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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 방송광고에 ‘댓글 뭇매’로는 족하지 않다

시민사회와 매스컴업계 간에 젠더의식 논의의 장 필요



일본에서는 성희롱, 성차별 내용을 담은 방송광고들이 온라인에서 거센 비판을 받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댓글 뭇매’. 그러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댓글 뭇매’로는 족하지 않다. 애초에 이런 방송광고가 만들어진 배경은 무엇이며,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개인과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젠더론을 강의하며 <실천 속 젠더>(신요샤) 등의 저서를 낸 고미야 도모네 교수(도호쿠가쿠인대학 경제학부)의 글을 싣는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매년 쏟아져 나오는 성차별, 성희롱 방송광고


최근, 젠더 이슈와 관련된 광고에 대한 댓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바로 생각나는 것만 예를 들어도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2014년 아지노모토 ‘일본의 어머니’는 육아를 하는 워킹맘이 가사와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정신이 없는 가운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남성을 자연스럽게 묘사했다. 2015년에 백화점 루미네는 ‘일하는 여성을 응원하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스페셜 무비를 제작했는데, 여성사원이 남성사원에게 다른 여성사원과 외모를 비교당하고 “달라지겠다”며 결심하는 내용이다. 그와 유사하게 2016년 시세이도의 ‘인터그레이트’에서는 회사 일에 열중이던 여성이 남성 상사로부터 외모 지적을 당하고 화장을 시작한다.


한편 가고시마현 시부시(市)의 고향 납세 홍보영상 ‘장어녀’는 시부시에서 자란 장어라는 이름의 수영복을 입은 소녀가 “날 키워 달라”며 애원하는 내용을 담아 논란이 됐다. 2017년에 아기용품 회사 무니의 ‘moms don’t cry’는 엄마 혼자 육아에 분투하는 모습을 그리며 “그 시간이 언젠가 보물이 된다”는 자막을 깔았다.


미야기현 관광홍보영상 ‘스즈미야성’은 섹시한 이미지의 여성 탤런트가 성적 표현을 하며 관광명소를 소개하고, 산토리의 새 맥주 ‘이타가키’ 광고는 남성이 출장지에서 현지 여성과 식사를 하는 모습이 성적으로 묘사했다.


매년 성차별 광고로 인한 논란이 풍년이다. 대체 왜 반복되는 걸까.


▶ 온라인 상에서 크게 논란이 된 일본의 성차별, 성희롱 광고들. (출처: 페민 제공)


여성의 경험을 전혀 이해 못하고 있는 제작자들


네티즌들에 의해 광고가 댓글의 뭇매를 맞으면, 다른 한편에서는 “또 페미들이 기승”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광고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러한 반응을 보며 또 분노하고, 온라인 상에서 서로에 대한 공격이 고조되는 양상으로 치닫는다. 이런 현상은 조정이 불가능한 가치관의 대립인 걸까? 만약 그렇다면, 대책은 가급적 서로의 눈에 띄지 않는 것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쟁에서는 가치관의 대립이라고 치부하기 전에 생각해야 할 문제들이 산더미 같다. 특히 중요한 것은 성차별 광고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지식이 얼마나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이해되고 있는가의 문제다. 같은 영상을 봐도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지식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수용한다.


예를 들어, 아지노모토 ‘일본의 어머니’나 무니 ‘moms don’t cry’는 각각 요리와 육아에 전념하는 어머니의 노고를 가치 있는 것으로 묘사한다. 거기에는 가사와 육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응원하고 싶은 의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가사와 육아에 쫓기는 여성들에게는 ‘힘들지만 가치 있다’고 응원 받는 것이 마냥 기쁜 일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첫째아이 출산과 함께 절반 가량의 여성노동자가 일을 그만둔다. 그 중에는 육아와 양립할 수 없어 꿈꾸던 커리어를 포기한 사람들도 있다. 운이 좋아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이라 해도, 일본의 남편들은 거의 가사와 육아를 하지 않는다. 맞벌이어도 여성에게만 가사와 육아의 부담이 돌아오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이 전제된 직장에서는 결국 “일도 가정도 어중간하다”는 평을 듣게 되지만, 누군가가 커리어를 서포트해줄 것도 아니고 한 번 일을 포기한 사람이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여성노동의 실제 경험에 대해 이렇게 극히 기본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해당 광고는 다르게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다른 광고도 마찬가지다.


만약 여성의 현실에 대한 기본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 설사 어떤 도전적인 작품이 비판을 받는다 해도 광고 제작자가 작품의 의도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단순히 작품을 철회하고 “불쾌함을 드려 죄송하다”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성차별 논란이 되는 광고영상이 방송을 타고, 이내 댓글의 뭇매를 맞아 철회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는 현실은, 젠더와 관련한 논의의 토대가 될 공통의 이해를 우리 사회가 아직 갖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


매스컴업계 관리직 여성의 비율 매우 낮아


작년 9월 28일, 나가노시에서 2017년 매스컴 윤리 간담회 전국대회가 열렸다. 그 중에는 ‘광고와 젠더’ 섹션도 마련되었다. 대중매체, 광고업계 내부에서 성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광고회사에서 제작된 전체 광고는 전문부서의 점검을 받지만, 그 부서라는 것도 광고하는 기업이 자사에서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화제성’에 대한 요구도 강해서, 장시간 회의로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내용을 결정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업계 내 여성의 비율이 작다는 것도 큰 문제다. 실제 광고제작 현장에는 이미 많은 여성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매스컴 업계에서 관리직을 점하는 여성의 비율을 보면, 민영방송이 13.7%, 신문과 통신사 5.6%로 매우 낮다. 업계 내부에서 분투하고 있는 여성관리직은 남녀고용기회균등법 1세대이지만, 1986년에 통합직으로 입사해 현재까지 퇴직하지 않고 일하고 있는 여성은 20%에 불과하다. 수가 적은 여성사원으로 일하면서 “여자 주제에”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과도하게 남성사회에 동조해왔다고 반성하는 사람도 있었다.


단기적으로는, 정신없이 돌아가는 업계 안에서 전문가를 포함한 사내 교육과 점검의 체제를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는지가 과제가 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관리직 여성의 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 물론 여성이 들어가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진 않겠지만, ‘여성이 있는 것’이 당연해지면 많은 여성들이 가진 경험을 고려하지 않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중요한 것은 시민들에 의한 비판의 목소리와 대중매체, 광고업계 내부의 문제의식을 접합시켜 논의의 장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극단화되기 쉬운 온라인의 찬반 여론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논의를 심화하는 길을 스스로 찾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미야 도모네 님이 작성하고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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