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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이 조선일보에 활시위를 당긴 이유는?

“장학썬” 사건의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페미시국광장’ 첫 개시



지난 12일 저녁, 서울 광화문의 조선일보사 벽면엔 “조선일보 폐간하라”, “故 장자연 배우에게 사죄하라!”, “경찰 검찰 모두 공범”, “수사외압 언론적폐”라는 크나큰 문구가 반복되며 채워졌다.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에서 주최한 <페미시국광장> “시위는 당겨졌다. 그 시작은 조선일보다” 현장에서 진행된 퍼포먼스의 일환이다.


7월 12일 저녁 서울 광화문,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 빔프로젝트로 조선일보사 외벽에 문구를 띄웠다. ©일다


주최 측은 “지난 5월 검찰과거사위원회가 故 장자연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에 대해 그 본질인 성폭력 범죄를 제외한 채 축소 기소하는 결과”를 내놓았으며 “‘버닝썬’ 사건 역시 경찰의 유착 비리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체 수사를 종결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 사건들의 본질을 알리고 경.검찰의 부정의, 정부의 의지 없음을 규탄하고 각 사건이 철저히 규명하라고 외치기 위해” 페미시국광장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시위는 당겨졌다. 그 시작은 조선일보다>라는 첫 시위의 이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시위가 당겨졌다는 말이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시위가 오늘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동화면세점 앞에서 시작된다는 의미이고 두 번째는, 우리가 당기는 시위의 활을 조선일보를 겨냥해 쏘고 그 이후 경찰 검찰 진실을 숨기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활을 쏴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첫 시위에서는 ‘故 장자연 사건’을 둘러싼 진실 규명을 요구하며, 경찰 검찰 개혁과 언론 적폐 청산을 외쳤다.


故 장자연 사건은 어떻게 ‘처리’되었는가


박인숙 故 장자연 사건 관련 법률지원단 변호인은 지난 5월 20일 발표된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이 사건의 개요 및 당시 수사 결과, 그에 대한 과거사위원회의 의견을 정리해 발표했다.


7월 12일 광화문에서 열린 <페미시국광장> 1차 시위 현장에서 박인숙 故 장자연사건 관련 법률지원단 변호인이 주요 발언을 했다. ©일다

 

“故 장자연 사건은 2009년 3월 7일, 배우 장자연 씨가 기획사 대표의 강요로 사회 유력 인사에게 술 접대하고 잠자리 요구를 받았다는 내용의 문건을 남기고 자살”한 사건이다. 그 후 “경찰이 기획사 대표 김모 씨를 강요죄 등으로, 술 접대를 받은 사람들을 강요방조죄로 입건하여 수사하였으나, 피의 사실 대부분을 검찰에서 무혐의 종결”했다.


당시 이 사건에 대해서 “2009년 3월 13일부터 경기지방경찰청과 분당경찰서의 합동수사팀이 출범하였고, 故 장자연 씨와 기획사 대표 등에 대한 통화 내역, 이메일, 금융계좌, 주거지 등을 압수 수사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시작했고, 2009년 7월 10일에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사건을 송치”했다. 그리고 “8월 19일 성남지청은 기획사 대표 김모 씨에 대해서만 폭행과 협박으로 기소했다. 그러니까 유일하게 법원의 판단을 받았던 건 딱 두 건, 故 장자연 씨 기획사 대표의 폭행과 협박에 대한 것이다. 법원은 폭행에 대해선 인정하고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이라는 유죄 확정을 했지만, 협박에 대해서는 무죄로 확정했다.”


가장 중요한 혐의라고 할 수 있는 ‘강요죄’는 법원의 판단조차 받지 못한 채 불기소 처분된 것이다. 박인숙 변호인은 故 장자연 씨가 기획사 대표와 체결한 전속계약이 얼마나 불공정하게 작성되어 있는지 그 핵심을 전달했다.


‘정해진 활동 스케줄에 2회 이상 불성실하게 임할 경우 계약위반으로 간주’, ‘연예 활동 전반에 걸쳐 갑(기획사)의 결정 및 지시에 충실히 따라야 한다. 행사 불참 또는 방송사고를 발생시켰을 경우, 을은 갑이 제시하는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져야 함’, ‘또한 위와 같은 임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에는 갑은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으며 계약이 해지됨에 따라서 입은 손해를 을이 모두 배상. 위약금 1억 원, 갑이 을을 관리하기 위해서 발생한 비용 중 증빙자료가 있는 모든 경비에 대해서 을은 계약 해지일로부터 1주일 이내에 현금으로 갑에게 배상해야 하며, 잔여 기간으로 발생하는 모든 수입의 20%를 갑에게 손해배상금으로 지불해야 함’, ‘갑을 간에 해석에 이견이 있을 경우 갑의 해석이 우선’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 계약에 대해 “술자리 참석을 의무화하는 조항이 없고, 위약금 조항도 연예활동과 관련된 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임으로 계약상 불리한 지위에 있다거나 위약금 조약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강요라고 보기 어렵다. 문건에 술 접대 강요라는 말이 있으나,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강요죄를 무혐의라고 처리했다”고, 박 변호인은 지적했다.


여성단체를 비롯하여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한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은 장학썬(장자연, 김학의, 버닝썬) 사태에서 성폭력 범죄를 제외하고 사건을 축소 은폐한 경찰과 검찰을 규탄하며 “페미시국광장”을 열었다. ©일다


검찰 과거사위원회, ‘기존 수사 부당하다’ 인정


터무니없이 종결된 故 장자연 사건의 부당함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재수사 및 의혹을 규명하라고 외쳐왔다. 그리고 2017년 11월 12일, 검찰의 인권 침해 및 검찰권 남용 사례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발족했다. 과거사위원회는 2018년 4월부터 故 장자연 사건을 조사했고 5월 20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박인숙 변호인은 결과 발표가 가지는 의의와 한계를 하나하나 짚었다. 먼저, 과거사위원회는 기본적으로 장자연 씨 문건에 기재된 내용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또 강요죄에 대해 문건의 내용이 모호하다는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한 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첫 번째, 동료였던 윤모 씨의 진술에 따르면 기획사 대표는 술 접대 행위도 연예활동에 해당하는 것처럼 행세하면서 업무적인 지시를 했다는 점이다. 접대 전에 미용실에 가게 했고 그 비용도 회사에 청구하게 해서 故 장자연 씨나 윤모 씨가 이걸 업무지시라고 이해를 했다는 거다. 두 번째는 故 장자연 씨나 윤모 씨가 사회 경험이 많지 않은 상태여서 술 접대 지시를 어길 경우 전속계약서 상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걸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윤모 씨는 기획사 대표의 술자리 참석 지시를 거절했다가 힘든 시간을 거친 후 계약을 해지했다.”


그러니까 “과거사위원회는, 기획사 대표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소속 연기자를 개인적인 술 접대에 이용하거나 강압적으로 술 접대를 강요한 사실을 인정. 그러면서 지배적인 권력을 남용하여 폭력적으로 행사함으로써 신인 연기자가 자신의 생명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한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봤다”는 게 박 변호인의 설명이다.


문건에 등장하는 중요 인물 ‘조선일보의 방사장’에 대한 조사에 대해서도, 과거사위원회는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건에 ‘2008년 9월경 조선일보 방사장이라는 사람과 룸살롱 접대에 저를 불러서 사장님이 잠자리를 요구하게 만들었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이걸 수사해서 밝혀야 함에도, 수사 검사는 기획사 대표의 스케줄 표에 기재된 ‘2008년 7월 17일 조선일보 사장 오찬’의 사실 여부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고 지적”했으며, 또한 “‘조선일보 방사장’이 누구인지, 故 장자연 씨가 말한 피해가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으나 그 상대를 대상으로 전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다.


박 변호인은 “또한 과거사위원회가 ‘방사장님 아들인 스포츠조선 사장님과 술자리를 만들어 나에게 룸살롱에서 술접대를 시켰다’는 문건 내용에 따라 당시 수사에서 해당 인물을 조사했어야 함에도, 피내사자 신분으로 조사만 하고 이후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 조선일보 관계자들이 대책반을 만들어 故 장자연 사건에 대처한 사실, 경기청장을 찾아가 협박한 사실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페미시국광장 참여자들은 故 장자연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조선일보 폐간하라, 故 장자연 배우에게 사죄하라!”고 외쳤다. ©일다


검찰이 ‘재수사’로 의혹 규명해야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과거사위원회는 수사의 부실함과 업무 소홀이 발견된다고도 밝혔다. 박 변호인은 “가장 핵심이 되는 초동 수사부터 잘못되었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압수수색을 잘해야 하는데 그걸 대충했다는 거죠. 故 장자연 씨 집과 차량을 수색했는데 침실만 하고 옷방은 제대로 보지도 않았어요. 장자연 씨 다이어리와 수첩도 여러 개 존재했었는데 그중에 일부만 가지고 온 거에요. 명함 이런 것도 제대로 가지고 오지 않았고요.”


“그리고, 가지고 왔으면 기록에 잘 남겨야 하는데 대충 압수한 기록조차도 유가족에게 돌려줬다는 거예요. 문제는, 돌려주기 전에 당연히 사본을 만들고 기록에 편철을 해 둬야 하는데 그걸 전혀 하지 않았고요. 또 유가족은 받으니까 그걸 가지고 있기엔 가슴이 아프니까 태우셨고, 그래서 지금은 그 자료가 아예 남아 있지 않아요.”


또한 “과거사위원회는 기록상 압수물 사진엔 故 장자연 씨의 휴대폰 중 하나인 핑크색 모토로라가 없는 걸로 확인되었고, 디지털포렌식 결과도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며, “과거사위원회도, 이렇게 기록되어야 할 자료가 누락이 된 건 너무 이례적이어서 의도적 증거 은폐가 의심 된다며 수사기관의 증가 은폐와 법 왜곡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는 입법 추진을 하라고 권고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여러 의혹을 밝히고자 노력했지만, 박인숙 변호인은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이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첫 번째 객관적 자료가 제대로 편철이 되어 있지 않고 자료가 없다는 점, 두 번째 과거사위원회에 강제수사권이 없다는 점이다.


“진상조사단이 장자연 씨의 동료, 지인, 유족, 기획사 직원, 당시 수사에 관여한 경찰, 경찰 지휘부, 검사, 조선일보 관계자, 술 접대 성 접대 등 의혹과 관련된 주요 인물, 언론인 총 84명을 조사했는데 사실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기획사 대표 진술 청취를 못 했어요. 오라고 해도 안 오면 그만이거든요.”


박 변호인은 “그렇기에 수사강제권을 가진 검찰이 이를 수사해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특권층에서 일어난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를 말할 수 없다”고 발언한 것을 언급하며 다시 한번 ‘재수사’를 강조했다.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우리는 조선일보에 대해 재수사를 요구한다. 왜냐면 진실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페미시국광장>은 이제 시작되었다. 경찰과 검찰이 밝히지 않은 ‘장학썬’ 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와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매주 금요일 저녁 광화문은 정의를 찾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모이는 장이 될 예정이다.  (박주연 기자)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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