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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을 기념하며

[최하란의 No Woman No Cry] 세상을 바꾸는 주체들


※ 여성을 위한 자기방어 훈련과 몸에 관한 칼럼 ‘No Woman No Cry’가 연재됩니다. 최하란 씨는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이자, 호신술의 하나인 크라브마가 지도자입니다.  Feminist Journal ILDA

 

▶ 프랑스 혁명, 베르사유로 행진하는 여성들. 1789년 10월 ⓒ출처: 파리국립도서관

 

역사의 한 페이지, 격변의 시기, 혁명의 시대에 누가 앞서 싸우고 저항했던가? 자유와 평등을 바란 사람들이었다, 자유와 평등을 바라는 여성들이었다.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을 종식시켜라!

 

11월 25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International Day for the Elimination of Violence against Women)이다.

 

1960년 11월 25일, 도미니카공화국의 미라발(Mirabal) 세 자매 파트리아, 미네르바, 마리아 테레사는 독재 정권에 항거하다 독재자 라파엘 트루히요에 의해 살해당했다. 1981년, 라틴아메리카의 여성활동가들은 세 자매를 추모하기 위해 그들이 살해당한 11월 25일을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로 정했다.

 

이후 1991년 미국 뉴저지주 ‘여성의 국제 리더십을 위한 센터’에 모인 세계 각국의 여성 23명이 “성폭력과 인권”에 대해 토론했고,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인 11월 25일부터 세계인권의 날인 12월 10일까지를 ‘세계 여성 폭력 추방 기간’으로 정했다.

 

각국의 여성들은 이 기간 동안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을 추방하기 위해 활동하며, 전 세계가 이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그리고 1999년 12월 17일, 유엔 총회에서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을 공식 인정했다.

 

도미니카공화국의 미라발 세 자매

 

미라발 자매들은 1930년부터 1961년까지 31년 동안 도미니카공화국을 지배한 독재자 라파엘 트루히요 장군에 맞서 투쟁했다. 트루히요는 1930~1938년과 1942~1952년에는 대통령으로, 그 후에는 선출되지 않은 군사 독재자로 군림했다. 20세기 가장 피비린내 나는 시간으로 기록되고 있다.


▶ 도미니카 200페소 지폐 속 미라발 세 자매. 왼쪽부터 파트리아, 미네르바, 마리아 테레사. ⓒ출처: banknotenews.com

 

미라발 자매의 아버지는 성공한 농부이자 무역상이었고, 자매는 모두 대학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트루히요의 힘이 강해지면서 가족의 운명은 기울기 시작했다. 셋째 딸인 미네르바는 트루히요의 독재에 저항하는 투쟁의 일원이 되었다. 그녀는 법을 전공했고 변호사가 됐지만, 트루히요의 성적 추근거림을 거부한 것 때문에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미네르바와 두 자매는 “나비”(Las Mariposas)라고 불렸다 한다. 지하 운동을 하면서 미네르바가 얻은 별명이다. 이후 미라발 가족은 체포, 고문, 학대 등 끊임없는 괴롭힘과 고난을 겪었고 전 재산을 몰수당했다. 미네르바와 마리아 테레사는 여러 차례 수감되었고, 구타와 강간을 당했다.

 

1960년 11월 25일, 미라발의 세 자매 파트리아, 미네르바, 마리아 테레사는 수감된 남편들을 면회하고 돌아오는 길에 트루히요의 비밀경찰들에게 끌려가 사탕수수 밭에서 곤봉에 맞아 살해당했다.

 

그들의 처참한 죽음은 교통사고로 위장됐지만, 세 자매의 죽음은 트루히요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촉발했고 결국 6개월 후 독재자는 암살되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불평등의 결과’

 

OECD 가입 국가 중 2014년까지 15년째 남녀임금 격차가 큰 나라 1위, 2015년까지 4년째 유리천장 지수(여성의 사회참여나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의미하며, 지수가 낮을수록 장벽이 높음)가 꼴찌인 대한민국.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세계 성 격차 지수’(Gender Gap Inde)는 145개국 가운데 115위다.

 

▶ 세계 성 격차 지수 보고서. 2015년 한국은 0.651점으로 145개국 중 115위를 기록했다. ⓒ출처: 세계경제포럼

 

유엔이 발표한 2016년부터 2030년까지 국제 사회가 달성해야 할 지속가능발전 목표 17개 중 다섯 번째는 성평등이다.

 

유엔은 “당신이 어디에 살든, 성평등은 기본적인 인권”이라며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모든 차별을 종식하고,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에서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모든 종류의 폭력을 종식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또 유엔은 “왜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인가?”를 이렇게 설명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인권침해다. 그것은 법적 그리고 실제적인 여성차별의 결과며, 남성과 여성 사이의 계속된 불평등의 결과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세계적 유행병이지만 예방할 수 있고, 예방은 매우 중요하다.”

 

‘여성들의 저항’이 가져온 변화를 축하하자

 

▶ UN의 다섯번째 지속가능발전 목표, 성평등 ⓒ출처: 유엔


여성의 셀프 디펜스(자기방어) 훈련은 여성의 삶을 축소하거나 자유를 제한하지 않으면서 폭력을 예방하고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의 능력을 북돋는다.

 

여성 셀프 디펜스 훈련에 대한 연구들은 자존감, 자기효능감, 자기주장, 싸우는 능력을 계발시키는 효과 뿐 아니라 여성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줄이는 다수의 긍정적 영향을 가져온다는 걸 입증했다. 그리고 셀프 디펜스 훈련은 폭력을 당한 여성들의 정신적 고통을 줄이는 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사회적으로 참혹한 불평등과 억압을 당하면, 평상시에도 스스로에 대해 한없이 초라함을 느끼게 된다. 때로는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고 길가에 버려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여성들이 개인으로, 그리고 집단으로 불평등과 억압에 맞서 저항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단순히 피해자가 아니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주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바로 오늘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의 존재 자체가 여성들의 저항의 역사다. 우리의 ‘저항’이 그동안 변화시켜온 것들을 기념하고, 축하하며, 더 나은 미래의 씨앗을 뿌리자!  (최하란)  Feminist Journal ILDA

 

※ 스쿨오브무브먼트에서 열리는 ‘세계여성폭력추방 주간’ 행사

 

No Woman No Cry” 여성 셀프 디펜스 수업 

11월 26일(토) 14:30~17:00 상세보기: http://bit.ly/2flTF0I

 

▶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미녀, 야수에 맞서다> 번역출간 기념 북콘서트 

12월 6일(화) 19:30~21:00 상세보기: http://stoprape.or.kr/645

 

▶ 스쿨오브무브먼트+한국성폭력상담소 <저항은 가능하다!> 여성 셀프 디펜스 수업

12월 10일(토) 13:30~16:00 사전신청: https://goo.gl/forms/yNo4BtsfQqaNUq0R2

 

▶ 2015년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 기념 ‘여성 셀프 디펜스’ 수업 중에서 ⓒ스쿨오브무브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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