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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브페미 집담회, 온라인 대학 캠퍼스 광장에서 혐오를 걷어내라

 

 

남은 인생은요?

미국에서 출판된 한국계 미국 이민자인 저자 성sung의 첫 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책이다. 아동기에 한국을 떠난 저자는 현재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이다. 이민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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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학생들은 학교 커뮤니티,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 그리고 줌(zoom)으로 진행되는 대학 수업에 이르는 다양한 온라인 공간에서 연속적인 관계를 쌓아나간다. 온라인 문화생태계를 연구하는 윤보라(2020)는 ‘디지털 거주지’(digital dwelling)라는 개념을 제안하기도 한다. 삶의 터전을 가꾸려는 사람들에 의해서 구성되고 변모하는, 그래서 다시 그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사회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온라인 공간의 역동성과 정치성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explore)과 여행(safari)과 같은 말들이 너무 오래 인터넷을 표상해온 탓일까. 온라인 공간은 사람들이 뿌리내리는 거주지보다는, 행인들의 일시적인 상호작용들이 바람 따라 우연히 모이고 흩어지는 모래사막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문제는 이처럼 ‘거주자’들의 공공 책임이나 약속에 대한 사유를 빈 자리로 남겨둘 때, 너무도 쉽게 자본과 권력의 논리가 그곳을 채우게 된다는 것이다. 그 논리가 어디에 울타리를 두를 것인지, 누가 그 안에 들어올 자격이 있는지를 결정하는 공간 구획의 지침이 된다.

 

안타깝게도, 이는 이미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가 <대학 온라인 혐오표현 대응을 위한 F5 프로젝트>를 출범시키며 “입장권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라는 슬로건을 내건 것은 이 때문이다.

 

▲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에서 제작한 카드뉴스 중. 유니브페미는 2020년 <대학 온라인 혐오표현 대응을 위한 F5 프로젝트>를 출범시키고, 온라인 대학 캠퍼스의 중심 광장으로 자리잡은 ‘에브리타임’ 내 혐오 표현을 모니터링했다. 


혐오의 장이 된 에브리타임

 

유니브페미는 온라인 대학 캠퍼스의 중심 광장으로 자리잡은 국내 최대 대학생 커뮤니티 서비스 ‘에브리타임’ 속 혐오 표현에 문제의식을 가졌다. 2020년 4월부터 에브리타임 내 혐오 표현을 모니터링하는 활동을 전개했는데, 그 결과 에브리타임 측은 커뮤니티 이용 규정을 개선하고 게시글 심의 AI 시스템도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에브리타임이 새롭게 내놓은 커뮤니티 규정에서 심각한 혐오표현이 재생산되고 확산되는 현실에 ‘플랫폼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고찰은 찾아볼 수 없었다. AI 자동삭제 시스템 또한 개선을 약속했을 뿐, 명확한 삭제 기준이나 개선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혼란을 불러왔다. 에브리타임이 내놓은 대책이 보여주기식 대응일 뿐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 7월 23일과 24일, 에브리타임 속 혐오 표현을 접하거나, 부당하게 게시글이 자동 삭제된 경험이 있는 이들, 그리고 에브리타임 운영진의 지속적인 책임 회피에 문제 의식을 가진 이들을 모여 집담회를 가졌다. <페미 글은 썰면서 혐오 글은 봐주는 에브리타임>이라는 제목으로 유니브페미가 개최한 행사다. 약 20명의 참가자들이 공유한 피해 사례들은 에브리타임의 피상적인 대처가 온라인 공간 내 혐오표현 재생산과 소수자 배제에 기여하고 있음을 낱낱이 보여주었다.

 

집담회 참석자들은 에브리타임을 이용하다 보면 자신이 속한 대학 공동체가 모든 구성원을 포용하지 못하는 위험한 공간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여성, 성소수자, 페미니스트, 비정규직 등에 대한 혐오 발언,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증가한 특정 국가의 국민과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혐오 표현까지 수많은 사례가 쏟아졌다. 학내 또는 사회 이슈에 대해 학우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이 궁금해서 접속하든, 단순히 다음 학기에 들을 과목의 강의평을 찾으러 들어가든, 에브리타임 전체에 만연한 혐오를 피할 수는 없었다.

 

“에브리타임에 들어올 때 핫게시판 상단에 여성 혐오 게시글, 성소수자 혐오 게시글이 연달아 올라와 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을 자기 공간으로 느끼지 못할까, 생각했어요.”

 

같은 대학의 구성원이라는 공통의 정체성이 있을 뿐 전반적으로 익명성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에브리타임 특성상, 혐오 표현은 더욱 노골적이고 공격적인 특성을 보인다고 집담회 참가자들은 평가했다. 심각한 혐오 표현을 접한 사회적 소수자들은 정신적 피로감과 충격을 겪게 되고, 플랫폼 이용에도 큰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가 주최한 <페미 글은 썰면서 혐오 글은 봐주는 에브리타임> 온라인 집담회 모습. 국내 최대의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 혐오 표현을 접하거나, 부당하게 게시글이 삭제된 경험이 있는 이들이 모여 사례를 공유하고 대안을 논의했다.


그러한 혐오가 잘못된 이유를 이야기하고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려 해도, 논리에 맞지 않는 노골적 혐오 발언만이 되돌아오기 일쑤다. “혐오 표현과 싸우는 데 지쳐 에브리타임 접속 자체를 피하게 된다”고 말한 이도 있다. 에브리타임 운영진의 방치 아래, 혐오가 곧 이 공간의 논리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혐오 발화를 접한 이용자들은 ‘신고해봤자 소용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에브리타임은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집담회에 모인 이들은 에브리타임에서 혐오 표현에 대항하다가 이용자들로부터 악성 댓글 및 사이버불링(온라인 상의 괴롭힘)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플랫폼 자체 시스템에 의해 게시글이 삭제당하거나 계정이 정지돼 발화의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기까지 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한 이용자는 교내 여자 화장실에서 중년 남성이 나오는 것을 목격, 단과대 학생회에 확인을 요청한 뒤 에브리타임에 해당 화장실에 대한 확인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이용하지 말라는 글을 게시했다. 하지만 ‘잠재적 가해자 취급하지 말라’는 댓글이 다수 달리더니 결국 신고 누적으로 게시물이 삭제됐다고 토로했다.

 

혐오 표현이 아니라, 혐오에 반대하는 이들이 플랫폼에서 축출되는 상식 밖의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에브리타임의 게시글 신고 시스템이다. 에브리타임은 특정 게시글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고 횟수가 누적되면, 게시글의 내용과 상관없이 해당 게시글이 자동 삭제되도록 하는 게시물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다양한 의견과 입장을 가진 이용자들을 보호하기는커녕, 혐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를 조직적으로 차단하는 수단이 되고 있었다.

 

대표적인 피해 사례가 바로 페미니즘 단체나 페미니즘 공부 소모임 등에서 홍보 글을 게시했다가 해당 글이 신고 누적으로 삭제되고, 이 때문에 게시물을 올린 계정까지도 이용 정지 조치를 당하는 것이다.

 

일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에브리타임의 AI 기반 게시글 자동삭제 시스템에 의한 피해 사례도 이어졌다. 에브리타임 측이 시스템 개선을 약속한 이후에도 혐오 표현과 사이버불링 현장은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한편, 페미니즘 소모임 및 세미나, 모집 공고 등은 AI 시스템에 의해 자동삭제되는 문제가 자주 발생하고 있었다. 한 참가자는 부당하게 게시물이 자동삭제를 당하자 에브리타임 측에 문의를 하고 며칠을 기다렸지만, 매크로 자동 답변만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에브리타임이 ‘다수 의견에 의존하는, 기계적인 규제 방식’을 고수하는 것 또한 이러한 문제가 지속되는 중요한 원인이 아닐까. 집담회 참여자들은 과연 혐오 표현의 사회 구조적 맥락을 파악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AI 기반 자동삭제 시스템과, 다수결로 게시물의 ‘건전성’을 판단하도록 하는 신고 누적 삭제 시스템은 실패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또한 에브리타임 운영진이 플랫폼 이용자들과 소통 창구를 충분히 열어두지 않고, 자동삭제 시스템의 구체적 게시물 필터링 기준 또한 공개하지 않는 것 등은 ‘투명한 기업 경영’ 측면에서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에브리타임이 학교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 큰데, 운영진과의 소통은 되지 않고 있다”, “신고 누적이나 AI에 의해 게시물이 삭제됐다고 알림은 오는데 구체적인 사유는 알려주지 않는 관리 방식은 투명하지 못하다.”

 

▲ ‘대학 온라인 혐오표현 대응을 위한 F5(새로고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유니브페미에서 제작한 카드뉴스 중 일부.


그곳은 공론장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혐오 표현을 규제할 실질적 수단이 전무한 에브리타임이 대학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코로나 사태 이후 점점 확대되어, 이제는 기존의 공식적인 학내 공론장과 여론 수렴 체계를 실질적으로 대체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코로나 시대 대학생들에게 에브리타임 커뮤니티는 대체하기 어려운 공동체이자 실질적인 의견 공유의 장이다.

 

지난 5월 유니브페미가 20학번, 21학번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에브리타임의 영향력에 관한 인터뷰’를 통해 에브리타임이 대학 생활에서 정보 및 여론을 접하는 중요한 장으로 기능하고 있음이 드러난 바 있다. 또 직접 학우들을 만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에브리타임은 학내 자치기구들이 학내 여론을 파악하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대학마다 정도는 달랐지만, 집담회 참가자들 다수가 최근 학생회와 같은 자치기구들이 에브리타임의 여론을 정책 수립 등에 반영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데 고삐 풀린 혐오 표현이 사회적 소수자들을 쫓아내는 공간이 대학 공동체의 공론장이 되어도 좋은가? 몇몇 참여자들은 에브리타임에 만연한 혐오 정서가 그대로 대학 구성원 전체의 대표 여론으로 간주되면서, 실제로 학생 자치기구의 정책이 퇴보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한 참가자는 자신이 다니는 대학 총학생회가 에브리타임에서 월경 관련 지원 정책에 대한 남학생들의 ‘불공정’ 여론을 의식해, 월경용품 지원 등의 정책이 공약에서 제외되었다고 밝혔다.

 

사실 에브리타임은 그 실질적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게시자 본인과 대학 공동체, 그리고 플랫폼 그 누구도 게시물의 내용에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정작 공식적 학내 공론장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핫(HOT) 게시판에 각종 혐오 표현을 포함한 게시물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총학생회에 제재해달라고 조치를 요청해도, 에브리타임 내 게시물에 대한 권한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오는 식이다.

 

이처럼 혐오 표현을 제재할 실질적인 수단도, 그러한 게시물에 대한 책임 소재도 없는 에브리타임에서 혐오가 ‘주류 의견’으로 자리잡는 건 필연적 결과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약속과 책임이 없는 공간에서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가 ‘게임 규칙’이 되기 마련이다.

 

이용자-대학-플랫폼 모두, 책임과 약속이 필요해

 

그렇다면 에브리타임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할까? 집담회에서 한 참여자는 “공론장이 유지되려면 우선 말을 할 사람이 그 공간에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에브리타임은 의견을 전개하기도 전에 이용자가 퇴출당하는 게 일상이다. 근본적으로 권리 침해가 발생했을 때 그러한 침해에 대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책임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진단했다.

 

다른 참여자는 “운영자들 역시 커뮤니티와 온라인 공간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주체 중 하나임을 인식하고, 개선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에브리타임 내 혐오 표현 확산에 대해 이용자뿐만 아니라 운영규칙과 게시판 이용 규칙을 만드는 플랫폼 또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이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의 역할과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더 높아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그 구성원들이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는 책임과 약속이 필요하다. (이미지: pixabay)


이용자들 간에 서로를 존중하고 소수자성에 기반한 혐오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문’을 마련해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 또한 이어졌다. 의견을 이야기해도 인신공격을 받지 않고, 혐오 발언이 발생할 경우 플랫폼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믿음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참여자는 공론장 안의 이용자들이 절대로 동질적일 수 없으며 ‘우리’ 안에 다양한 소수자성을 가진 사람이 있음을 상기시키는 내용을 이용 규칙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실효성 있는 이용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 에브리타임 측이 혐오에 대한 내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관리자들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교육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방안 또한 제시됐다.

 

‘X’(닫기) 버튼이 아닌 ‘F5’(새로고침) 버튼을!

 

에브리타임에서 수없이 혐오의 대상이 되고 때로는 입장 자체를 거부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집담회에 모인 많은 이들은 여전히 에브리타임에서 이야기할 수 있기를, 더 나아가 에브리타임이 모두가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원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이 서로의 다양성과 존엄성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온라인 공간 자체의 영향과 역할을 재점검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다. 이용 규칙과 게시물 관리 시스템과 같은, 온라인 공간 자체의 특성 또한 그 속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회적 소수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쫓겨나는 현실을 개선하고 모두를 포용하는 진정한 공동체와 지속 가능한 공론장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커뮤니티 이용자들, 대학 공동체, 그리고 플랫폼 모두의 약속과 책임이 필요하다.

 

지금도 존재 자체로 혐오의 대상이 되는 많은 이들이 에브리타임에서 다른 학우들과 의견을 나누기는커녕 동등한 존재로 인정받지 못한 채 조용히 ‘X’(닫기) 버튼을 누르고 있다. 집담회에서 나온 한 참여자의 즐거운 상상처럼, ‘모두가 동등한 주체로 존중받으면서, 어떤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계속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에서 이용자들은 그곳을 자신의 거주지로 여겨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고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F5’(새로고침) 버튼을 누를 것이다. 에브리타임은, 자신들의 플랫폼 속 대학생들이 어떤 버튼을 누르기를 원하는가.

 

[필자 소개] 진실. 유니브페미, 관악 여성주의학회 달 회원. 젠더, 정체성, 그리고 장소에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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