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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제값 다 주면 남는 게 없다?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09. 5. 9. 20:59

십대의 노동 착취하는 아르바이트 시장 
 
고용보험, 산재보험, 의료보험, 국민연금, 그리고 최저임금. 현재 고용시장에서 이 단어들과 동떨어진 채 가장 싸고 쉽게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공식적인 통계를 본 적은 없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아르바이트 시장을 누비는 청소년이라고 짐작한다.

수많은 무가지와 인터넷에 아르바이트 자리는 넘쳐나지만 이들 다수는 최저임금도 지불하지 않은 채 약자인 청소년들의 노동력을 싸게 사들이려는 자리다. 과거, 현재, 미래의 청소년들은 최소한의 보호장치도 없이 저렴한 노동력을 찾는 사업주들의 포획대상이 되고 있다.

최저임금 받기 어려웠던 아르바이트 경험들

19살 나의 첫 아르바이트는 신포우리만두 한 체인점. 2003년 11월부터 시급 2천원을 받으며 한 달 동안 쉬는 날 없이 하루 5시간 일했다. 종종 내 앞 타임의 오전 근무자가 일이 생길 경우, 당일 사장의 연락을 받고 수업도 못 마친 채 부랴부랴 뛰어와 일을 하기도 했다.

2003년 9월 이후 당시 최저임금은 2천510원이었다. 2천510원을 받으며 한 달 동안 쉬는 날 없이 일을 한 경우 받을 수 있는 돈은 37만6천500원. 그러나 나는 이 적은 액수에서도 7만6천500원을 뺀 30만원을 지급 받았다.

20살이 된 2004년 10월 한 서점. 하루 3시간 일하면서 시급 2천200원을 받으며 한 달에 하루 쉬었다. 처음 들어왔던 당시엔 두 명이 같이 하던 재고정리 일을, 한 사람이 그만두는 바람에 혼자 하게 됐다. 부족한 인원 충원에 대한 얘기는 ‘책이 팔리지 않는다’는 사장의 말에 파묻혀 어영부영 사라졌다.

그 해 11월 초 친구 부탁으로 일하게 된 카페는 늦은 밤 시간 근무임에도 불구하고 야간수당을 주지 않았다. 더구나 처음엔 시급 2천500원을 지급한다던 조건이 ‘장사가 너무 안 된다’는 사장의 일방적인 통보 이후 시급 2천200원으로 인하됐다.

이런 경험들은 지나고 보니, 어쩌다 재수 없게 심보 고약한 사장에게 걸린 것이 아니라 아르바이트 시장의 일반적인 사례였다. 2004년 대학교 근처 한 편의점에서 당당히 시급 1천800원을 내걸고 사람 구하는 광고를 본 적도 있다. 2004년 9월 당시 최저임금은 2천850원이었다. 이런 상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오늘 아침 편의점을 지나며 “남/여 아르바이트 모집 시급 2천800원”이라고 적힌 구인광고를 보았다. 2006년 4월 현재 최저임금은 3천100원이다.

청소년들의 노동력을 싼값에 구입하는 행태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현재도 만연해 있다. 많은 사업주들은 청소년들을 최저임금도 못 미치는 저가의 시급으로 고용한다. 그러고 시간당 2천~2천500원의 돈을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 채,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말 잘 듣고 충실한 근로자가 되기를 바란다.

아르바이트 시장의 현실은 최저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경우도 많거니와, 4대 보험은 꿈 꾸기도 힘들다. 나이 어리다는 이유로 임금을 아예 떼이거나 갖가지 부당한 일을 겪기도 한다. 최저임금을 근거로 시급인상을 요구하다 사장에게 ‘싸가지 없다’는 욕을 바가지로 듣고 단칼에 해고된 경험도 있다.

정당한 대가 받을 때 효율성도 오른다

아르바이트생들을 주로 이용하는 사업주들 중엔 다소 이상한 ‘사업의 효율성’ 개념을 근거로 두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경제도 어려운 판에 장사도 안 되는데 제 값 다 주며 일을 시키면 남는 게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필자는 줄 것 다 주고 지킬 것 다 지키면서도 장사가 잘 되는 곳을 한 곳 알고 있다.

2005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한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경험상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한다며 전화를 하면 일단 찾아오라는 말만 할 뿐인데, 이곳은 전화상으로 시급과 근로조건, 시간대를 알려주고 일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당시 제시했던 조건이 시급으로 계산할 경우 시간당 3천100원, 야간근무일 경우(밤 10시~오전 6시) 4천800원을 지급하고,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가입해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절반을 내가 부담한다는 것이었다.

시급이 좋은 관계로 오후 7시~11시 일하기로 했는데, 30일 기준으로 한 달에 이틀 쉬며(주말) 받은 임금은 53만8천800원이다. 일을 하는 28일 중 평일 근무인 26일은 일당 1만9천200원을, 주말 근무는 일당 2만4천800원을 받았다. 휴일과 야간근무인 경우 통상 임금의 50%+50%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고용보험의 내 부담액수가 대략 1만 원 선이어서 이를 제하고 평균 54만원을 받았다.

주유소 일이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이 곳에서 5개월 가량 일했다. 세차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몇 년째 일하고 계셨고, 또래 학생들도 보통 6개월~1년 정도 근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하는 동안 짜증과 불평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사장이나 근무조건에 대한 불만이 아니었다.

나는 꽤나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한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돈 몇 백원 더 받고, 덜 받고의 문제가 아니다. 일하는 곳에 스스로 소속감을 느끼고, 그만큼 책임감을 부여해준다면, 또 자신의 노동력이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있다는 확신이 들면 자연적으로 열심히 일하게 된다.

반면 법적으로 보장된 최저임금도 지급 받지 못한 채 여러 가지 부당함을 느끼면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겐 노동을 하는 것이 고역이다. 자신의 일자리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일하는 가게가 잘될 리 없다. 돈 얼마 아끼고 몇 푼이라도 더 주지 않으려다가 고용주는 오히려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제대로 된 임금을 주되 일하는 사람들이 보다 오랜 기간 근무지에 대해 만족을 느끼며 노동하는 곳과, 불법으로 임금을 깎지만 수시로 사람이 바뀌며 마지못해 일하는 곳 중 어느 쪽이 효율성이 있을까? 사업주들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유진아 여성주의 저널 일다  [취재수첩]10대 여성에게 노동의 경험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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