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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 연구에 반일(反日) 낙인은 부당해
페미니즘 과학연구비 소송 제기한 오카노 야요 씨
최근 몇 년간, 일본 사회는 이상하다. 공문서 위조, 정치인의 망언·폭언·허언, “여성 활약”을 외치지만 그 이면의 심각한 성차별… 특히 최근 들어 이상한 정도가 점점 더해간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그래, 정치라면 페미니스트 정치학자 오카노 야요 씨에게 들어보자.
“이 나라에서는 지금, 정치가 전혀 기능하고 있지 않습니다. 기능은커녕, 정권을 쥔 우파가 뭐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선거에서도 자민당 독주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아베 정권은 흔들림 없는 것처럼 보인다.
“정치가들은 여당에 충성하는 지지자만을 향해 발언하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유아보육비 무상화의 수혜를 가장 크게 받는 사람은 고소득층. 보육교사의 급여를 인상하고 보육의 질을 향상하고, 무엇보다 어린이집 대기아동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선결해야 할 요구사항인데, 그건 뒤로 미뤄지고 지지층인 고소득층만 바라보고 있어요. 그럼에도 투표율이 50% 이하(지난 21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 투표율은 48.8%에 불과)이기 때문에, 인구의 20% 정도의 지지만 받아도 충분한 지지받는 꼴이 되죠. 겨우 20%의 지지자가 기뻐하는 정책을 들이밀면 그다음은 평안한 셈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속임수를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아베 수상은 헌법 개정(평화헌법이라 불리는 헌법 9조를 개정하여 자위대의 존재 근거를 명시하는 한편, 일본을 전쟁 가능한 나라로 만들려는 시도)을 꾀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헌법도 위험합니다. 이미 언론의 힘도 완전히 빼버렸죠. 아베 수상 등은 2001년,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국제법정을 소재로 한 NHK방송에 개입해 방송 내용을 개찬시켰습니다. 그 이후, 신념 있는 기자들은 점점 지방으로 떠밀려 갔죠. 이제 진실은 보도되지 않게 됐습니다.”
페미니즘 과학연구비 재판을 시작한 오카노 야요(岡野八代) 도시샤대학 대학원 글로벌 스터디즈과 교수. 페미니스트 정치학자로서, 차별과 정체성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오고 있다. (사진: 다니구치 노리코)
그렇다면 일본의 젊은이들은 어떨까.
“젊은이들의 동력은 낮습니다. 대학생들도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 못하게 되었죠. 뭔가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서 ‘그런 갑갑한 얘기하지 마!’라며 막는 분위기에요. 가령,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이 악덕 기업이어서 월급을 받지 못해도 ‘월급을 못 받았지 뭐예요~’라고 얘기하는 걸로 끝. 그것에 대해 항의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뭘 해도 소용없다고 여기는 건지, 무슨 말이든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애당초 정치가가 뭔가를 해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는 데다가, 정치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조차 없죠.”
오카노 야요 씨의 얘길 듣고 있자니 어째 앞이 깜깜하다.
“하지만, 물론 지금도 정치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오사카에는 SADL(민주주의와 생활을 지키는 시민모임)이 있고, 지금도 활동하고 있죠.”
그래, 아베 총리가 2015년에 강행시킨 안보 관련법에 반대하는 엄마들의 모임도 있다. 이 모임은 각지에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해 퍼져, 오사카에서는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엄마모임@오사카’가 지금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행동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변치 않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계속되는 성폭력에 대한 무죄 판결에 항의하며 열린 플라워집회에 오사카에서는 250명이 모였습니다. 헌법기념일 열린 집회에는 6만 명 이상이 모였고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 1997년 일본군 ‘위안부’와 난징대학살을 부정하는 역사교과서 관련 의원모임이 만들어졌다. 위쪽부터 시계방향 아베 신조 수상, 나카가와 소이치 전 중의원의원, 요시이에 히로유키 문부과학성 부대신. ⓒ 페민 제공
‘위안부 연구에 보조금 주지 마’ 日 정치인에 소송 제기
도지샤대학 대학원 글로벌 스터디즈과 교수인 오카노 씨는, 오사카대학의 무타 가즈에 씨, 오사카시립대학의 후루쿠보 사쿠라 씨, 오사카부립대학의 이다 구미코 씨와 함께 스기타 미오 중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스기타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연구를 ‘날조’라고 단정 짓고, ‘국익을 해하는’ 연구에 과학연구비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문제”라고, 각종 언론을 통해 반복해 말하고 있다.
“그녀의 발언은 헌법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에 대한 침해입니다. 또한 스기타 의원의 생각은 국가에 쓸모가 없는 사람에게 세금을 써서는 안 된다는 발상입니다. 이전의 ‘LGBT는 아이를 낳지 않으니 쓸모없는 사람들’이라고 한 발언과 뿌리가 같은 생각이죠. 이건 그녀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녀의 발언으로 대표되는 현재 일본 정치의 문제입니다.”
스기타 미오 중의원의 주장은 분명 젠더 연구에 대한 명확한 개입이다. 이런 발언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정치철학사와 페미니즘 철학을 전공한 오카노 야요 씨는 “스기타 의원의 일련의 발언은 인류가 축적해온 ‘앎’에 대한 공격으로,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며 재판에 투지를 불태운다.
“이 재판의 목적은 스기타 의원이 말하는 ‘반일(反日)’이란 무엇이며, ‘국가’란 무엇인가, 연구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재판은 기록에 남습니다. 정권을 쥐고 있는 자민당의 정치가로서, 국민의 대표로서, 그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정치를 하고 있는지, 정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것이 이번 재판의 큰 목표입니다.”
“동지들이 있으니”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상한 것에 대해선 분명하게 ‘이상하다’고 말하고, 발자국을 남기고, 여성들의 운동은 계속될 것이다. 재판은 이제 막 시작됐다. 이 재판의 향방이 미래 일본의 모습을 제시하는 하나의 지침이 될지도 모른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오모리 준코 기자가 작성하고,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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