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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해외여행을 위한 가이드라인
[최하란의 No Woman No Cry] 경계를 설정하고 기준을 세우자
여성을 위한 자기방어 훈련과 몸에 관한 칼럼 ‘No Woman No Cry’가 연재됩니다. 최하란 씨는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이자, 호신술의 하나인 크라브마가 지도자입니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한국관광공사 발표에 따르면 2017년 해외 출국한 국민은 약 2천650만 명이다. 이 수치는 매년 늘고 있다. 출장, 유학, 방문, 휴가 등 목적도 다양하다. 특히 성별과 나이에 관계없이 홀로 떠나는 여행자도 늘고 있다.
해외여행지에서 우리는 해당 국가의 사회, 언어,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평소보다 안전에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번 칼럼은 즐겁고 안전한 해외여행을 위한 셀프 디펜스 가이드 라인을 소개한다.
▶ 안전한 해외여행을 위하여
해외여행 안전 가이드
-일정을 여유 있게 잡는다
여행 일정을 여유 있게 잡는다. 여행지는 대부분 익숙하지 않은 곳이다. 익숙하지 않은 지역을 이동하고, 익숙하지 않은 풍경을 지나가고, 다른 기후에서 생활하거나 시차를 겪고, 외국음식을 먹거나 외국어를 사용하고, 외국 돈을 사용한다. 이런 낯선 경험들이 일상에서 벗어난 즐거움을 주지만, 평소와 다른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인체에는 외부 환경과 변화에 대응해 체내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항상성이 있다. 해외여행을 할 때 신체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일을 한다. 기분이 좋고 즐거우면 뇌가 각성돼 피곤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지만, 갑자기 위험을 마주하게 되면 판단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쉽다.
한국에서 생활할 때보다 더 여유 있게 일정을 잡는다면 새로운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즐길 여유가 생기는 것은 물론,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길 것이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 뿐 아니라 시차와 바쁜 일정에 쫓기는 해외 출장객도 소매치기 등 범죄의 주요 타깃 중 하나이니, 중요한 업무일수록 스케줄을 빡빡하게 잡지 않는 것이 좋다.
-나 자신보다 중요한 물품은 없다
소매치기에 대비해 중요 물품을 한 곳에 담지 않고 나눠 놓거나, 귀중품을 몸 앞쪽에 지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어떤 물건, 재화도 나 자신보다 소중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자. 돈, 신용카드, 휴대폰, 컴퓨터, 가방, 서류 그 어떤 것도 나 자신보다 중요하지 않다.
내 지인은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출장을 갔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 주소를 알려줄 때 잠시 머뭇거리던 택시 기사는 호텔 입구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차를 멈췄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급하게 예약한 숙소가 우범 지역에 있었던 것이다. 택시에서 내리자, 마리화나 냄새를 강하게 풍기는 남자가 권총을 들이대며 “머니! 머니!”를 외쳤다.
그는 총으로 위협하는 상대를 방어하고 반격하는 기술들을 알고 있었지만, 머뭇거리지 않고 최대한 신속하게 돈을 내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패닉에 빠지지 않고 신속하고 안전하게 돈과 재화를 건네는 행동은 중요한 셀프 디펜스(Self-Defense)의 하나다.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돌아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 경계를 설정하고, 기준을 세운다.
-친절도 거절할 수 있다
우리는 친절해야 한다고 교육받았고, 어려움에 처한 다른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 교육받았다. 이것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필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범죄자들은 이점을 악용한다. 그러므로 안전을 위한 경계와 기준을 설정하는 게 필요하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주는 음료나 음식은 거절한다. 마취 약물을 몰래 타서 의식을 잃게 한 후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길을 안내해주겠다고 하면서 동행하자고 하거나, 차로 함께 이동하자고 하는 것도 거절하는 게 좋다. 유인해서 금품을 빼앗거나 납치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짐을 들어달라거나 차를 운전해달라는 부탁도 거절하는 게 좋다. 마약소지 혐의나 마약 운반 혐의로 체포되는 경우도 있다. 또,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었을 때 사례를 하고 싶다며 집으로 초대하는 경우도 거절하는 게 좋다.
서로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게 진정한 친절이 아닐까? 그렇다면 거절은 무례한 게 아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상대가 거절했을 때 거절을 받아들일 준비도 돼있어야 한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어플리케이션 이용하기
해외여행에서 위험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이용할 수 있는 정부 서비스들이 있다. 외교부는 올해 5월, 해외에 있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해외안전지킴센터”를 개소했다. 해외안전지킴센터는 영사콜센터가 하는 사건·사고 접수 업무를 지속하면서, 365일 24시간 가동해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피해자 및 가족 지원을 한다.
▶ 해외안전여행 어플리케이션 ⓒ출처: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어플리케이션 스토어에서 ‘해외안전여행’을 검색해 외교부에서 제공하는 해외안전여행 어플을 다운받을 수 있다. 이 어플에는 위기상황별 대처 매뉴얼, 국가별 여행경보 단계, 공관 위치 찾기, 영사콜센터 번호, 현지 긴급구조 연락처 등 유용한 정보가 담겨있다.
한 번 다운로드 받은 후에는 데이터나 인터넷, 와이파이가 연결되지 않는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Q. 셀프 디펜스를 배우고 나서 자신의 행동에 변화가 느껴진 적이 있습니까?
A. “올해 여행을 가면서 확실히 다르게 행동하고 있는 제 자신을 볼 수 있었고, 사회생활도 더 자유롭고 편해졌습니다.
저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2005년부터 1년에 한 번씩 거의 홀로 해외여행을 다녔어요. 사실 홀로 여행을 가면 부모님도 걱정하시고, 저도 위험한 것을 피하려고 노력해요. 여행을 좋아하지만 낯선 사람, 낯선 환경을 상당히 조심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셀프 디펜스를 배우고 나서 확실히 달라진 점은 위험과 위험하지 않음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전에 독일 쾰른 대성당을 여행할 때 저를 보고 어떤 사람이 “그 길은 막다른 길이니 가지 마세요!” 라고 외쳤는데, 저는 그 상황 자체가 너무 무서워서 그 길로 그냥 막 뛰었어요. 뛰고 보니 막다른 길이었고, 돌아 나오니 그 사람이 ‘내가 말했잖아. 그런데 왜 거기로 뛰어갔니?’ 하며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 사람은 나를 도와준 건데, 제가 필요 이상으로 경계하고 긴장한 나머지 위협으로 느끼고 더 위험한 곳으로 들어간 거죠. 하지만, 이제는 제게도 여유가 생겼습니다.
▶ 인터뷰한 학생의 셀프 디펜스 수련 모습 ⓒ스쿨오브무브먼트
전에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내 행동반경을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고 막연한 불안감에 불필요하게 긴장하고 두려워했다면, 지금은 적절한 행동과 제스처를 합니다. 셀프 디펜스 수업에서 배운 스캐닝(scanning)과 타임 라인(time line)에 따른 대응을 제대로 한다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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