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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성추행 고발인 “법의 심판과 인간적 사과” 원했다

위력 성추행 사건 피해자와 연대단체 긴급 기자회견 개최



지난 8일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인 전직비서 측에서 오늘 오후 2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는 피해자의 목소리가 대독된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법무법인 온·세상 김재련 변호사의 사건관련 경과 보고에 이어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들의 연대발언도 이어졌다.


서울 은평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 현장 모습 ©한국성폭력상담소


비서실 지원한 적 없어…발령받고 4년간 성적 괴롭힘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와 올해 5월 12일 1차 상담을, 26일 2차 상담을 했으며 2차 상담 때 구체적인 피해 내용에 대해 상세히 듣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후 5월 27일부터는 구체적으로 법률적 검토를 시작해나갔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피해자는 비서실에 지원했던 게 아니라, 공무원으로 임용이 되어 서울시청이 아닌 다른 곳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오전 서울시청의 연락을 받고 그 날 오후 면접을 본 후 비서실 발령을 받게 되었다. 이후 4년 동안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달리, 사직한 게 아니라 현재도 공무원으로 재직 중인 노동자다.


고소 시 제출한 증거에 대해선 “피해자가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해 나온 자료”, 그리고 피해자의 부서 이동 이후 “올해 2월 6일 박 전 시장이 텔레그램 비밀대화에 초대한 증거”를 설명했다. 또한 “피해자가 비서로 근무하는 동안 박 전 시장의 지속적인 성희롱의 증거들, 문자 메시지나 사진 등을 지인에게 보여줬고 동료 공무원에게도 보여준 일이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는 이런 성적 괴롭힘으로 인해 부서를 옮겨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지속적으로 피해로부터 벗어나고자 노력했지만, 박 전 시장은 부서 이동 이후에도 연락할 사유가 없는 피해자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등 행위를 지속해 왔다는 것이다.


김재련 변호사는 경찰에 제출한 증거 자료 일부인, 박 시장이 피해자를 비밀대화방으로 초대한 문자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 변호사는 상세한 피해사실을 알려드리긴 어렵다고 했지만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셀카를 찍자고 요구하고, 셀카를 촬영할 때 신체적인 밀착을 한 일, 피해자의 무릎에 나 있는 멍을 보고 ‘호~ 해주겠다’고 하면서 피해자 무릎에 자신의 입술에 접촉한 일, 그리고 집무실 안에 있는 내실, 즉 침실로 피해자를 불러서 신체적 접촉한 일,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으로 초대해서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를 전송하고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하는 일 등”을 언급했다.


이런 피해사실을 바탕으로 김 변호사는 박 전 시장에 대해 “성폭력특례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형법상 강제추행 죄명을 적시해 8일 오후 4시30분께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다음날 오전 2시30분까지 고소인에 대한 1차 진술조사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수사 시작 전, 증거인멸의 기회 준 것 아닌가


피해자 고소장 접수 이후, 피해자와 함께 연대하고 있다고 밝힌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번 사건이 무엇을 의미하며 한국 사회가 함께 논의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짚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피해자가 곧바로 고소하지 못한 이유부터 설명했다. 그것은 바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상반된 위치, 그리고 가해자가 가진 권력 때문이다.


“피해자는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시장의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하거나, 비서의 업무를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자 노동으로 일컫거나, 피해를 사소화하는 등의 반응이 이어져 더 이상 피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하기조차 어려웠다.”


이번 사건은 “피고소인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피해자가 온/오프라인에서 2차 피해를 겪고 있”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미경 소장은 “이번 사건은 ‘성폭력의 행위자가 죽음을 선택한 것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해 심각한 사회적 논쟁을 일으켰다”고 말하며, “만약 죽음을 선택한 것이 피해자에 대한 사죄의 뜻이기도 했다면, 어떠한 형태로라도 피해자에게 성폭력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진다는 뜻을 전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되었던 점”을 짚으며 “서울시장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목도했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위력이 지속적으로 작동된다는 점이 공공연하게 드러난다면 “누가 국가시스템을 믿고 위력 성폭력 피해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성폭력 피해자 지원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우리 단체들은 본 사건이 고위공직자에 의한 권력형 성범죄임이 분명함을 인지했다”고 말한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피해자가 피해를 호소할 때, 국가는 성인지적 관점 하에 신고된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 및 조사 과정을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인권을 회복하고, 가해자는 그에 응당한 처벌을 받아 벌을 받아야 한다”며 “이는 분명한 국가의 책무”라고 덧붙였다.


고미경 상임대표는 “경찰은 현재까지의 조사내용을 토대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하고), 서울시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조사단을 구성하여 진상을 (밝혀야 하며), 정부와 국회, 그리고 정당은 인간이길 원했던 피해자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고 책임 있는 행보를 위한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경찰, 서울시와 정당에 입장 물을 것


기자회견 장에선 피해자의 목소리가 대독되었다. 힘겹게 피해사실을 털어놓은 피해자는 고소장 접수 이후 몰아친 비난과 근거없는 이야기로 점철된 여론의 파도 속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는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고 밝혔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이 피해자의 글을 대독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이 대독한 글에서 피해자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고 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습니다. 용서하고 싶었습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습니다.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입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피해자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얘기하면서, 하지만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있고 (그것으로 인해) “숨이 막힌다”고 토로했다.


“저는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의 보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단체들은 이후에도 피해자 보호와 회복을 위한 연대활동이 계획되어 있음을 밝혔다. 경찰, 서울시, 정부와 각 정당의 입장을 묻고 이후 사건 진상조사와 유사 사건 방지를 위한 계획 마련을 요구하는 일 또한 계속될 예정이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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