점상을 하게 되는 조건을 살펴보면, 부채 유무, 건강상태, 돌보아야 하는 가족 유무, 이전 취업경험 없음 등이 있다”고 했다.

 

액세서리 노점을 하는 50대 여성 B씨의 경우도 부모님 간병 및 돌봄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정해진 시간에 근무하는 일이 어려웠다. “알바나 일을 하다가 부모님이 아프셔서 (집에) 가야 된다고 하면 싫어하더라고요. 한두번도 아니고 갑자기 부모님이 아프셔서 일 그만두고 갈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잖아요.”

 

또 다른 노점상인 40대 남성 C씨 또한 “부모님이 편찮으신데, 어떨 때는 보름도 쉬고 해야 한다. 근데 직장은 그렇게 하면 짤리지 않나.”라고 했다. 시간 운영을 그나마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노점상 선택의 이유가 된 거다.

 

자신이 아픈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기혼 여성들의 경우 “다른 일자리를 경험한 적이 없거나, 결혼 전 일했던 직장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는 것도 노점상을 선택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 토론회 <코로나19 시기 노점상의 소득감소와 삶 그리고 대안>에서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가 발표하고 있다.

 

노동 시간을 선택할 순 있지만, 그 말이 노동 시간이 적다는 뜻은 아니었다. 김윤영 활동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시간이 짧아진 노점상이 많았음에도, 설문에 참여한 이들의 평균 영업 시간은 하루 7시간에서 12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노점 준비 시간까지 포함하면 노동 시간이 더 길어진다. 결국 “실제 시간당 임금이 매우 낮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노점 역시 손님을 상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손님들이 열려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시간에 열려 있어야 한다”는 건 다른 장사와 차이가 없었다.

 

코로나19로 닥친 위기, 대출도 지원금 신청도 어려워

 

코로나19 확산은 노점 운영에도 당연히 큰 영향을 미쳤다. 설문에 참여한 노점상 중 79.2%가 “영업 일수와 시간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장사를 못한 경험이 있는 경우도 35.8%였다. 이런 상황은 소득과 바로 직결되었다. 응답자의 96.1%가 소득 감소를 토로했다. 2020년 노점상인의 월평균 가구 총소득은 182.2만원이며 100만원 이하의 비율도 39%나 된다.

 

소득 감소는 식비 제한(45.5%), 월세·관리비·공과금 체납(30.3%), 병원 이용 못 함(23.2%)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소득 감소를 타개하는 방법은 제한적이었다. 대출 34%, 절약 등 ‘방법 없음’이 30%, 가족 친지의 도움 24%, 저금한 돈 19%, 일용직·파트타임 노동 15% 순이었다. 김준희 연구원은 “기본적인 의식주와 병원 이용에 제약을 받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소득 감소에 따른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대출을 선택한 이들이 많았지만, 이들의 대출에도 제한이 많았다. 김윤영 활동가는 “노점상의 경우 사업자 등록증이 없는 경우가 많아 사업자를 위한 저금리 대출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업 실패 이후 노점으로 진입한 경우, 사업 실패로 인한 신용 문제로 은행 거래가 어려운 경우는 물론, 소득 파악이 안 된다는 이유로 제1금융권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도 있다.

 

물류센터 알바, 야간 편의점 알바, 배달 알바 등으로 소득 보충을 위해 노력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해서 여유가 생기진 않는다. 빚을 조금이라도 덜 지기 위함”일 뿐이다. 또한 이런 추가 노동이 가능한 것도 그나마 연령대가 낮은 경우나 건강에 문제가 없는 경우로 한정되었다.

 

이들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도 있었으니 바로 ‘딱지가 떼이는 일’, 과태료다. 경기도에서 닭튀김 노점을 하는 60대 여성 D씨는 코로나19 이후 장사가 안돼 몇 달 동안 문을 닫았다가 겨우 다시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를 마주한 건 딱지였다. “나오자마자 딱지 떼었어요. 40만원짜리. 진짜 너무 힘든데…”

 

과태료 문제는 노점상인들의 지원금 신청을 가로막는 장벽으로도 작동했다. 중앙 정부의 노점상 소득안정지원자금을 신청한 비율은 26.7%에 불과했다. 신청하지 않은 주요 이유는 “개인정보를 제공하기 싫어서(38.2%), 미허가라 안 된다 그래서(23.7%), 있는 줄 몰라서(17.1%) 순”이었다.

 

김윤영 활동가는 “정부가 사업자 등록증을 요구하지 않는 등 조건을 완화하였지만, 신청을 꺼리는 큰 이유는 신상 정보를 요구하는 구청에 대한 불신”이라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를 제공했다가, 이 정보가 이후 과태료 부과를 위한 자료로 이용될 것을 우려해 지원금을 포기하는 게 낫다는 판단”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지원금의 운영 실태가 지자체마다 달랐다. “노점상 단체에 소속된 ‘조직 노점상’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거나, 아예 신청을 받지 않은 지자체” 혹은 “상인협회의 직인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지자체”도 있었다. 이 경우 “ 노점상인을 적대적으로 대하는 상인회가 있는 지역에선 지원금 신청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 토론회 <코로나19 시기 노점상의 소득감소와 삶 그리고 대안>에서 김준희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2020년 노점상인의 월평균 가구 총소득은 182.2만원이며 100만원 이하의 비율도 39%나 되었다.

 

노점을 향한 낙인 없는 도시

 

노점상인들이 직면한 건 경제적 위기뿐만이 아니었다. “노점상도 재난지원금도 받는다는 뉴스를 보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마음의 상처”가 되었다. 떡볶이 노점상인 A씨는 속상함과 억울함을 토로했다. “가게세 안 내고 노점생활 하면서 정부 지원을 바라면 어쩌냐는 말을 너무 들어서 자존심이 상하고… 그 말 들으면 진짜 속상해요. 노점상은 사람이 아니에요?”

 

김윤영 활동가는 “노점상은 도시 공간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주체가 아니라, 도시에서 축출하는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렇기에 노점상인들 대다수가 “강제퇴거와 과태료에 대한 안 좋은 기억, 퇴거 과정에서 겪은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 주변 상인들로부터의 냉대, 사람들의 비아냥, 노점상 관련 뉴스에 쏟아지는 악플의 상처를 안고 있기도” 하다. 심한 단속 때문에 정말 죽을까 생각도 하고, 안 좋은 시선이 너무 많으니까 솔직히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들에게 노점상은 생계이자 또 기회였다.

 

남들이 뭐라 해도 “이 일에 대한 애정”도 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을 계속 할 거”라는 것. 김윤영 활동가는 “많은 노년기 노점상의 공통적인 반응이 ‘이 일은 건강하면 정년이 없다’고 한 점”이라며, “노인이 되어서도 지속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는 반응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나듯이 “노점상은 이른바 ‘공식 일자리’에 접근할 수 없는 나름의 사정을 떠안은 사람들이 열어가는 ‘좁은 길’”이라고 김윤영 활동가는 설명했다. 또한 “미래의 사람들에게도 노점이라는 ‘좁은 길’이 필요할지 모른다”며, “이 좁은 문이 누군가의 희망이 되기 위해서” 사회가 함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선 “재난시기 노점상의 다면적 현실을 폭넓게 인정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하고, “노점상 퇴출 및 감축을 방어할 인권영향평가 도입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인권영향평가는 기업활동 혹은 국가나 지자체의 정책에 따른 인권침해 여부를 평가하고 감시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 서울시의 경우 <서울특별시 인권 기본조례>를 두고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때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김윤영 활동가는 무엇보다 “지자체의 단속위주 정책을 철회하고, 용역 폭력을 사용한 강제철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지자체가 접수한 민원이 노점 단속으로 바로 이어지는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숙 코로나19대응인권네트워크 활동가는 “유엔인권기구에서도 강조했듯이, 재난시기 우리는 불평등과 인권침해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세우기 위한 노력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점상생계보호특별법처럼 노점상을 사회경제적 주체로 인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며, “노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 것”도 덧붙였다. 그동안 “노점에 대해서 ‘세금을 안내는 존재, 점포상인과의 형평성’의 시각으로만 접근했다면 노점의 긍정적 역할을 드러내고 환기 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거다. “노점상을 ‘자구적 사회보장의 일종, 경제활성화에 기여, 직업의 일종, 풍물적 요소’라는 점을 강조하는 실태조사나 캠페인”에 대한 의견도 냈다.

 

“노점상이 도시에 제공하는 서비스와 문화적 기능에 대해 더 연구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박은선 리슨투더시티 활동가는 “코로나 전엔 외국인들이 명동이나 홍대 앞 떡볶이, 토스트 노점 등에서 사 먹고 사진을 찍는 관광객을 자주 볼 수 있었다”며, “태국 방콕의 노점상이 문화적 힘을 인정 받은 경우”를 참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은선 활동가는 “사람들은 노점상인이 빈민이기 때문에 그들을 도우려고 떡볶이를 사 먹지 않는다. 노점을 하나의 문화로서, 중층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주연 기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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