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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 가정폭력이 원인…정당방위 구명운동 시작돼

최근 가정폭력에 시달려오던 결혼이주여성이 남편을 칼로 찔러 사망케 한 사건이 대구에서 발생했다.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되어 있는 캄보디아 이주여성(18)을 면접한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와 변호사 측은, 이번 사건을 개인적인 비극으로 볼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언어소통이 어렵고 사회적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힘겹게 한국생활에 적응해가고 있는 이주여성들이, 한국인남편으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구조에서 비롯된 사건이라는 것.
 
때문에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는 현재 이 사건을 “가정폭력을 일삼는 남편에 대한 우발적 가해로 인한 정당방위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해당 이주여성에 대한 구명운동에 나섰다.

 
폭력에 시달리는 이주여성의 안타까운 현실

구속된 캄보디아 여성의 진술에 따르면, 남편(38)이 평소 술을 좋아했는데 술만 먹으면 난폭하게 굴고 자신을 상습적으로 구타해왔다고 한다.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측은 사건당일인 지난 1월 30일 밤늦게까지 남편이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고 술을 계속 마시자, 아내인 이주여성이 남편에게 “빨리 집에 가자”고 싫은 내색을 했고, 이에 기분이 상한 남편이 함께 귀가하는 택시 안에서 구타를 시작했으며 폭력이 집에 도착해서까지 이어졌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이주여성은 임신상태였다. 남편의 구타와 위협이 심해지자 이 여성은 칼로 남편을 찔러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사건 며칠 후인 2월 4일, 남편이 사망했다.
 
해당 여성을 면담한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는 “임신 중이던 여성이 너무 두려운 나머지 자신과 뱃속의 아이를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칼을 들고 있다가 우발적으로 사건이 일어나게 된 것”이라고 사건 정황을 설명했다.
 
결혼이주여성들에 대한 가정폭력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남편의 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베트남 이주여성 ‘후안마이’ 사건은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줬지만, 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계속해서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인해 여성들의 자살과 상해, 치사 등의 사건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2007년 여성부의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의하면 한국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들 중 17.7%가 물리적인 가정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현실에 적응하려 남달리 노력했던 사람인데…
 
이번 사건이 이주여성인권센터에 지원 요청된 것은, 캄보디아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던 한국어 선생님을 통해서였다. 강혜숙(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한글교실에서 그녀를 가르치던 한국어 선생님이 ‘한국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남달리 노력하고 성실했던 사람인데 이런 일을 당해 안타깝다’고 하면서 이주여성인권센터에 지원요청을 해왔다”고 말했다.
 
비록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겪고 있었지만 성실한 태도로 한국생활에 적응을 잘 해나가고 있었고, 평소 시어머니와도 사이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사건을 지켜보는 이웃과 주변에서는 크게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전국에서 구명운동을 위한 공동대책위를 꾸려 사건을 지원하고 대처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대구와 서울을 중심으로 한 공동변호인단이 지원 활동”을 시작했으며, 앞으로 전국단위의 공동변호인단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일다▣ 윤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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