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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윤리적 휴대폰’의 시대를 열자

스마트폰 제조의 그늘, 인권침해와 환경파괴



‘공정무역’이나 ‘유기농 작물’ 등 식품과 의류 산업에서 윤리적 생산과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은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스마트폰과 휴대폰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광물을 둘러싸고, 세계적으로 처참한 인권 침해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까.

 

아시아태평양자료센터(PARC)에서 개최한 국제심포지엄 “윤리적 휴대폰을 만들 수 있을까?”에서 보고된 내용을 PARC 사무국장 다나카 시게루 씨가 전한다.

 


광산 개발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의 잇따른 죽음

 

“우리들이 원했던 이주 생활과는 전혀 달랐다.”

“모두 광산 개발에 동의했던 걸 후회하고 있다.”

 

이렇게 얘기한 사람은 필리핀 원주민 마마누와족의 젊은 리더인 니코 델라멘테 씨다. 그는 광산 확장 계획에 반대하며 조상으로부터 이어져온 땅을 되찾고자 하는 활동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올해 1월 20일, 대낮에 광산회사 쪽 사람으로 추정되는 암살자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한편, 온두라스에서는 원주민의 삶을 위협하는 광산 개발과 그와 연관된 댐 건설에 20년간 반대운동을 해 온 저명한 활동가 베르르타 카세레스 씨가 작년 3월 3일 새벽에 자택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광산 개발은 대규모의 환경 파괴와 원주민들의 강제 이주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자체가 문제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광산 개발에 반대하는 활동가가 암살되거나 부당 체포되는 사건들 역시 심심치 않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광물자원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다양한 금속을 필요로 하는 상품 중 하나가 스마트폰과 휴대폰이다. 40종류 이상의 원료, 1천 개 이상의 부품으로 조립된다. 그 안에는 대체 얼마만큼의 인권 침해와 환경 파괴가 채워져 있을까? 그리고 윤리적 휴대폰은 실현될 수 있을까?

 

‘책임 있는 광물 조달’은 공상에 불과하다?!

 

캐나다 채굴기업의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 문제를 조사해온 단체 ‘마이닝 워치 캐나다’(Mining Watch Canada)의 캐서린 쿠먼즈 씨는 채굴기업이 내건 ‘책임 있는 광물 조달’이라는 슬로건은 “공상 속의 동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의미인지는 모두가 알지만 실체는 누구도 본 적 없다.

 

채굴기업에 의한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 문제는 개발도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문제의 대부분은 캐나다, 호주 등의 선진국 기업이 일으키고 있다. 심지어 선진국 내에서도 문제는 일어난다. 최근 캐나다에서는 광산에서 나온 방대한 폐액을 저장하는 댐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사고로, 방대한 양의 유해폐액이 하류로 흘러갔다. 사고는 공업기술력이 떨어지는 국가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소규모 광산에서는 이러한 문제 역시 소규모로 끝나지만, 일단 대규모로 일어날 경우 자연의 재생능력을 월등히 능가하는 오염이 너무도 쉽게 일어나버린다. 현재의 공업기술력으로는 대규모 광산에서 ‘책임 있는 광물 조달’ 등이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정말로 공상 속 산물인 것이다.

 

▶ 네덜란드의 사회적 기업 페어폰이 제조한 스마트폰(Fairphone)  ⓒ페민 제공 

 

‘공정한 스마트폰’ 제조하는 페어폰 운동

 

도상국의 커뮤니티 중에는 소규모 채굴로 얻어지는 현금 수입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콩고 동부 지역의 채굴 커뮤니티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콩고에서는 내전으로 인해 오랜 분쟁에서 일어서야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삶을 다시 일으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콩고의 일부 지역에서 지금도 활동 중인 무장 세력의 자금원에 광물이 이용되고 있다는 유엔의 보고도 있다.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단체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광물 자원이 ‘분쟁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는 운동을 강력하게 펼쳐, 기업과 정부가 분쟁 광물 문제에 대처하도록 요청했다. 그 결과 미국 정부는 분쟁 광물을 규제하는 토드 프랭크법을 2010년에 가결하고, 기업도 대책 마련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결과, 공정한 광물까지도 공정한 가격으로 살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인도적 배려를 위해 전 세계가 ‘콩고 보이콧’을 선언함으로써 곤경에 처한 것은 현지의 채굴 커뮤니티다.

 

그래서 보다 ‘공정한 스마트폰’ 제조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네덜란드의 사회적 기업 페어폰(Fairphone)에서는 분쟁에서 일어서려는 콩고의 채굴 커뮤니티에서 광물을 구매해 지원하고 있다고 모니크 렌파스 씨는 이야기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벤자민 클레어 씨가 운영하는 ‘베터 소싱 프로그램’(BSP) 등의 현지 모니터링 프로젝트다.

 

BSP에서는 분쟁 광물 의혹을 받는 콩고 현지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 수시로 현지 정보를 제공받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현지에서 세세한 정보를 받음으로써 분쟁에 가담하지 않기 위해 엄격하게 체크함과 동시에, 돈의 용도와 노동자 안전 등도 점검하는 시스템이다.

 

페어폰은 그러한 새로운 시스템도 활용하며 광물 조달과 제조, 판매, 사용 후의 폐기에 이르기까지 보다 공정한 산업계를 실현하기 위한 운동으로서 스마트폰을 제조하고 있다. 페어폰은 제조 과정이 윤리적일 뿐 아니라, 소비자가 이용하다가 고장이 나면 부품별로도 교체할 수 있다. 누구든 특수한 도구를 쓰지 않고도 쉽게 분해할 수 있다.

 

유럽의 소비자 역시 페어폰을 지지하여 3년 반 동안 10만대 이상이 판매되었다.(1대 약 80만원) 이는 지금 유럽의 전자기기 제조사 중 가장 점유율 상승이 높은 편에 속한다. 페어폰 운동 자체가 세계의 전기전자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 아시아태평양자료센터(PARC) 국제심포지엄 “윤리적 휴대폰을 만들 수 있을까?”에서 발표하는 페어폰(Fairphone)의 모니터 렌퍼스 씨 ⓒ페민 제공

 

제조사는 소비자의 눈을 의식하고 있다

 

일본의 전기전자 산업의 경우에는 콩고에서 분쟁에 가담한 광물, 소위 ‘분쟁광물’에 관해서는 미국 토드 프랭크법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인권배려 가이드 등 국제적인 규제의 영향을 받아 각 기업이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다른 문제에 관해서는 진척이 보이지 않는다. 기업에게는 광산 현장의 세부까지 관리할 능력이 없고, 비정부기구의 정보만으로 중요한 경영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속내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의 전자기기 제조사 중 일부는 고객 불만을 회피하기 위해 광산 ‘블랙리스트’를 제시하도록 업계 단체인 일본 전자정보기술 산업협회(JEITA)에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한다.

 

이제 시민사회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 제조사는 이미 소비자의 눈을 의식하고 있다. 멀리 해외의 광산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국내에서 확산시키는 활동은 현지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니코와 베르르타의 죽음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세계의 광산 문제 실태를 알고 알릴 필요가 있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주의 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다나카 시게루 씨가 작성하고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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