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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은 ‘그날 오전’ 세월호 아닙니까?

<세월호와 함께 사는 사람들> ‘대통령의 7시간’ 묻기

 

 

세월호 참사 953일째입니다. 단원고 학생 2학년 1반 조은화, 2학년 2반 허다윤, 2학년 6반 남현철, 박영인과 단원고 교사 고창석 선생님, 양승진 선생님, 제주도민 권재근 권혁규, 그리고 이영숙 님이 아직도 바다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 마친다던 세월호 인양은 9월로 연기되고, 11월을 기약했다가, 결국 내년으로 미뤄졌습니다.

 

세월호 선미부터 아랫부분에 하나씩 리프팅 빔을 설치하는 방식에서 선미를 들어서 한 번에 여러 개의 리프팅 빔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세월호 인양이 해를 넘기게 된 것입니다. 이미 전문가들이 위험을 지적한 방법으로 인양 작업을 하며 선체에 130개가 넘는 구멍을 내었다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는 자료도 주지 않고 해양수산부가 일방적으로 인양 방법을 바꾸면서, 세월호는 더 많이 훼손되고 인양은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지난 해 9월부터 동거차도에서 인양 작업을 감시하던 유가족들은 그 춥고 열악한 산꼭대기에서 두 번째 겨울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배 밖으로 나오기만 했어도 살 수 있었던 세월호 침몰 지점의 물리적 환경을 두 눈으로 계속 확인하는 것이 육신의 고단함보다 더 큰 고통이 될 것입니다. 잘못한 것 하나 없이 아이를 잃고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온갖 수모를 당하고,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미안함과 그리움에 아파도 아파할 수 없는 미수습자 가족들은 뼈 한 조각이라도 만져보고 싶다는 바람으로 외롭고 추운 팽목항을 지키고 계십니다.

 

▶ 2016.11.21 청와대 입구. 다른 사람은 들여보내지만 ‘7시간’을 묻는 세월호 유가족은 경찰에 막혀있다. ⓒ화사

 

‘7시간’이 적힌 피켓이 위해가 된다고?

 

이 마음들을 외면할 수 없어서, 다윤이 부모님이 매일 하시던 청와대 앞 피켓팅을 이어가기 위해 매주 월요일 청운동 주민센터 앞으로 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에는 다른 날보다 경찰이 더 많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기자들이 와 있었고, 청와대 분수 앞으로 1인 시위를 하러 오신 경빈 어머니 전인숙 씨가 경찰에 막혀 서 계셨습니다. 그 옆으로는 시민들이 청와대 앞쪽으로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청운동 주민센터 사거리에서 피켓팅을 마치고 광화문에서 다시 만난 전인숙 씨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여쭤보았습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지난 16일에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대통령의 7시간’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어요. 이후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려고 하는데, 대통령 당사자가 있는 곳에서 ‘퇴진’이나 ‘하야’나 ‘구속’이나 ‘7시간’처럼 직접적인 표현이 있는 피켓은 ‘위해를 가하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거예요.”

 

전인숙 씨가 든 피켓에는 “304명의 생명이 스러져가던, 대통령이 사라진 ‘7시간’ 어디에서, 무엇을 하였나요?”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1인 시위는 어디서나 누구든 할 수 있는데, 경찰이 이를 막으면서 법적 근거를 설명해주었는지 질문했습니다.

 

“설명도 없이 계속 막아서 저희가 고소할 거라고 했더니 ‘그냥 고소하라’고까지 해요. 유가족들이 입고 있는 이 노란색 옷도 ‘위해가 된다’며 단체로 노란 옷을 입고 오는 것도 ‘위압감을 준다’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우리 엄마들이 1인 시위하기 위해 혼자 서있는데도 뒤에 20~30명씩 서 있는 경찰들이 솔직히 더 위압감을 주잖아요. 정말 어이가 없는 거예요. 항상 유가족을 막고 감시하는 경찰이 어떻게 가족들에게 ‘위압감’이니 ‘위해’니 이야기하는지 이해가 안 가요. 공무집행이면 이해를 시켜줘야 하는데, 제대로 설명해주지도 않고 몸으로 막기만 하는 거죠.”

 

지난 16일 수요일에도, 그 다음 날에도 경찰은 유가족의 1인 시위를 막았습니다. 하지만 금요일에 이 소식을 듣고 국회의원들이 청운동 주민센터로 왔을 때는, 피켓을 든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을 청와대 분수대 앞에 들여보내줬다고 합니다. 박주민 의원이 들고 있던 피켓은 전인숙 씨가 피켓을 들고 경찰과 대치한 사진을 크게 인쇄한 것으로, 거기에도 대통령의 ‘7시간’은 잘 보였지만 경찰은 막지 않았습니다.

 

“의원들이 든 피켓에도 똑같은 문구가 정확히 보이는데 의원들은 들여보내고, 우리 유가족이 들면 안 된다고 막아버리는 거예요. 그 똑같은 문구를 누구는 들여보내고 누구는 들여보내지 않는 게 말이 되나요? 이상하잖아요, 너무 자의적이고. 그래서 그 차이점을 이야기해달라고 하면 시선도 안 마주치고 답도 안 해요. 다른 사람들이 피켓 들고 들어가는 것 보고 ‘왜 저 사람들은 들어가도 되고 우리는 안 되냐’고 물어보면 ‘저 사람들은 다른 사건이다’며 막아서요. ‘엄마 하나가 들어가는 게 위해가 될 거면 경찰이 따라 들어가면 되지 않겠냐?’고 이야기하면 대답을 안 해 줘요. 불리하면 그냥 대답을 안 해주는 거예요.”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요. 무조건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 된다는 지침에 따라 경찰들이 비상식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현실이 슬프고 안타깝습니다.

 

▶ 2016년 11월 12일 3차 민중 총궐기. 행진중인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 ⓒ엉겅퀴

 

그날, 생명을 구하려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나

 

명령에 불복한 이후에 누명을 쓰고 직위를 잃은 분도 있습니다.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즉각 참모들을 소집한 뒤, 인근에 있던 통영함을 출동시키라고 명령했습니다. 상부에서는 정확한 이유 없이 그의 명령을 제지했지만, 황 전 해군참모총장은 이에 불복하고 재차 통영함 출동 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해군참모총장보다 더 윗선(은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 뿐)에서 제지하는 통영함 출동 명령은 이행될 수 없었습니다.

 

황 전 해군참모총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통영함 납품 비리 의혹에 연루되며 보직에서 해임되었습니다. 그런데 1심과 2심 그리고 대법원 판결까지 거쳐 황 전 해참총장은 약 2년 뒤에 통영함 납품 비리 의혹이 ‘무죄’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니 세월호 안의 생명들을 구하려던 해군참모총장이 상부 명령에 불복했다는 이유로, 정권에 의해 보복을 당하고 누명을 쓴 것 아니냐는 여론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일에는 일관성 있게 비상식적인 반응을 해왔는데요. 아이들을 구하다 돌아가신 김초원 선생님과 이지혜 선생님은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 인정이 아직도 안 되고 있습니다. 시신 수습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민간잠수사들에게 병원비 지급을 멈추거나,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비상식적이지요. 또, 민간잠수사로 시신 수습 활동을 하던 공우영 씨에 대해 검찰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한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일인데, 1심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음에도 지난 3일 대법원에 상고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최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현 정부가 그동안 어떻게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붕괴시켜 왔는지, 얼마나 많은 부정부패와 불법을 저지르는 집단인지 알게 되면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비상식적 대처가 조금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박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국정원 여론조작은 세월호에도…

 

특히 JTBC가 입수해 보도한 민정수석실 문건을 통해 ‘국정원의 역할’이 드러나면서 조각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불과 두 달 뒤에 작성된 이 문건은 대통령이 독자로 돼 있는 맞춤형 보고서인데요. 세월호 참사를 ‘지지율 악제’ 규정하고 대통령에게 ‘여론조작’을 하라고 구체적으로 조언하고 있습니다.

 

참사 직후 수색 작업이 한찬 진행 중이던 시기에, 국정원이 대통령의 지지율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이 보고서는 “여객선 사고 후유증 등으로 국정 정상화 지연”이라며 세월호 사고를 단순사고로 규정합니다. 이즈음 ‘세월호는 일종의 해상 교통사고라고 볼 수 있다’, ‘세월호 참사는 교통사고… 과잉보상 안 돼’ 등의 발언을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과 주호영 의원이 했습니다. 마치 작전을 이행하는 것처럼 의원들이 동조하고, 정부 책임과는 무관한 사고라는 프레임이 언론을 통해 강화되면서, 세월호의 진실 규명을 외치는 유가족에게 등 돌리는 여론이 형성되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 2016년 11월 13일 안산분향소 앞 훼손된 현수막.  ⓒ임영호

 

국정원이 보고서로 ‘보수단체를 활용해 적극적인 맞대응 집회를 열어야 한다’고 한 이후, ‘일베’ 회원들이 후원을 받아서 단식 투쟁하고 있는 유가족 앞에서 폭식 투쟁을 하고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봉사단이 농성장을 찾아와 시비를 거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한기호 전 의원(새누리당)이 “이제부터는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라 하고, 보수논객 지만원 씨가 “시체장사에 한두 번 당해봤는가… 남한의 빨갱이들은…”이라 하는 등, 뜬금없는 색깔론과 음모론이 등장하면서 유가족들에게 ‘지나치다’, ‘돈 받았으면 시체팔이 그만해라’ 등 부정적인 반응이 늘어났습니다.

 

국정원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박근혜 정권의 무능과 실책이 드러나자, 사고 초기부터 유가족을 사찰하던 국정원은 대통령 수신의 보고서에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 전하고, 정치인와 언론이 합세하면서 ‘유족 돈벌이’ 프레임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박근혜 씨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던 국정원의 여론조작 방법은 세월호의 진실 규명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몰이를 하는 데에도 효과적이었고, 앞으로도 촛불정국을 어떻게 위협할지 알 수 없습니다.

 

민간인 최순실 씨에 의한 국정농단이 밝혀져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가운데, 11월 11일 박근혜 정부는 서울 중구 저동의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실을 철거했습니다. 이미 9월 30일 정부가 특조위 활동을 강제로 종료했지만,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출근해 조사 활동을 벌여온 특조위 조사관들을 사무실에서까지 쫓아내는 걸 보면 이 정권은 어떻게든 세월호 사건을 덮어버리려는 강한 의지를 가진 것만은 확실합니다.

 

광화문 광장에 백만 명이 모였던 지난 12일,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시민들과 함께 세월호 인양과 진실 규명을 촉구하며 행진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의 응원에 힘을 받았던 그 날, 저녁 10시~11시경에는 안산 분향소 현수막 20여개를 누군가 난도질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되어 지난 3월, 유엔에 제출할 한국 인권보고서에서 세월호 참사 등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준 유영하 변호사가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이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 큰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대통령의 7시간’ 물을 권리 있어

 

▶ 2016년 11월 19일 청운동주민센터 앞. ‘대통령의 7시간’을 묻는 두 시민. ⓒ김주휘 페이스북


304명의 생명이 수장되는 동안 이를 방치한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용의 의심과 추측들이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으로서 어떤 마음인지, 독자들에게 당부할 말씀이 있는지 경빈 어머니 전인숙 씨에게 여쭤보았습니다.

 

“국민들도 제 마음 같을 것 같아요. 그냥 제발 아무것도 더 하지 말고 내려왔으면 좋겠어요. 세월호 인양도 내년 4월까지 미뤄지고 있는 심각한 상황인데 과연 4월에는 인양을 해줄까요? 이제 세월호 참사 2년 8개월째 접어들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계속 속아왔잖아요. 앞으로는 믿어달라고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요?

 

우리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한발 양보 없이 진상규명의 그날까지 끝까지 싸울 거예요. 국민들도 국민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 목소리를 내야 되잖아요? 국민들의 마음에 쌓인 것들을 내보이기 위해서 계속 광장에 나와서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얼마나 성나 있나 표현해주시고, 세월호에도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현재 대한민국이 2014년 4월 16일 오전의 세월호와 똑같잖아요? 언제 침몰할지 되게 불안한데, 제2의 세월호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국민들이 모두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정부에 의해 해체됐지만, 이석태 위원장이 자신이 선장이라며 진실규명을 위해 끝까지 간다고 하셨어요. 제2의 특조위가 반드시 만들어져야 하고, 국민조사위도 꾸려져서 활동한다고 하니, 위에서 못한다고 하면 우리 국민들이 저희 가족들과 함께 안전한 사회를 직접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세월호 유가족들의 대통령 ‘7시간’ 에 대한 질문은 여지없이 길이 막혔지만, 함께 그 질문을 한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 언제든지 따져 물을 권리가 있습니다. ‘7시간’ 피켓은 광화문 세월호 광장 서명대에 있습니다. 언제든 대통령의 ‘7시간’을 질문하세요. 이왕이면 청와대 가까운 곳에서 1인 시위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헌법은 기본권으로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합니다. 또한 현행 집시법상 집회, 시위가 금지된 장소에서도 1인 시위는 경찰신고 없이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막는 것이 불법입니다. 우리의 권리를 되찾는 것이 절실한 때인 것 같습니다. 평일에도, 언제 어디서든 어떤 방법으로든 질문을 하고, 우리의 권리를 주장해보면 어떨까요?

 

“대통령은 국민 말고 뭣이 중한가요?”

“대체 그 7시간동안 죽어가는 국민을 두고 무얼 했나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줍시다! (화사)  Feminist Journal IL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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