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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묻다 ‘인간적인 돈벌이가 가능할까?’

줌마네 <생존과 공유를 위한 활력담화> 1. 회사 편



요즘 세상에 포기하기 말아야 할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질문을 던지는 게 아닐까. 어떻게 하면 정신줄 놓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나와 남을 해치지 않으며 먹고 살 수 있을까? ‘줌마네’가 기획하고 30대~60대 여남은 명의 여자들이 함께 한 <생존과 공유를 위한 활력담화>는 이런 질문을 던지는 자리였다.

 

7월부터 시작해 8월 초까지 서대문구립 이진아기념도서관 다목적실에서 세 번에 걸쳐 진행된 활력담화에는 각자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질문을 던지며 살아가고 있는 패널들을 초대했다. 이야기는 둥그렇게 모여앉아 자신의 근황을 이야기하고, 자기 삶의 화두를 담은 ‘뜨거운’ 질문들을 꺼내어 놓으면서 시작됐다. 고립되지 않고 자립하며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만난 그 현장의 이야기들을 3회에 걸쳐 나누어보고자 한다. (꽃바람/ 자유기고가)   여성주의 저널 일다

 

[첫번째 담화의 패널 소개]

 

나나: <여성이 만드는 일과 미래> 혁신지원팀장. 다큐멘터리 <야근대신 뜨개질>(박소현 감독, 2015)의 등장인물이기도 하다. ‘노조를 만들면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회사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 당시 다니던 회사에 파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씩씩이: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는 6년차 사회적 기업 <소풍가는 고양이> 대표이사. ‘어떻게 하면 회사의 덩치를 키우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요즘의 가장 큰 질문거리다.

 

▶ 둥그렇게 둘러앉은 <생존과 공유를 위한 활력담화> 참가자들.  ⓒ줌마네

 

인생의 전환기에 선 여자들이 던지는 질문

 

나의 요즘 관심사는 ‘작년에 시작한 5년 만기 적금을 해약하지 않고 유지하기’다. 사실 답은 간단하다. 매월 약정한 금액만큼 돈을 벌면 된다. 다만 조건이 있다. 지금의 내 생활 반경을 허물지 않는 선에서. 이렇게 되면 답은 간단치 않아진다.

 

동네에서 ‘동화읽는어른’ 회원으로 해온 모임과 활동을 유지해야 하고, 두 아이를 챙기고 집안일도 적당히 해야 한다. 오래 미뤄온 자격증도 올해 안에 마무리하고 싶다. 홀로 고요히 멍 때릴 시간도 필요하다. 그러면서 나의 관심사에 부합하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자, 이런 마음으로 과연 나는 적금 만기에 이를 수 있을까? 마음을 바꾸지 않고서는 적금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할 거라는 불안이 커져가던 즈음, ‘줌마네’에서 진행한 <생존과 공유를 위한 활력담화>에 기록자로 참여하게 되었다. 거기서 나는 해답의 실마리를 찾고 싶었다.

 

활력담화에 온 참가자들은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을까? 자기 소개를 겸해 밥벌이와 관련한 최근의 관심사를 물었을 때, 나와 비슷한 고민들이 쏟아졌다. ‘예전의 일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평생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과연 20년 넘게 해온 일을 그만둘 수 있을까’, ‘어떻게 최대한 짧은 시간 일하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비혼(非婚)이거나, 격렬히 돈을 벌다가 아이를 낳으면서 일을 그만두었거나, 재래 방식(?) 육아로 아이들을 다 키우고 은퇴 이후를 걱정하거나…. 나이도, 경력도, 지금 처한 조건도 달랐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인생의 전환기에 있다’는 것이었다. 생의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건너왔거나 그 여정에 있는 여자들, 흔히 ‘경력단절’이라고 말하는 상태의 언저리에 있는 여자들.

 

떠나온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알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는 점도 다들 비슷했다. 그럼에도 돈벌이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과연 뜬구름을 잡는 것처럼 허망한 일일까? 결국 ‘어떻게 나와 너를 해치지 않고 먹고 살 수 있을까?’를 묻는 이 날의 화두는 모두에게 절실해 보였다.

 

“한국 사회에서 직장을 다닌다는 것이 시민권 같은 부분이 있어요. 제가 한달 전에 백수가 되었는데 무직자라서 이젠 대출이 안 된대요. 의료보험도 회사에서 처리되다가 집으로 고지서가 나왔을 때, 아! 한국 사회에서 직장이 있다는 건 시민권 같은 거구나 생각했어요.”

 

얼마 전까지 대기업 연구소에 다니다 자발적 퇴사를 한 메두사의 표현대로라면, 그 날 모인 이들 중 “시민권자”는 나나와 씩씩이 뿐이었다. 프리랜서이거나 작은 가게를 운영하면서 바쁘게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제법 있었지만, 제각각의 이유로 적(籍)이 없었다. 우리가 인간적인 돈벌이에 대해 묻고 함께 고민하는 자리에서 입장차, 위화감, 소통의 어려움 등이 없었던 이유는, 모두 과거에 “시민권자”였거나 미래의 비(非)-시민권자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이날 활력담화에 패널로 함께해준 씩씩이(오른쪽)와 나나(왼쪽) ⓒ 줌마네

 

착한 기업에는 노조가 필요 없을까?

 

나나는 전에 다니던 사회적 기업에서 벌였던 일이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되면서 최근 소소한 일상의 변화를 겪고 있다. 영화 <야근대신 뜨개질> GV에 참여하거나 바로 이 자리, 활력담화에도 초대를 받는다. ‘다른 사람들의 노동 인권이나 가치에 대해서는 고민하면서, 왜 일하는 우리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는 거지?’ 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일들이었다.

 

“6년차 되는 회사였는데, 회사가 커지고 사람들이 대거 바뀌면서 조직문화가 흔들렸어요.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이 바닥에서 우리를 살아남게 하는 유니크함을 해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대표랑 임원진을 설득했죠. 회사의 역사, 회사가 집중하고 있는 지점들, 인권, 노동환경, 환경문제, 젠더 감수성 이런 부분을 다루는 워크숍을 열었어요.”

 

이후부턴 난관의 연속. 시작은 했는데 회사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워크숍을 유지하는 것이 부담이 되고, 그렇다고 중간에 그만둘 수는 없고, 회사 상황은 점점 안 좋아지고…. 결국 나나와 몇몇 직원들은 ‘사회적 기업에 노조가 생기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에 노조 설립이라는 카드를 꺼내기에 이른다.

 

꽤 탄탄하고 영향력 있는 사회적 기업의 구성원들도 ‘강성, 대립, 빨간 머리띠’로 상징되는 노동조합에 대한 선입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는지, 나나의 시도에 많은 이들이 부담스러워 했다고 한다. 옆에 있던 씩씩이도 이렇게 물었다. 나나가 다니던 회사는 소통이 전혀 불가능한 곳이 아닌데 왜 노조를 선택했는지,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나나의 답은 이랬다.

 

“의사소통의 질과 양, 빈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회사에는 창립 초기부터 대표에서 직원까지 서로 닉네임을 부른다든지 하는 식으로 수평적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여러 장치가 있었거든요. 근데 어느 순간 이게 안 되기 시작했어요. 그리곤 비공식 채널의 의사소통이 늘어나더라고요. 흡연자들의 대화나 회사 앞 호프집 술자리 같은…. 회사 안에서 대화와 소통이 잘 되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해보니 우리가 안 해본 건 노조밖에 없었어요.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했죠. 앞으로 2백명, 3백명이 일하는 회사가 될 건데, 그 구조를 지금 만들어야 한다고. 그걸 준비하는 과정으로도 노조가 필요했고요.”

 

그러나 노조라는 방식을 통해 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사라지고 주위에서 ‘그럼 너희도 조끼 입을 거야?’를 물어오던 그 때를 ‘여기저기 막 전쟁 터지는 느낌’이었다고 나나는 전했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보기에는 어땠을까? 메두사가 말을 받았다.

 

“오히려 회사가 건강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노조는 강경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더 문제적인 것 같아요. 공식적인 의사소통 테이블이 있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제가 있던 회사는 노조가 없었어요. 임금협상만 하는 노조가 아니라 회사의 발전 방향에 구성원이 참여하게 하고 룰을 만들어 실천하고, 이런 방향이라면 건강하게 가는 거란 생각이 드네요.”

 

나나를 포함한 여러 직원들은 그 일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거나 새 일터를 찾았다고 한다. 나나는 한동안 취직하지 않고 지내다 얼마 전 “여성들의 일하기 방식을 배울 수 있겠다” 싶어 여성들만 일하는 새 회사로 옮겼다.

 

▶  활력담화 현장의 이야기는 아카이빙을 위해 모두 녹음을 했다.  ⓒ 줌마네

 

회사는 왜! 계속 덩치를 키워야 하지?

 

씩씩이는 도시락을 배달하는 작은 사회적 기업의 대표다. 18세~24세의 청소년과 성인 사이 전환기에 있는 친구들과 성인 몇 명이 함께 일한다. 입사할 때 성별, 학력 등의 조건을 보지 않고, 6시간 근무에,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을 주고, 나이와 상관없이 근속 1년 후엔 자동으로 이사가 되는 “이상적인” 회사로 올해로 5년차가 되었다. 씩씩이는 “아직 인간적인 회사는 아니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회사”라며 극구 표현을 정정했지만, 그럼에도 씩씩이네 도시락은 건강하고 착한 음식임을 잘 드러내는 맛과 형태를 가졌다. 맛있고, 조금 비싸다.

 

직원들에게 직장이자 학교이기도 한 회사의 경영자답게, 씩씩이에겐 사장님과 선생님 두 개의 정체성이 있다. 때론 사장보단 선생님 쪽으로 기운 것 같은 씩씩이지만, 나나가 출연한 다큐 <야근대신 뜨개질>을 볼 때는 잠깐 등장한 회사의 대표 쪽에 더 감정이입이 되었다고 한다.

 

“만약 우리 가게 청년들이 노조를 만든다 그럼, 저는 진짜 불같이 화를 낼 것 같아요. (좌중 폭소) 영화에서 그 대표님은 되게 신사적이에요. 그런데 우리 가게 아이들이 노동자 권리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이건 차원이 다른 문제일 거 같아요. 그거조차 모르는 아이들이 저랑 일하고 있거든요. 제가 대표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노동자의 권리를 알려줘야 되는 거예요. ‘너의 임금은 이러저러한데 이게 최저임금이 아니고, 너는 법적으로 권리를 보장받고 있고, 정규직이야.’ 말해 줘야 돼요. 그래서 노조가 만들어지는 것이 사실 하나의 지향점일 수도 있어요. 저희 친구들이 어느 날 노조를 만들어서 저에게 임금협상을 하자고 하면… 불같이 화가 나면서도 뿌듯하겠죠.”

 

씩씩이는 4명이 시작한 가게가 지금은 11명이 일하게 되면서 소통이 전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인간적인 회사는 작은 회사’가 아닐까 한다는 얘기도 했다.

 

“제 고민은 ‘왜 회사는 끊임없이 성장해야 되나’ 하는 거예요. 덩치를 계속 키우는 것밖엔, 살림살이가 계속 커지는 것밖에 답이 없나? 이런 게 제 화두예요. 제가 어디 나가면 내년엔 매출액을 얼마나 더 올릴 거냐고 물어봐요. 전보다 낮춰서 말하는 대표는 미친 거예요. 수평도 없어요. 계속 올라가야 돼요. 그만큼 돈을 더 벌려면 사람이 일을 많이 해야 되고, 많이 팔아야 되고, 손님도 더 늘어나야 되고…. 근데 지금은 11명 이상으로 늘일 생각이 별로 없어요. 우리 규모가 딱 거기다. 대신 11명의 살림살이를 잘 보전하는 매출액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씩씩이가 일과 노동과 돈벌이에 관한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자, 활력담화 참여자들은 ‘저런 회사가 진짜 있구나’ 놀라면서도 ‘저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 ‘저런 대표라면 착취당할 수 있는데…’ 하는 농담반 진담반의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조금 더 가난해져도 괜찮을까?

 

▶ 씩씩이가 던진 질문 중 하나. 인간적이지만 월급이 너무 적은 회사라면 당신의 선택은?  ⓒ 줌마네


마음에 여러 복잡한 생각들이 차오를 때 쯤 씩씩이가 질문을 던졌다.

 

“노동에 착취를 안당하고 싶고 구속당하고 싶지 않은데, 돈은 제대로 벌고 싶단 말이에요. 그 두 개를 해낼 수 있는 회사가 진짜 있을까요? 만약, 인간적인 회사고 날 존중해주고 이상적인 회사처럼 느껴지지만, 노동은 고통스럽고 헌신해야 하고 이런 상황인데 월급은 적다, 그래도 거기서 일할 건가요?”

 

이 질문이 자석처럼 이날 오고갔던 여러 이야기들을 끌어당겼다.

 

먼저 나나의 답. “저는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실제 그런데서 일을 했던 거잖아요. 바꿔보려다 잘 안되었지만. (웃음)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한때 회사에서 야근을 밥 먹듯 하던 짱아의 답. “저는 만약 많은 월급과 적당한 근무시간 중 하나를 택하라면 무조건 근무시간을 택할 것 같아요. 그러려면 아무래도 적은 월급으로 살기 위해 생활방식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겠죠.”

 

망원동 사는 현직 백수, 초연도 말을 이었다. “저는 여름이 지나면 백수 생활을 접고 다시 전선으로 뛰어들어야 해요. 지금 여러 가지를 모색하면서 다들 어떻게 먹고 사나 살펴보는 중인데요. 주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자기를 지키면서, 최소한의 생활비로 만족하며 사는’ 이들을 살펴보고 있어요.”

 

다시 씩씩이가 말을 받았다.

 

“저희가 아무리 생활임금을 지급한다고 해도, 노동시간이 짧기 때문에 월급이 적죠. 그래서 이 월급으로 살 수 있는 소비생활의 패턴을 만들어줘야 돼요. 소비지향적인 삶을 살 수가 없으니까. 그게 사회적 기업이 해야 되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사회적 경제에서는 ‘살림살이’라는 말을 쓰는데, 이익을 남기는 방식이 아니고 쓸 만큼 버는 방식을 말해요. 자기 살림살이를 잘 구성하는 걸 알아야 하는데…. 어른도 마찬가지고요.”

 

‘인간적이고 이상적이지만 월급은 적은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가?’에 대한 내 답도 ‘적은 월급으로 살 수 있도록 내 삶을 바꿔보겠다’고 한 짱아의 것과 비슷하다. ‘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돈을 버는 일’은 바꿔 말하면 ‘나를 지킬 수 있는 만큼만 일을 하는 것’일 것이다. 내 삶의 규모, 즉 내 살림살이를 알면 최소한 얼마를 벌어야 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내 핸드폰은 약정 기간이 끝나 월 2만5천 원 정도의 요금을 낸다. 난 패션과 유행에 둔감하여 작년에 입던 옷을 또 입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고, 화장도 거의 하지 않는다. 아들에게 작아진 운동화를 물려 신고 가방은 기념품으로 받은 에코백을 쓴다. 다만 노트, 수첩, 각종 펜과 기타 문구류를 사는데 돈을 쓰며, 동화책과 도서관에 없는 장르소설과 실용서를 산다. 더 빠르고 쾌적하다는 이유로 1천1백 원짜리 일반 버스보다 2천4백 원짜리 좌석버스 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렇듯 내가 참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지키고 싶은 것과 감당할 수 있는 것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 등, 나의 살림살이를 안다면 불안을 줄이고 선택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더 많은 선택지가 있는 삶은 불가능한가?

 

이야기는 어느덧, 돈 버는 이야기에서 돈 쓰는 이야기로 옮겨가고 있었다. ‘인간적 돈벌이’만큼 ‘나와 남을 해치지 않는 씀씀이’는 삶의 방식을 규정하는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일 것이다.

 

회사를 다니거나 안다니거나, 남편이 있거나 없거나, 살림살이의 규모가 크거나 작거나, 우리에겐 조건에 맞는 인간적인 돈벌이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토록 분명한 문제를 놓고 제각각 쩔쩔매는 이유는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이 50 이후의 경제 구조에 대해 고민한다는 블랙홀에겐 이런 경험이 있다.

 

“돈의 노예가 되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으로 수입이 나오는 구조를 만들자는 생각에 조그마한 셰어하우스를 했었어요, 3년 전에. 돈도 돈이지만 새로운 문화를 한 번 창조해보자는 마음도 있어서 엄청 열정적으로 했는데… 상처가 심했어요.(웃음) 너무 상처가 되어가지고 타인에게 마음 주지 말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죠. 들이는 에너지에 비해서 돌아오는 건 별로 없더라구요.”

 

어린이집 끝나는 시간에서 자유롭지 못한 두반장이 요즘 고민을 이어갔다.

 

“‘다시는 조직 안에서 일하지 않겠다’ 마음먹고 회사를 그만둘 땐, 한 달에 1백만 원만 벌면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후 결혼하고 애 낳고 지내왔는데, 최근에 기회가 생겨 단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어요. 내 실력을 검증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치열하고 바빴던 그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그 다음엔 어떻게 하지? 고민되는 거예요. 다시 취직을 할까? 할 수 있을까? 내 능력을 발휘하는 것과 나를 지키는 것을 다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엄청 난해해요.”

 

한편으론 적은 액수지만 임대 수익이 있는데, 그것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궁리한다고 했다.

 

▶  더 많은 여자들이 자신의 삶과 이어진 질문을 들고 둘러앉았으면 좋겠다.   ⓒ 줌마네

 

전환기에 선 여자들이 떠올릴 수 있는 선택지라면 몇 년 주기로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거나, 육아를 하는 경우엔 아이를 어린이집 종일반에 맡기고 다시 예전의 회사 생활로 돌아가거나,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시급을 받는 비정규직이 되거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임대업자를 꿈꾸는 정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구도심 지역이 개발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기존의 저소득층 주민들이 내몰리는 현상)이 이슈가 될 때마다 안타까워하던 입장에서 ‘임대업자를 꿈꾸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불편함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나은 선택이 없는 상황에 대한 좌절감도 크다. 만약, 우리 사회가 나이가 많든 적든, 여자도 비정규직도 세입자도 장애인도 예술가도 성실하고 정직한 노동만으로 나와 주변을 돌보면서 먹고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가졌다면,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떠도는 이 이상하도록 맹목적인 열망에서 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사소하면서도 거대했던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누군가가 그랬다. ‘불가에 모여 앉은 여자들’ 같다고. 모두들 고개를 끄덕거린 것은 마침 우리가 둥그렇게 앉아 있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불가에 모여 의논하면서 협력하고, 소통했던 인류 초기 여자들’(조한혜정)처럼 ‘인간적인 돈벌이는 가능한가?’라는 질문 앞에서 고민하고 경험을 나누며 방법을 찾으려 애썼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씩씩이나 나나처럼 앞서 고민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미리 포기하거나 희망을 놓아버릴 필요는 없다.

 

더 많은 여자들이 자신의 삶과 이어진 질문을 들고 둘러앉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방법을 찾으면 더불어 우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들이 하나씩 늘어가는 것일 테니까. 그것이 우리가 폭염을 뚫고 모여앉아 질문을 던진 이유이다.

 

[필자 소개] 꽃바람: 자유기고가. 동화작가. ‘줌마네’에서 키운 기획력을 자양분 삼아 동네에서 이런저런 일을 벌이며 산다.

 

※ 이 글은 서울시 여성발전기금 후원으로 기록되었습니다.  - 여성주의 저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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