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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작은 나라에서 살고 있었구나

<초보여행자 헤이유의 세계여행> 모잠비크


※ 초보여행자 헤이유의 세계여행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서른여덟에 혼자 떠난 배낭여행은 태국과 라오스, 인도를 거쳐 남아공과 잠비아, 탄자니아, 이집트 등에서 3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혼+마흔+여성 여행자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전체 기사 


▶ 남아프리카공화국.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을 가고 있다.

 

모잠비크로 가는 길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을 가고 있다.

세상 밖으로 나오길 잘했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크다.

 

인도를 떠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도착해서 모잠비크로 가는 길. 아무것도 못 봐놓고도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남아공은 참 크다.

 

일단 하늘이 엄청 넓고 선명하다. 손에 잡힐 것 같은 하늘과 구름이 시야를 가리지 않고 끝없이 펼쳐져 있다. 창 밖에 보이는 집과 집 사이의 거리나, 농장이나, 초원이나 모든 것이 크고 넓다. 소들을 보고도 깜짝 놀랐다. 소가 무지하게 크구나! 헌데, 무지하게 작은 거다. 시아를 넓히면 엄청난 공간에 소 몇 십 마리가 그냥 점같이 보이는 느낌이다.

 

내가 정말 작은 나라에서 살고 있었구나 싶다. 이 알 수 없는 공간감각은 그간 작은 나라에서 수없이 많은 건물들과 차들과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이다.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버스를 타려 해도 당장 허허벌판 어딘가에서 시작해야 할 판이니~ 버스가 있긴 한 걸까? 미니밴이나, 흑인택시나 뭐 이런 것들이 있다는데… 차 없이 살기 힘든 곳이다. 이곳도~


도심 사막 같다. 도시 안에서도 걷다가 말라죽을지도 몰라.

 

▶ 낯설고 넓은 땅에 오니 시야가 넓어지고 생각도 다양해지는 기분이다. ⓒ헤이유

 

인도도 넓다 했지만, 사실 배낭여행자들이 다니는 곳은 뻔하다. 게다가 사람들이 빽빽한 인도에서는 붙들고 길을 물어볼 사람이라도 있지 않나.

 

남아공은 나에겐 낯선 존재인 흑인 반, 백인 반. 흑인들은 정말 영화에 나오는 흑인들이랑 똑같다. 말투와 걸음 모두 리드미컬하다. 백인도 진짜 영화에 나오는 백인들 같다. 둘이 교묘히 따로 노는 느낌도 영화에서랑 비슷하다.

 

길가에 앉아있는 가난해 보이는, 혹은 위험해 보이는 이들은 모두 흑인이다. 그렇다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이들 모두 백인은 아니다. 흑인도 잘 사는 사람이 많다. 대통령도 흑인이잖나.

 

인도인 친구가 자꾸 “흑인을 만지지 마. 너도 까매지니까. 까만 건 나쁜 거야” 라고 한다. 그래서 이미 나는 까맣다고 말해주었다. 그 친구에게 백인을 만지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볼까.

 

아프리카에 오길 잘했다. 시야가 넓어지고 있고, 생각이 다양해지는 기분이다.

 

모잠비크 토포 해변으로 가는 케이프버스를 타고 가는 길. 출발도 늦고, 도중에 사고도 났고… 아마 해지고 마푸토에 떨어질 듯한데, 혼자였으면 막막했을 것 같다. 친구 요셉이 있어서 다행이다.

 

플레토리아에서 토포로 가는 버스 안. 반은 백인 여행자, 반은 현지인들이다. 얼마나 꽉꽉 채우고 짐을 가득 실었는지 맨 뒤에 앉은 우리는 압사당할 것 같은 고통 속에서 11시간을 달렸다.

 

마푸토에 들어오는 것만도 비자비가 7만원, 버스 택시비가 6만원 돈. 들어오는 길은 험난함 그 자체다. 아프리카는 이동수단의 고통만으로도 최악의 여행지였는데, 그렇기에 이동하는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모잠비크 토포 해변에서 석양이 질 무렵. ⓒ헤이유

 

아프리카에서 보는 별

 

어디든 마음 주면 다 좋은 거야.

바다를 보는 순간 옷을 갈아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뭐랄까, 해운대 바다 같은데 파도며 하늘이며 스케일은 아프리카.

 

파도를 타다 멀미가 나서 잘 놀지도 못하고 나왔다. 원래 아침을 안 먹다가 여행지에서 먹고는 오전 내내 설사를 한 적이 있는지라, 전날부터 아무 것도 먹지 않았는데도 버스에서 내내 설사로 고생했다. 그렇지만 그간의 피로는 바다 속으로 휙!

 

도착하자마자 햄버거 하나를 사 먹고 저녁에 시장으로 나갔다. 시장은 내가 그리던 아프리카 흑인들의 놀이터. 어디서나 음악이 흐르고 춤이 있다. 흥겨운 마음에 들썩인다. 생선 정식을 먹고 숙소에 들어오니 여긴 또 다른 세상이다.

 

다음 날 아침. 바다를 혼자 거닐었다. 제주도 같은 느낌도 든다. 올레 길을 걷다 뒤돌아보면 내 발자욱이 하나둘 생기고 지워지고 하던 그 길. 이 곳 모래는 사그락 사그락 소리가 난다. 너무 얇아서 하늘을 비추는 유리가 되는데, 걸을 때도 빠끄닥 빠그닥 소리가 난다. 이 해변이 좋다.

 

▶ 열린 하늘과 시야에 다 담을 수 없는 수평선. ⓒ헤이유

 

은하수를 보았다. 보홀에서 반딧불 투어를 할 때 강위 카약에서 보던 별과 라오스 무앙응오이에서 보았던 간위 보트에서의 별. 그만큼 그보다 더 많은 별들이 손에 잡힐 듯 지천에 널렸다.

 

아. 이 별을 보기 위해 내가 아프리카에 왔구나…. 보는 순간 은하수인 걸 알았다. 동네 마실을 갔다 오는 길에 본 별들이다. 별을 보기 위해 어디론가 간 것이 아니라. 이렇게 세상엔 원래 별들이 많았구나. 새삼 존재하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라도 봐야지. 보기 위해 왔으니….

 

사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마음이 무거운 날이었다. 이 시국에 이렇게 남의 나라에 와서 돈을 쓰고 앉아있으니 미안하기도 하고… 이렇게 웃고 있는 게 맞나 싶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아프리카의 흥겨운 음악을 들으며 널브러져 앉아 있다.

이 밤을 느끼며.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전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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