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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의 정치! 독일 녹색당 이야기]②

 

※ 기후변화와 후쿠시마 원전사고,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정당’으로 떠오른 독일 녹색당. 올해 이 9월 있을 연방선거에서 창당 40년만에 최초로 총리를 배출할 것인가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환경만이 아니라 페미니즘과 다양성, 반식민주의와 열린 사회를 향한 정치를 추진해온 독일 녹색당 이야기를, 독일에서 지속가능한 삶과 녹색정치를 연구하고 있는 연구 중인 김인건, 박상준, 손어진 세 필자가 들려준다. [편집자 주]

 

▲ 앙겔라 메르켈의 뒤를 이을 총리후보로, 여론조사 1, 2위를 다투고 있는 녹색당의 아날레나 베어보크 공동대표.(중앙) 2019년 5월 24일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에 참석했을 때의 모습. (출처: Annalena Baerbock 페이스북 페이지)


작년 창당 40주년을 맞은 독일 녹색당(Bündnis 90/Die Grünen)은 1970년대 독일 정부가 적극적으로 핵발전 사업을 펼쳤을 때 이를 반대하는 환경운동가들을 중심으로, 1980년 서독에서 창당했다. 그리고 정부의 핵 정책을 비판하고, 독일 사회에 핵발전과 핵폐기물의 위험을 제기해 왔다. 1998년, 녹색당은 사민당과 적록 연립정부를 구성해 “모든 핵발전소를 2022년까지 폐쇄한다”는 탈핵법을 제정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내년이면 독일은 ‘탈핵’ 국가가 된다.

 

2009년에 기민당과 자민당 연립정부가 핵발전기 수명을 연장하는 쪽으로 돌아섰을 때, 독일 전역에서 반핵 시위가 일어난 것, 그리고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인들의 여론이 메르켈 정부에게 강력하게 탈핵 정책을 요구한 데에는 녹색당의 기여가 컸다. 메르켈 총리를 ‘기후 총리’로 만든 것이 녹색당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 녹색당은 생태주의, 풀뿌리 민주주의, 다양성, 열린 사회 등을 주요 가치로 내세운다. 기후보호, 환경과 자연 보호, 에너지전환, 녹색경제 관련한 정책을 통해, 독일을 친환경 녹색국가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연방선거 앞둔 녹색당의 공약은 단연 ‘기후정책’

 

녹색당이 ‘기후보호’와 관련하여 연방의회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정책들을 살펴보자. 먼저 파리 기후협약 목표에 따라 2036년 이전까지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 유럽 그린딜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 기후보호법을 제정해 모든 분야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하도록 명확한 계획을 수립할 것, 유럽 ‘배출권 거래’를 개혁하고 톤당 최소 40유로의 이산화탄소 가격을 도입하는 것, 운송 및 난방 부문에 대해서도 이산화탄소 가격 도입, 그리고 100% 친환경 에너지로 확대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법(EEG)에서 재생에너지 점유율 한도를 폐지하는 것 등이다.

 

이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 배기가스 배출 차량을 단계적으로 폐기하고, 철도와 자전거 교통에 우선순위로 인프라를 확장하며, 버스와 기차 등 지역 대중교통을 확장하고, 카셰어링과 자전거 대여를 확대하는 등 친환경 교통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수질 보호를 위한 비료법 개정, 화장품에서 미세플라스틱 사용 금지, 약물 잔유물로부터 수역 보호, 산업체 배기가스 배출에 대한 엄격한 제한, 청정한 실내 공기를 유지하기 위한 규정, 분리수거 및 재활용 활성화, 폐기물 법규 강화 등 환경보호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

 

▲ 2019년 9월 20일 세계기후파업의 날,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시위에 약 25만명의 군중이 참여했다. 시위대에서 청소년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사진: 조은애)


오는 9월 있을 연방선거를 준비하면서, 녹색당이 내세우는 핵심 선거공약에는 단연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다. 현재 연방의회에서 다루는 의제들보다 조금 더 급진적인 공약들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1990년과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70% 감축한다는 목표로, 2023년까지 이산화탄소 1톤당 60유로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탄소배출세로 마련된 재원을 시민들에게 에너지 지원금 형태로 돌려줘 난방비나 차량 유지비를 충당하고자 한다.

 

생태적인 사회로 전환하여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하겠다는 공약도 냈다. 또한 장기실업자들에게 부담을 많이 준 ‘하르츠 4’(Harz IV: 독일 통일 이후 높아진 실업률과 낮은 생산성으로 재정이 악화되던 시기, 2005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사회당을 중심으로 한 사민당-녹색당 연립정부가 추진한 노동개혁법. 실업급여 지급기간이 32개월에서 12개월로 줄었고, 비정규직 개념인 미니잡 minijob도 가능해졌다)도 잠정 폐지하겠다는 공약도 눈에 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액션 플랜과 더불어, 독일 사회 내 분배적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공약으로 해석된다.

 

청년층의 지지 받는 정당, 40세 여성 총리후보 배출

 

앙겔라 메르켈에 이어 독일 최초로 녹색당 출신의 총리가 나오게 될 지 기대가 되는 가운데, 최근 몇 년간 진행된 선거에서 녹색당은 연이은 상승세를 보였다. 2018년 10월 바이에른 주 선거에서 녹색당은 17.6%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며 사민당을 재치고 제2당이 되었다. 2019년 5월과 9월 브레멘과 브란덴부르크 주 선거에서 녹색당은 각각 17.4%와 10.8%를 기록하며 최초로 연립정부에 참여했다.

 

2020년 2월 함부르크 시 선거에서도 녹색당은 역대 최고 득표율인 24.2%를 기록했다. 함부르크 지역구에서 녹색당이 기민당보다 더 많은 의석 수를 가져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최근인 올해 3월에 열린 바덴뷔텐부르크 주 선거에서 녹색당은 역시 최고 득표율인 32.6%를 기록하며 또 한번 녹색당 주 총리를 배출하여 주정부를 꾸리게 됐다.

 

▲ 올해 9월 있을 독일 연방선거에서 녹색당이 배출한 총리 후보 아날레나 베어보크(40세). 남성 공동대표인 로베르트 하벡과 합의 하에 대의원들의 대다수 동의를 받아 녹색당 총리후보로 낙점됐다.


전체 지지율뿐만 아니라, 독일 녹색당은 30대 이하 청년들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꼽힌다. 2019년 5월 유럽선거에서 녹색당은 20.5%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그 중 30대 이하 지지율은 33%로 다른 정당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독일 30대 이하 청년들의 세 명 중 한 명이 녹색당에 표를 주었다는 것은 놀랄 만하다.

 

40세의 여성 아날레나 베어보크(Annalena Baerbock)를 총리후보로 배출한 녹색당과 달리, 기민/기사연합과 사민당은 60대 남성 정치인 아르민 라셰트와 올라프 슐츠를 각각 총리후보로 선출했다.(출처: 독일 녹색당 홈페이지) 2019년 12월 기준, 각 정당 평균 연령은 기민/기사 연합 60.5세, 사민당 60세, 좌파당 55세, 자민당 51세, 녹색당 48세로 녹색당이 가장 젊다(독일 연방통계청 2021).

 

독일 녹색당은 작년 10만 당원을 달성했으며, 기후시위에 참여했던 젊은 층들이 꾸준히 가입하고 있다. 2019년 녹색당은 23,820명이 2020년에는 10,820명이 새로 가입했는데, 이중 40%가 16세에서 35세 이하의 젊은 당원이었다. 9월에 열릴 기후위기 총파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틀 뒤 있을 연방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기대가 되는 날들이다.

 

[필자 소개] 손어진. 정치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독일/유럽연합의 R&D 정책분석 일을 하고 있다. 움벨트(Umwelt) 모임 소속으로 독일 녹색당 싱크탱크인 하인리히 뵐 재단 자료도 번역한다. 독일 녹색당의 정치적 역동을 경험하고 싶어 독일에 왔으며, 베를린의 녹색정치, 환경, 여성, 이민자 영역에서 다양한 만남을 통해 존재의 확장을 경험 중이다. 곧 파리로 이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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