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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포괄적 성교육’ 콘텐츠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당신의 연애는 안전한가요

데이트 초기부터 헤어짐, 이별 후 과정까지 피해자의 눈으로 낱낱이 재해석하며, 데이트폭력이 일어나는 과정을 속 시원하게 보여주며 데이트폭력의 전모를 밝힌 책이다. 책의 전체 구성은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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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학교에서 받은 성교육 하면 무엇이 생각나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하게 될까? 일단은 재미없는 것이라는 말부터 나올 것 같다. 재미없고 도움도 안되는 것 그리고 애매모호해서 혼란만 가중시켰던 것, 관심은 있었지만 호기심을 전혀 충족시켜주지 못했던 것, 기억에 남지 않는 것…. 그렇게 ‘구렸던’ 성교육을 받은지 십년도 훨씬 지났다. ‘라떼는 말야, 허울뿐인 성교육을 받았었지’라고 너스레를 떨고 싶건만, 지금도 상황이 썩 좋아진 것 같진 않다.

 

201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전국 중학교 1~3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 발표에 따르면,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은 96.4%였지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34.1%나 되었다. 이유는 ‘일방적으로 강의만 해서’, ‘필요한 정보를 주지 않아서’,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어서’ 등이었다. 그렇기에 많은 청소년들(51.1%)이 ‘학교 외 성교육’으로 성 지식을 얻는다고 답했다. SNS, 유튜브 등의 인터넷(22.5%), 친구(17.1%), 외부 성교육(3.3%) 등이다.

 

성교육의 경로에 ‘친구’가 있다는 부분이 흥미롭다. 친구가 정말 나보다 뛰어난 혹은 많은 성지식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해서 그들에게 의지한다는 의미일까? 그보단 누구보다도 자신을 이해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성과 관련된 어려움이나 궁금증이 있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진실된 조언을 해 줄거라 기대하기 때문이 아닐까?

 



▲ 넷플릭스에서 제작, 방영 중인 드라마 시리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Sex Education) ©Netflix

 

배경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지만, 그렇게 성 관련 고민을 해결하고 싶어하는 좌충우돌의 청소년들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드라마가 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 방영 중인 드라마 시리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Sex Education)다.

 

주인공 오티스는 영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단순한 ‘친구’에서 더 나아가 학교 내 비밀스런 성 상담가로 활동하며 친구들의 성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로 활약한다. 어느 날 우연히 교장의 아들이자 동급생인 애덤이 사정을 못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아그라를 훔쳐 먹었다가 부작용을 겪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지속적 발기 상태에 놓인 애덤에게 건넨 조언이 그의 문제를 해결했고, 마침 그 현장에 같이 있다가 오티스의 조언 능력을 목격한 메이브가 교내 성 상담 사업을 제안했다.

 

메이브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오티스는 메이브와 가까워지고 싶어서, 마약중독인 엄마 탓에 자의반 타의반 1인가구 독립생활을 하며 생계를 직접 책임져야 하는 메이브는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서. 각기 다른 이유로 시작된 오티스와 메이브의 상담소는 그렇게 막을 올린다.

 

‘백인 남자애’가 하는 성 상담이라니?

 

학교의 허가를 받지 않은, 비공식적인 오티스와 메이브의 상담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된다. 교사들이 알려주지 않고 부모에게도 물을 수 없는 내밀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 그것도 또래 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은 금세 학교에 퍼졌다.

 

▲ 넷플릭스의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Sex Education) 중 ©Netflix

 

한가지 먼저 짚고 가야 할 게 있는데, 오티스가 백인 남성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백인 남자애’한테 성 상담과 조언을 받는다니, 그 무슨 바보 같은 소리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다행히도(?) 오티스는 ‘그냥’ 남자애가 아니다. 그의 옆엔 성 상담을 직업으로 삼은 전문가이자 작가이며 당당한 싱글맘으로 사생활도 충분히 즐길 줄 아는 여성인 진이 있다. 극에선 오티스가 엄마 진으로부터 일찌감치 제대로 성교육을 받았음이 드러나는 장면들이 꽤 나온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상담사인 엄마와 평생 살아온 ‘짬바’가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오티스가 정말 전문 상담사인 건 아니다. 그에겐 분명 한계가 있다. 레즈비언 커플의 성관계 상담을 하게 되었을 때 자료 조사를 한답시고 레즈비언 포르노를 보거나, 성기 사진 유출 ‘사고’가 났을 때 경찰에 신고할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피해자가 왜 다른 경로로 범인을 찾아서 유출을 막고 싶어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오티스가 친구들에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이유는 늘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듣기 때문이다. 그는 쉽게 타인을 판단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는다.

 

또 하나 중요한 것, 그에겐 페미니스트인(메이브의 집에 걸려있는 포스터나 그림, 책 등을 놓치지 말고 확인해 보자) 메이브와 당당한 오픈리 게이이자 나이지리아인 정체성과 기독교인 정체성도 소중히 여기는 에릭이 있다. 썸 상대와 동업자 그리고 친구 사이를 오가며 묘한 관계를 유지하긴 하지만 메이브와 오티스는 서로의 장점이 더 빛날 수 있도록 해준다. 9살부터 친구로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에릭과 오티스 또한 서로의 실수와 단점을 메꿔준다.

 

원어 제목과 달리 한글 제목에선 오티스가 강조되긴 하지만 사실 이들의 상담소는 오티스 혼자만으로 운영되는 곳이 아니다. 메이브와 에릭 뿐만 아니라 여러 캐릭터들이 함께 실패하고 그걸 또 서로 나누며 성장해 간다.

 

다양한 청소년의 얼굴, 그만큼 다양한 고민들!

 

극의 주요 인물인 오티스, 메이브, 에릭 외에도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엔 정말 다양한 청소년 캐릭터가 등장한다. 9월 공개된 시즌3에도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했는데, 매 시즌 각양각색인 십대들이 어우러지는 모습, 그들의 다양한 고민이 해결되는 과정이 보는 이를 무척 즐겁게 한다.

 

▲ 넷플릭스의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Sex Education) 중 ©Netflix

 

훤칠한 키, 잘생긴 외모에 뛰어난 수영 실력을 갖췄으며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레즈비언 엄마들까지 가진, 완벽해 보이는 삶을 살고 있는 학생회장 잭슨은 자신을 향한 높은 기대에 억눌려 삶이 조금씩 망가지고 있다. 그와 대조적으로 교장의 아들이지만 멍청한 ‘대물’로만 알려진 애덤은 그 누구에게도, 특히 아버지에게 인정 받지 못하는데, 그 아픔을 에릭을 괴롭히며 유해한 남성성을 뽐내는 걸로밖에 풀지 못한다.

 

언제나 밝으며 긍정적 에너지를 뿜어내는 에이미는 버스에서 성추행을 겪은 후 버스를 타지도 못하고 남자친구와 스킨쉽도 못하는 트라우마를 겪으면서도, 그런 일을 겪은 게 자신이 가해자에게 웃었기 때문은 아닐까 자책한다. SF 세계에 흠뻑 빠져있으며 누구보다 뛰어난 상상력을 자랑하는 릴리는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괴짜인 자신이 유치한 아이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삶을 살았고, 성별도 인종도 다른 만큼 그들의 고민 또한 단일하지 않다.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통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세세한 결이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고민은, 솔직하게 마주할 때 그리고 함께 나눌 사람이 있을 때 해결되거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시즌1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그건 내 버자이너(성기)에요”라고 외치는 장면, 시즌2의 버스씬 장면, 시즌3에서 하반신 마비이기에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아이작와 메이브가 스킨쉽을 하면서 어디까지 감각할 수 있냐 물으며 확인하고 서로의 동의를 구하는 장면, 논바이너리인 칼과 잭슨의 관계에서 상대의 감정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감정과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고자 노력하는 장면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른’이 된다고 다 아나? 성교육도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를 보다 보면, 저 청소년들이 지금의 나보다 훨씬 나은 거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시즌2에서 진이 오티스네 학교의 정식 성상담 선생님으로 고용되었을 때, 진을 찾아와 질문을 던지는 청소년들을 볼 때도 그랬다. ‘허, 저걸 물어보네!’ 싶었으니까. 그들 또한 쉽게 꺼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부끄러움, 수치스러움을 안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게 어딘가. ‘어른’의 ‘체면’은 그마저 허락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청소년기의 성교육이 정말 중요하다. 물어볼 수 있어야 답을 찾을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성교육은 그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한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무해한’ 성교육이나 ‘섹스는 나쁜 것’이라고 윽박지르는 무서운 성교육 말고.

 

▲ 넷플릭스의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Sex Education) 중 ©Netflix

 

또한 ‘어른’을 위한 성교육도 필요하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에 나오는 ‘어른’ 캐릭터들만 봐도 상담과 조언이 필요한 사람들 투성이다. 그리고 ‘어른’에겐 또 그들만의 사정이 생긴다. 청소년 때와 달리 청년, 중년, 노년이 되면 다른 몸과 생각을 가지게 되고 다른 환경과 위치에 놓인다. 성교육에도 업데이트가 필요한데 이 문제가 현실에서 좀처럼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는 게 너무 아쉽다.

 

더 이상 ‘나쁜’ 성교육은 그만

 

많은 깨우침을 얻으며 보게 되는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시즌3 마지막 화를 보다가 별안간 눈물을 흘렸다. ‘성교육’ 주제의 코미디 드라마, 거기다 지금의 나와는 거리가 한참 먼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를 보면서 울 줄이야… 엄청 슬픈 장면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사실 장면자체가 슬펐다기보다 그 장면의 그 대사들을 고등학생의 내가 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서 눈물이 났던 거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의 제작자 로리 넌(Laurie Nunn)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그냥 10대 성 상담가를 학교에 등장시킨다는 설정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이 작품을 통해 동의/합의, 바디 포지티브(자기 몸 긍정하기), 여성의 욕망에 대해 논의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건, 자신 또한 학창시절에 ‘나쁜’ 성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로리 넌을 비롯한 제작진이 ‘나쁜’ 성교육을 받았던 이들을 고려하면서 제작한 의도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 누가 나한테 이런 말을 해줬으면 혹은 안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에만 빠지기보다, 지금 제2의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성교육을 바꿀 기회 말이다. 수치심을 주고, 비밀스럽게 감추고 엄숙함을 강조, 강요하는 ‘나쁜’ 성교육 대신 모두를 위한 포괄적 성교육을 만들 기회.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를 본 그리고 볼 사람들 모두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목소리를 높이자. (박주연)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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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엄마와 초딩 아들이 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이 기록되어 있다. ‘성적(性的) 대화’라고 해서 특별한 것이 아니다. 여자 엄마가 겪어온, 혹은 지금 겪는 일상이고, 다른 한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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