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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미움, 죄책감이 교차하다

[머리 짧은 여자 조재]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



강아지 짖는 소리에 자주 잠에서 깼다. 깨서 시계를 보면 새벽 세 시나 네 시 즈음이었다. 가뜩이나 잠이 부족한 상황인데 매일 새벽에 두세 번씩 잠에서 깨니 강아지 입을 틀어막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래도 내게 몸을 꼭 맞대고 있는 녀석을 보고 ‘그래, 네가 무슨 잘못이 있겠니’ 하며 다시 잠을 청했다.

 

A의 집에 신세지게 된지 딱 한 달이 되었다. A의 반려견 겨울이는 그새 나와 많이 친해졌다.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면 겨울이는 왜 이제 왔냐는 듯 앓는 소리를 내며 겅중거렸다. 온몸으로 환대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쩐지 든든했다. 퇴근 후엔 장난감 던져주는 기계로 빙의해서 겨울이와 놀곤 했다.

 

겨울이는 여느 때와 같았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오르락내리락 기복이 있는 인간이었다. 장난감을 던져주기엔 피로했고 집에 와서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장난감을 던져주지 않아도 겨울이는 아랑곳 않고 계속 내 앞에 장난감을 척척 가져다놨다. 환대해주는 든든한 존재는 어느 순간 나를 괴롭게 만드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내가 겨울이를 먹이고 닦이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님에도 그랬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일의 시시콜콜한 어려움에 대해 생각하며 잠든 밤, 겨울이의 헛짖음 소리에 잠을 깬 나는 결국 폭발해버렸다. 강아지에게 화내고 짜증 부려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큰소리를 냈다.

 

▶ 겨울이   ⓒ머리 짧은 여자, 조재

 

겨울이는 원래 A의 남편 B의 반려견이었다. B가 타지방으로 발령이 나면서 이사 전까지 A 혼자 겨울이를 도맡아 키우고 있는 상태였다. 둘이 함께 돌보다가 혼자 돌보려니 A는 점점 지쳐갔다. 아침이면 배변패드를 닦고 갈아주고 변을 치웠다. 밥과 물을 갈아줬다. 퇴근 후엔 또 변을 치우고, 염증약을 먹이고, 산책을 나갔다. 산책 후엔 발을 닦아주고, 밥과 물을 갈아줬다. 별것 아닌 일 같아보여도 반복적으로 꽤 힘을 들여야 하는 노동이었다.

 

A도 나와 마찬가지로 인간이기에 기복이 있었다. 너무 힘든 날이면 퇴근 후에 또 노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에 들어가는 것이 싫었다. 일부러 밖에서 식사를 하고, 평소보다 늦게 들어가는 날도 있었다.

 

“이번에 겨울이를 혼자 돌보면서 독박육아와 산후 우울증을 간접 경험한 것 같았어.”

 

겨울이를 사랑하는 것과 별개로 너무 미워지는 순간을 경험했다고 A가 말했다. 그렇게 미워하다가 또 축 늘어져있는 겨울이를 보며 죄책감을 느낀다 했다. A는 애정과 증오 그리고 죄책감 사이를 널뛰며 점점 소진되어 갔다.

 

“미디어에서는 너무 반려동물의 귀여움만 부각해서 보여주는 것 같아. 동물들도 다 감정이 있고, 내 맘대로 되지 않는데…. 또 그들이 늙거나 병든 모습도 보여주지 않잖아.”

 

처음에 A가 겨울이에게 기대했던 모습도 비슷했다. 귀엽고 천진한 모습. 이제 A는 동물을 기르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동물과 함께 사는 것은 잘 모르는 타인과 함께 사는 것만큼이나 큰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전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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