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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맞서는 힘은 ‘진실을 기억하는 것’

올해의 인권 뉴스들을 꼽아보자


※ 인권10대뉴스 선정을 위한 온라인캠페인 참여를 독려하며,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과 학생인권상담소 ‘넘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쥬리 님의 기고를 싣습니다.  Feminist Journal ILDA

 

▶ 인권10대뉴스 선정을 위한 카드뉴스  ⓒ http://bit.ly/2fTarVd


박근혜와 최순실, 그리고 그 측근들의 비리와 기행들이 연일 톱뉴스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해야 하는 이유는 보톡스와 프로포폴, 비아그라와 “섹스 테이프” 때문이 아니다. 국가 기밀을 유출하고, 최순실과 그 측근들에게 특혜를 주는 비리를 저질렀기 때문만도 아니다.

 

나는 박근혜 정권이 우리의 목숨과 삶, 미래와 존엄성을 희생시켜 대기업과 기득권의 이익에 봉사했기 때문에 퇴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보톡스를 맞았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을 구조할 수 있었던 참사의 시간동안 대통령이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국민의 인권 보장에 대한 어떤 책임을 방기했는지를 추궁해야 한다.

 

국정원 정치공작, 테러방지법, 故백남기 죽음…

 

벌써 12월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빨리 흐르지만, 우리의 기억 소멸은 그보다 더 빠른 것 같다. 故 백남기 농민이 공권력의 물대포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것이, 강남역 부근의 공중화장실에서 어느 여성이 ‘여자라는 이유로’ 살해된 것이,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용역업체 청년노동자가 사망한 것이, 어버이연합의 정치공작을 국정원이 사주하였음이 드러난 것이, 그리고 국회와 거리에서 필리버스터가 이어졌음에도 테러방지법이 통과된 것이 모두 올해 일어난 일이라면 믿어지시는지.

 

올해 일어난 일들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 과거부터 해결되지 않고 계속되어 온 문제, 그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당사자들의 현재 목소리를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 1970-1980년대 노숙인, 장애인 등을 감금 수용하여 현재까지 밝혀진 사망자만 500명이 훨씬 넘는 ‘형제복지원 사건’은 아직도 제대로 진상규명되지 않았다.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법이 올해 20대 국회에서 재발의되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2년 반이 지났고, 용산 참사는 7여 년이 지났는데 둘 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10년이 가까운 세월동안 요구해왔지만, 아직도 제정되지 않았다. 장애운동단체 등에서는 부양의무제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기 위해 1500여일이 넘도록 농성하고 있다.

 

오랫동안 여성들이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성판매여성에 대한 처벌 조항을 폐지하라고 요구해왔지만 악법들은 건재하다. 20년이 넘도록 청소년들은 ‘청소년의 참정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해왔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고 있다.

 

▶ 인권10대뉴스 선정을 위한 카드뉴스  ⓒ http://bit.ly/2fTarVd

 

기억되어야 할 것들이 기억되지 않는 사회

 

우리 사회에선 기억되어야 할 것들이 기억되지 않고, 드러나야 할 것들이 드러나지 않는다. 무언가 기억되고 드러나려면 공론장의 주요한 의제로 자주 등장해야 하는데, 오늘날의 주요 공론장인 언론과 포털사이트와 소셜서비스는 기업과 힘 있는 자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사회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고 무엇을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는지, 국가권력은 무엇을 기억하는 국민을 길러내고자 하는지를 알아보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바로 역사교과서를 살피는 것이다. 지금 교육부는 정부가 내놓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국정화된 역사교과서야말로 올바른 역사교과서라고 역설하고 있다.

 

진실을 기억하는 사람들, 드러나지 않는 소수자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연대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야말로 권력이 가장 무서워하는 종류의 사람들일 것이다.

 

인권운동 진영에서는 1993년부터 한 해의 끝 무렵에 그 해 기억해야 할 인권뉴스들을 선정하여 발표해왔다. 투표결과 10대뉴스 안에 들었다고 해서 더 중요한 인권 문제이고, 못 들었다고 해서 덜 중요한 인권 문제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수많은 올해의 인권 문제들을 하나하나 상기해보고, 잘 모르거나 처음 들은 이슈라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아보고, 언론이나 포털사이트에는 잘 등장하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가 꼭 기억해야 할 중요한 문제는 무엇일지 생각해본다면, 우리는 끝내 ‘기억하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올해를 정리하며, 누군가는 자신의 1년을 정리하는 일기를 쓸 것이고, 누군가는 한 해의 마지막 날 석양을 보러 갈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또 다른 좋은 방법으로 인권10대뉴스 투표에 참여해보기를 권한다.


▶ 인권10대뉴스 선정을 위한 카드뉴스 ⓒ http://bit.ly/2fTarVd

 

※ 2016 인권10대뉴스와 ‘숨겨진 인권뉴스’ 투표는 12월 1일(목)~7일(수)까지 일주일 간 진행됩니다. 

   투표 참여하기 http://bit.ly/2fTar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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