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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형무소 입소자와 ‘개’가 서로를 돌보는 방법

동물매개 프로그램 확산시키는 저널리스트 오츠카 아츠코



소년원이나 형무소에서 개(dog)가 입소자들의 사회 복귀를 돕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분들이 있을까.


관민 협동으로, 일본 시마네현에 있는 형무소 ‘시마네 아사히 사회복귀센터’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퍼피 육성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그리고 치바현에 있는 야치마타 소년원에서도 입소자들 대상으로 보호소 개들을 훈련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두 사례 모두 저널리스트 오츠카 아츠코 씨(1960년생)가 개발부터 관여한 일본에서의 첫 프로그램이다. 미국의 사례를 20년 이상 취재해온 경험이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이다.


▶ 오츠카 아츠코 씨는 천안문 사태를 사진지 [라이프]에 발표하는 등 보도사진가로 활동했으며, 사람과 사회를 재생하는 동물매개 시도를 취재하여 <잘 가, 엠마 할머니> <‘형무소’에서 맹도견을 기르다> <일하는 지뢰 탐지견> 등의 책을 펴냈다. ⓒ촬영: 오치아이 유리코


오츠카 씨의 사회적 경력은 보도사진가로 시작되었다. 1986년 변혁의 열망으로 불타던 필리핀 시민혁명의 현장, 1989년 중국 정부가 무력 진압한 민주화 운동인 천안문 사태 등. “역사가 움직이는 순간에 함께한다는 벅참 때문에 분쟁 지역을 돌아다녔습니다.”


동물매개 프로그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계기는 ‘걸프 전쟁’(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이를 빌미로 1991년 미국과 유엔 다국적군이 이라크를 공격하며 일으킨 전쟁. 일방적인 다국적군의 승리로 끝났고, 이 전쟁을 통해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 패권을 장악함)의 참사를 취재하던 때였다. 이라크 쿠르드 출신의 난민 여성을 알게 되었는데, 30대 초반인데도 머리카락이 백발이었다. 다국적군의 공격을 피해 대피한 산에서 하룻밤 새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었다고. 그때 깨달았다.


“그때까지 제가 사건만 보고, 사람을 보지 않았더라고요. 가만히 사람의 삶을 보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 미국의 에이즈 환자에 관한 취재 의뢰가 들어왔다. 세간의 오해와 편견 속에 고통받으며 가족에게서도 버림받고 고독하게 살아온 에이즈 환자들을 만났다. 그중에서도 29살에 세상을 떠난 제니와 마음이 잘 통해서, 그녀의 집에 기거하며 취재를 하게 되었다.


“어제까지 할 수 있던 일을 오늘은 하지 못하게 되고, 누구에게 털어놓아야 좋을지 모르는 생각들로 난폭해지기도 하고…. 그런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 스스로 견디기 어려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개나 고양이는 그냥 가만히 제니의 병상 곁에 자리해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주더군요. 동물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에 눈을 떴습니다.”


▲ 오츠카 아츠코 씨의 저서 <‘형무소’에서 맹도견을 기르다>는 <개가 가르쳐 주었다- 감옥에서 키운 안내견 이야기>(윤은정 옮김, 돌베개, 2016)라는 제목으로 국내 출간됐다.


동물들은 사람이 보다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오츠카 씨는 미국 워싱턴주의 여자형무소에서 진행되던 ‘프리즌 펫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알게 되고서 그 힘을 확신했다.


“여자형무소 수감자들 중에는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의 피해자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보낸 여성이 많았어요. ‘프리즌 펫 파트너십’은 보호소에 있던 개들을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인데, 그 과정에서 수감자들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 받거나 재범률이 낮아지고, 개들은 안락사 당하거나 살처분되는 사태를 피할 수 있고, 또 안내견을 갖게 되는 장애인도 도움을 받는 윈-윈의 시도였습니다.”


워싱턴 여자형무소의 동물매개 프로그램에 대한 3년에 걸친 취재는 저서 <살아갈 힘을 준 개>(안내견과 사람들 이야기, 이와나미쇼텐)에 담겼다.


그 후에도 미국에서 시도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취재했다. 캘리포니아의 소녀재생시설, 시에라 유스 센터. 더 어린 아이들을 위해 1974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뉴욕주 ‘애니멀 테라피’(Animal assisted therapy, AAT) 시설, ‘그린 침니즈’(Green Chimneys,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은 아이들을 위한 동물 매개 수업) 등. 동물이라는 생명체를 돌보면서 타자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폭력의 연쇄 고리를 끊어내는 성과를 눈으로 확인했다. “언젠가 일본에도 이런 시설이 생기지 않을까, 꿈이 부풀어 올랐어요.”


오츠카 아츠코 씨의 꿈은 2009년에 실현된다. 시작은 시마네현 형무소였다. 형무소의 초대 총괄책임자가 오츠카 씨가 쓴 <살아갈 힘을 준 개>를 읽고, “수감자가 맹도견(盲導犬,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해보고 싶다”며 의뢰를 해온 것이다. 오츠카 씨는 이 프로젝트의 자문(advisor)을 맡았고, 형무소 수감자가 시각장애인 안내견 후보인 강아지와 함께 생활하며 키우는 교정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


▶ 미국에서 다양한 동물매개 시도를 취재해 온 오츠카 아츠코 씨는 2009년 일본의 시마네현 형무소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보조견)을 육성하는 수감자 교정 프로그램을 탄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자료 사진: 식당 등에 보조견 출입을 허용하라는 캠페인 중인 비영리법인 ‘에센스’(essence) 인스타그램 npo-essence.com


미국의 사례를 모델로 했다고는 하지만, 맨바닥에서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미국의 형무소에서는 수감자가 일하기 싫으면 종일 빈둥거릴 수 있어요. 하지만 일본은 거의 모든 수감자가 징역형이죠. 심지어 시간을 엄수할 것을 요구하니, 다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자유롭게 말 한마디 할 수 없죠. 이런 엄한 규율 속에서 개를 투입하기는 어렵습니다. 동물들과 함께 하는 생활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니까요. 한밤중에 개가 아프면? 개의 목줄이 수감자가 목을 매는 데 쓰이지 않게 하려면?” 이러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갔다.


안내견을 육성하는 형무소 교정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따른 ‘제약’들은 역으로, 지역 사회와 연계시켜서 해결하자는 발상을 만들어냈다. 안내견이 될 강아지를 키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게 할 필요가 있는데, 형무소 안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고자, 주말에는 지역의 자원활동가들에게 강아지를 맡기고 수감자와 사육일지를 교환하면서 교류하도록 했다. 그 결과, 수감자들 중에는 놀라울 정도로 달라진 모습을 보인 이들도 있었다.


“강아지의 배설을 치우다가, 내 아이 기저귀 한 번 갈아준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닫고 아내의 육아 노동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가족관계를 다시 세우려고 노력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 소년원이나 형무소의 수감자 교정 프로그램으로 동물매개 프로젝트를 도입하길 원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시마네현에서의 성공 덕에, 법무성은 다음으로 치바현의 야치마타 소년원에도 동물매개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여기에서는 동물학대나 방치로 쉼터에 수용된 보호견과 소년원의 소년을 일대일로 맺어주고, 좋은 반려견이 될 수 있도록 기본적인 훈련을 시키도록 한다.


많은 경우 가정환경이 불우한 소년들은 자신의 처지를 개에게 이입하며, 함께 다시 일어날 힘과 희망을 발견했다. 지금은 사회에 나가 자신과 같은 소년원 출소자들의 재생을 지원하는 ‘협력 고용주’가 된 사람도 있다. 이런 성과는 오츠카 씨의 신간 <기브 미 어 챈스: 개와 소년의 새로운 출발>(고단샤)로 활자화되었다.


“동물매개 프로그램은 마법 처방전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제가 소년원이나 형무소에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보다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에요. 개의 마음을 알아채고 다정하게 아껴주고 돌보는 마음. 동물들이 그들 속에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을 꺼내어주기 때문입니다.”


재밌는 것은, 오츠카 씨는 개인적으로 ‘개’가 아니라 ‘고양이파’라고 한다. “개에 비해서 느긋하고 조용한 고양이는, 트라우마로 마음이 닫힌 사람과 잘 맞는다고들 합니다. 보호소의 고양이를 사회화하는 프로그램을 여자소년원에 도입해보고 싶어요. 개의 네 배나 되는 살처분도 줄일 수 있고요.”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나카무라 토미코 씨가 정리하고 고주영 씨가 번역하였습니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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