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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있는 고발이 할리우드를 흔들다

많은 성추행을 묵인한 할리우드, 이젠 변화할 수 있을까?



하비 와인스틴과 그를 고발한 사람들

 

지난 5일,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는 “몇 십 년 동안 하비 와인스틴에 대한 성추행 고발이 묻혀졌다”(Harvey Weinstein Paid Off Sexual Harassment Accusers for Decades)라는 기사를 통해 하비 와인스틴이 행해온 성추행들을 밝혔다.

 

<약 20년 전, 영화 프로듀서인 하비 와인스틴은 애슐리 주드를 페니슐라 비벌리 힐즈 호텔에 초대했다. 어린 여배우는 조찬 미팅을 생각하고 갔다. 하지만 그 대신 하비 와인스틴은 애슐리 주드를 자신의 방으로 올라오라고 했으며, 방에서 그는 가운만 입고 있는 상태로 자신이 애슐리 주드에게 마사지를 해도 되는지 아니면 그녀가 자신이 샤워하는 모습을 지켜봐도 되는지 물어봤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비 와이스틴과 관계가 틀어지지 않게 하면서 어떻게 이 자리를 빨리 벗어날 수 있을까?” 애슐리 주드는 그렇게 생각했었던 걸 얘기했다.> -뉴욕타임즈 발췌

 

뉴욕타임즈는 애슐리 주드의 고발뿐만 아니라 하비 와인스틴 회사에서 일했던 여직원이 당했던 성추행 및 배우 로즈 맥그완의 고발 등을 담아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행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합의되고 묻혀왔는가에 대해 정리했다.

 

하비 와인스틴은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제작자 중 한 명으로 약 40년이 넘게 할리우드에서 활동해 왔으며 수많은 영화 제작에 참여해 왔다. <펄프 픽션>(Pulp Fiction),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Sex, Lies, and Videotape) 같은 독립영화부터 <셰익스피어 인 러브>(Shakespeare in Love),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 <킬빌>(Kill Bill), <스크림>(Scream) 시리즈 등을 제작한 그는 수많은 배우들과 작업해 왔다.

 

뉴욕타임즈의 기사 이후, 성추행을 고발한 배우들과 직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것은 물론 자신도 와인스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람들의 고백이 잇따랐다. 현재까지 약 30명이 넘는 여성들이 자신이 겪은 과거의 경험을 밝혔고 그 중에는 로잔나 아퀘트,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펠트로, 케이트 베킨세일 등의 유명 중견 배우도 있고, 카라 델러바인과 같은 떠오르는 신예 배우도 있으며 익명으로 고발한 사람도 있다.

 

▶ 미투(#Me too) 캠페인을 제안한 배우 알리사 밀라노의 트윗

 

#MeToo 캠페인으로 확산된 목소리

 

이런 고발 속에서 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16일 ‘성적으로 추행이나 폭행을 당한 적이 있는 모든 여자 분들은 #미투(#Me too)를 써 주시길 바랍니다. 이 행동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될지 모릅니다’ 라는 트윗으로 #미투(Me too)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트윗은 2만 건이 넘게 리트윗 되었으며, 트위터의 대변인에 따르면 알리사 밀라노의 트윗 이후 24시간 동안 약 50만 건의 트윗이 #미투(Me Too)와 함께 올라왔다고 한다. 트위터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에서도 #미투(Me Too)와 함께 수많은 글들이 올라왔고 많은 배우들도 동참하며 자신이 할리우드에서 겪었던 사건들을 밝혔다.

 

미투(#MeToo) 캠페인은 타라나 버크(Tarana Burke)라는 흑인 여성이 2007년 처음 시작한 캠페인이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기본 인권을 보장 받지 못하는 계층의 여성들 중 성폭행 피해자인 사람들과 연결하고자 했던 풀뿌리 운동이었다. 17일, 타라나 버크는 데모크래시 나우(Democracy now)와의 인터뷰에서 이 캠페인을 시작했던 과정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성폭력 피해자였던 나도 다른 누군가에게서 ‘나도야’(Me Too) 라는 말을 듣고 나서 절망에서 치유로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왜 지금인가? 권력을 쥔 자의 성폭력에 경종을…

 

할리우드에서 일명 ‘성추행 스캔들’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 할리우드의 역사만큼이나 그 역사도 깊다. 마릴린 먼로도 자서전에서 할리우드의 여자 배우 취급 방식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야기한 적이 있으며,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아동 여성배우 성폭행 사건, 빌 코스비의 성폭행 사건은 이미 유명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사건들이 늘 묻혔다는 것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그 사건을 ‘스캔들’로 취급하고 빠져나갔다. 배우 케이시 애플렉(Casey Affleck)은 성추행 혐의로 고발당했지만, 사실을 계속 부인했고 올해 아무런 문제없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미국 대학 내 성폭력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더 헌팅 그라운드>(the Hunting Ground, 커비 딕, 2015)


사실 미국에서는 지난 몇 년 간, 많은 성폭력 사건에 대한 논쟁으로 뜨거웠다. 대학 내 성폭력 또한 큰 이슈로 부상했으며 그와 관련된 다큐멘터리 <더 헌팅 그라운드>(the Hunting Ground, 2015)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콜럼비아 대학에서는 합의된 성관계 도중 폭력을 휘둘렀다고 고발한 여학생이 대학의 안일한 대응을 비꼬는 ‘매트리스 이동’ 퍼포먼스를 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그러나 추후 경찰과 대학은 조사 끝에 가해자에게 무혐의라는 결론을 내렸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목소리를 높여 성폭력의 심각성을 이야기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성폭력은 섹스가 아니다. 그것은 범죄다’ 라는 내용을 포함한 연설을 몇 번이나 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토론 중에 상대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에게 ‘불결한 여자다’(Nasty Woman)라고 발언하는 것은 물론, 과거의 성추행 행적이 드러났음에도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사회가 조금씩 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던 많은 여성들이 느낀 절망은 컸다.

 

특히 권력이 있는 특권 계층의 남성들에 의해 자행되는 많은 성범죄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피해자와 그들의 고통을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지금의 고발과 함께 불거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고발이 남긴 것, 절망에서 변화로

 

하비 와인스틴은 8일, 자신의 회사로부터 해고당했으며 필름 아카데미(Film Academy)로부터도 쫓겨났다. 미국 프로듀서 협회(PGA)에서도 내부 투표를 통해 하비 와인스틴의 회원 권리를 박탈하는 것으로 결정했으며, 또한 할리우드 내의 성추행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반 성추행 TF’(Anti-Sexual Harassment Task Force)를 만드는 것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하비 와인스틴에 대한 혐의는 경찰 조사 중이며, 그는 현재 애리조나에서 섹스중독 재활 치료를 받으려고 한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할리우드에서 일명 ‘성추행 스캔들’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 이번엔 변화할 수 있을까? (pixabay.com)


일부의 사람들은 고발을 지켜보며, 지금은 유명해진 여자 배우들에게 왜 이제서야 고발을 하냐고 비판을 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고발하지 않았던 것은 그것을 이용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냐, 그리고 실제로 그걸 이용해서 경력을 쌓은 것이 아니냐, 그러고도 피해자라고 할 수 있냐고 말이다. 그 대답은 이미 고발자들의 증언에서 찾을 수 있다.

 

“나는 먹고 살기 위해 경력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28살의 여성이다. 하비 와인스틴은 자신의 회사를 가지고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64살이다. 파워의 균형은 나:0, 하비 와인스틴: 10이다.” -뉴욕타임즈를 통해 첫 고발을 한 직원 로렌 오코너(Lauren O'Cnnor)의 메모, 뉴욕타임즈 발췌

 

또한 일각에서는 #미투(Me Too) 캠페인이 여성들의 절망을 전시하는 형태로 쓰일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 고발뿐만 아니라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함께 변화시키자 등의 글과 메시지들이 공유되고 있고, 배우들도 변화의 행동에 나설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 한국에서도 영화계 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목소리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 ‘남배우 A 성폭력 사건’은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되었지만 항소심에서 징역1년,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으며 오는 24일 오전 11시에는 여배우 측에서 유죄 판결을 환영하는 기자 회견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박주연 기자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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