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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가르쳐야 한다

발생생물학자 클라라 핀토 코레이어 인터뷰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올해 3월, 도쿄에서 생식기술에 관한 심포지엄 ‘리프로덕티브 바이오테크놀로지-새 시대의 과학과 사회’(총합연구대학원대학 ‘과학과 사회’ 분야 외 공동 주최)가 개최됐다. 여기에 강연자로 참석한 클라라 핀토 코레이어(Clara Pinto-Correia) 씨는 포르투갈의 저명한 발생생물학자로, 펜트 다 로차 카브랄 과학연구소 시니어연구원이다.


“성공률이 낮은 체외수정에 실패해도 여성들은 자기 탓이라는 생각 때문에 불임치료에서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전 세계 공통적인 이 악순환은 재고되어야 합니다” 라고 열띠게 이야기하는 클라라 씨에게 좀 더 상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인터뷰 협력: 총합연구대학원 미즈시마 노조미)


불임치료를 하는 여성들이 겪는 우울과 고통


클라라 씨는 1960년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태어났다. 포르투갈이 식민지 전쟁을 하던 어린 시절을 아프리카 남서부의 앙골라에서 지냈다. 풍요로운 자연환경 속에서 생물들에 대한 열정이 생겨나 리스본대학 의학부에서 생물학을 전공, 미국 뉴욕주립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하버드대학에서 전문 교수에게 지도를 받으며 발생학사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포르투갈과 미국의 유명대학에서 교편을 잡아왔다.


이것만으로도 그럴듯한 직함인데, 클라라 씨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저널리스트, 소설·아동문학·에세이·시를 쓰는 작가이며, 지금까지 펴 낸 책도 50권 이상이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방송의 진행도 하는 등 그 다재다능함에 놀라게 된다.


▶ ‘모든 인간에게 생식능력이 있는 건 아니다. 불임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성교육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발생생물학자 클라라 핀토 코레이어 씨. (페민 제공 사진)


생식기술이나 불임에 관한 저작도 있고, 불임으로 고민하는 커플을 위한 핫라인을 운영하고 관련 행사를 여는 등의 활동도 20년 넘게 하고 있다. 클라라 씨 자신도 불임 경험자다.


“체외수정을 5번 받았는데, 잘 되지 않아서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통계는 없지만, 불임치료를 하는 여성이 약의 영향도 있지만, 자기는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은 많습니다.”


깊은 공허함이 엄습한 지 1년 후, 클라라 씨는 6살 7살짜리 남자아이 둘을 입양했다.


“그 아이들이 집에 들어온 순간, 제 마음은 충만해졌습니다. 일주일 정도 지난 후에는 ‘지금까지 왜 그렇게 슬퍼했던 거지?’라는 느낌이 들더니 생물학적인 내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완전히 사라졌어요.”


하지만, 육아는 녹록치 않았다. 미국인 남편은 포르투갈어를 하지 못해 부부 간 소통의 문제로 결혼생활은 파탄 났다. 2년 후에 이혼. 혼자서 아이들을 키웠다.


“거리의 아이들이었던 두 아이는 굉장히 복잡한 사춘기를 맞이했고, 제 인생을 무너뜨릴 만큼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24살, 25살 청년이 되었고, 곧 제게 네 번째 손자가 생깁니다. 그 아이들의 엄마라는 사실이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합니다.”


출산이나 결혼이 당연하다는 관념에서 자유로워져야


불임인 사람들을 위한 활동은 자신도 고통스러웠던 시기에 시작했다. 지인인 가수와 심리학자 친구와 함께, 불임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기운을 북돋우기 위한 행사를 기획했고 그것이 핫라인 개설로 이어졌다.


불임에 직면하면 많은 사람은 대참사를 만났다고 생각할 정도로 큰 비극을 느낀다. 그럴 때 전화로 상담할 수 있는 핫라인의 존재는 크다. 때때로 미팅도 열린다.


“서로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면, 자신의 경험은 특별한 것이 아니고, 아이나 남편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는 가치관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핫라인을 통해 만난 사람들은 기운을 차린 후 자원봉사자로 활동한다. 지금 핫라인은 포르투갈 각지로 퍼져있다.


클라라 씨는 불임커플의 남성 모임도 20년 동안 해오고 있는데,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여성들은 개방적이라 모임에서 나온 얘기를 다른 곳에 가서 활용하거나 하는데, 남성들은 술에 취해야 간신히 이야기를 꺼내는 데다, 다른 데 가서 ‘절대 말하지 말라’고. 지금도 저한테 ‘비밀유지 맹세’를 받아요(웃음).”


불임은 치료해야 할 것도, 열등한 것도 아니다


생식기술은 유용한 기술인 한편, 돈 되는 비즈니스라는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 대리출산이나 정자·난자 제공을 포함한 생식기술에는 인권이나 경제적 격차 등 내포된 문제도 산더미다.


“저소득 커플이 차랑 집까지 팔아 비싼 불임치료를 받고 싶다는 상담을 하는데, 그렇게 필사적인 그들에게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 못하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사회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통계로는 유럽의 열 커플 중 한 커플이 불임이에요. 모든 인간에게 생식능력이 있는 건 아닙니다. 불임은 치료해야 할 것도, 열등한 것도 아닙니다. 불임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성교육에서 가르쳐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이렇게까지 괴로워할 일은 사라지겠죠.”


포르투갈도 일본이나 한국과 마찬가지로 입양을 선택하는 사람의 수는 적다. 클라라 씨는 동성애자 커플이 입양할 수 있도록 유명한 게이커플과 함께 운동을 펼쳐 제도를 바꾸었다.


“이성애자 커플이나 생물학적인 부모는 완벽하고, 동성애자는 안 된다는 기준 자체가 어리석죠.”


페미니즘이 클라라 씨의 인생에 영향을 미쳤는지 물어봤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한 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여성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대체 누가 목소리를 내겠냐는 거예요.”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구리하라 준코님이 작성하고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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