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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 대지진 후 넉 달, 피해자들은 지금

18만 피난민 발생…피난소 여성들의 목소리



일본에서는 지난 4월 구마모토 현에서 일어난 대지진(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으로 진도 7이상을 기록)으로 인해 피난민 18만 명이 발생했다. 건물 전체 혹은 절반이 파손된 것이 3만 채 이상이며, 규슈의 가고시마 현에 소재한 센다이원전에 미칠 영향이 염려되고 있다.

 

지금, 지진 피해자들의 상황과 복구 지원은 어느 정도일까. 현지에서 지원활동을 펼치는 시민단체와 피난소가 된 대학, 지역 여성센터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뜻하지 않은 재해로 피해를 입는 경우, 어떤 도움과 복구 작업이 필요한지 자료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진 피해자들 목소리가 중심이 되는 지원방식

 

지진 발생 사흘 후, 구마모토에서 활동을 시작한 ‘지진 피해지역 NGO협동센터’(이하 협동센터)에 주목하게 된다.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계기로 1995년에 발족된 곳으로, 구마모토시 니시하라촌에 활동 거점을 마련했다. 이곳은 진원에 가까운 곳이다. 협동센터의 고문을 맡고 있는 무라이 마사키요 씨는 위험을 무릅쓰고 니시하라촌을 활동 거점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진도 7로 건물 파손율이 높다는 것을 알지만, 지진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미약했기 때문에 각 지자체에 있는 사회복지협의회를 중심으로 재해 때 설립한 재해볼런티어센터를 니시하라촌에서 운영하기로 힘을 모았습니다.”

 

니시하라촌에서는 볼런티어센터 내에 네 군데 위성센터를 마련했다. 그리고 현지의 자원활동가가 해당 지역 사람들의 ‘수요’(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찾는 것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렇게 수합된 의견은 위성센터의 직원이 조정하고, 대응한다. 위성센터의 운영 방식은 한신‧아와지 대지진 때 만들어진 획기적인 지원 방법이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지진피해 지원활동은 볼런티어센터가 현지에 지시를 내리는 톱-다운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엔 큰 한계가 있다. 가령 자원활동가가 A씨의 집에 가면 A씨를 도울 수 있을 뿐이지, 그 외에 지시받지 않은 활동은 할 수 없다. 반면 위성센터의 방식이라면 자원활동가가 현장 주위에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듣고 지원도 할 수 있다. “위성센터의 방식은 지역 전역을 관찰하는, 주민이 중심이 되는 지원방법”이라고 무라이 씨는 말한다.

 

재해 복구 ‘동일본 대지진의 경험이 활용되지 못했다’

 

또, ‘일본 국제볼런티어센터’(JVC)는 동북 피해 지역에서 활동하던 직원들을 지진 후 구마모토에 파견했고, 현지 협력단체와 함께 마스키초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라카와 도오루 씨는 구마모토 피해 현장에 왔을 때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의 경험이 활용되고 있지 않다고 느꼈다”고 말한다. “지원물자가 극도로 편중되어 있었다. 각 현장의 어디에서 어떤 작업을 할지 결정할 권한이 없었다. 현장에서 올라온 목소리를 반영할 수 없었다.”

 

JVC 앞으로 지진 피난민들이 가설주택에 입주한 후에도, 원래 있었던 지역 사회가 부활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한다. JVC의 많은 직원들이 지진피해를 입은 마스키초의 유료 요양시설 ‘웰데키야마’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제교류NGO 피스보트’도 ‘피스보트 재해볼런티어센터’(PBV)가 지원에 나섰다. 마스키초의 볼런티어센터를 돕거나, 피난소 두 곳의 환경을 개선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고다 시게히로 씨는 재해지원 경험이 적은 볼런티어센터에서는 혼란이 많았으며, 여진에 의해 초동 활동이 늦어졌다고 말한다. 당초 6백 군데였던 1차 피난소를 지원해줄 단체가 적었던 점, 원래 지원단체가 많은 도쿄에 현지의 어려움이 전해지지 않아서 응원의 첫 발에 힘이 실리지 않았던 점, 재해지원 경험을 가진 단체가 많지 않았던 점 등을 지적했다.

 

현재 구마모토는 복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씨앗 뿌리기나 수확 등의 농사 작업, 가설주택과 가설 간주 주택으로 입주도 시작됐다. 협동센터의 무라이 씨는 “자원봉사자가 부족해 여름방학을 겨냥해 20대 볼런티어 버스를 꾸려 지원 분위기를 확산시킬 것”이라며, “언론이 구마모토의 피해 지역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구마모토가쿠엔 대학 체육관에서 피난생활을 하는 사람들.  ⓒ제공: 요시무라 치에

 

여성들의 피난소 생활, 무엇이 고려되어야 할까

 

동일본대지진 때도 문제가 되었던 것이,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어린이를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피난소 중 하나인 구마모토가쿠엔 대학에서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요시무라 치에 씨와 ‘구마모토시 남녀공동참획센터 하모니’(이하 하모니)의 다나카 미호 씨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구마모토가쿠엔은 대학 건물 일부를 개방해 자율적인 피난소를 개설하고, 일반 피난자와 장애인을 수용했다. 당초 220명이 피난을 했고, 차 안에서 묵는 1백대의 차가 인접 주차장에 주차해 있었다. 요시무라 씨는 “교실 별로 성별을 나누려고 했지만, 가족 단위 피난이 많아서 현실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모니’는 5월 연휴 이후 거점 피난소가 되었다. 당초 50명이 피난했었지만, 현재는 약 30명. 아이와 함께 피난한 여성을 대상으로 했지만 실제로 이곳에 피난한 사람 대부분은 혼자 사는 고령자였다. 즉시 그들에게 필요한 사항을 듣고 행정 창구로 안내했다.

 

여성과 어린이를 지원하는 일은 동일본 대지진의 경험이 활용되었다고 한다. 구마모토가쿠엔 대학에는 여성용 탈의실과 수유실이 만들어지고, 화장실에도 여성을 배려했다. 구마모토가쿠엔, 하모니 두 피난소에는 가정폭력이나 치한 등 성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포스터가 부착되었다.

 

‘하모니’에서는 내각부가 만든 체크리스트에 따라 피난소에서 여성의 수요를 조사하는 ‘피난소 설문’도 실시했다. ‘샤워를 하고 싶다’ 등의 요청 사항과, 필요한 물자 목록과 함께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도 드러났다고 다나카 씨는 말한다.

 

성폭력 등의 피해에 대해서 다나카 씨에게 물었다. “이번에는 성폭력 예방과 주의 환기를 위해 설문을 실시했습니다. ‘불안하다’ ‘안 좋은 일이 있었다/봤다’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수유를 위해 몸을 가릴 장소가 없다, 고등학생 딸이 있는데 옆에서 팬티 하나만 걸치고 있는 남성이 있어 난감하다 등. 만일을 위해 여성들에게 호신 벨을 배포했더니, 안심이 되고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가설주택 입주가 시작된다. 임대주택에서 생활하는 독거여성과 고령자들이 입주지를 선택하기는 어렵다. 피해증명서를 구해도 입주할 수 있는 가설주택이나 가설 간주 주택은 낡고 불편해서 경원시된다. 집이 있는 사람에게는 집에 돌아가도록 독려하고 싶지만, 피난소에서의 단체생활에 익숙해져 혼자 생활하면서 느낄 외로움 때문에 돌아가지 않고 남는 사람도 있다. 재해로부터의 복구 과정 중에는 각자의 사정이 드러난다. 구마모토 지진 피해는 아직 복구 중이다. 보다 많은 인적, 경제적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시미즈 사츠키)  여성주의 저널 일다

 

※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여성주의 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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