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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와 라파엘

이두나의 Every person in Seoul (27) 해외입양인 라파엘


※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인간과 자연, 동물이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현재 비주얼 에이드visual aids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소개]

▶  벨기에인 아버지와 해외입양인 철수 씨.  ⓒ이두나의 Every person in Seoul

 

철수 씨의 벨기에 이름은 라파엘이다. ‘철수’라는 이름이 더 정감 간다는 그의 말을 듣고, 그때부터 철수 씨라고 부른다.

 

철수 씨와는 경북 문경에서 단편영화를 촬영하면서 만난 인연이다. 작년 휴가 때, 벨기에에 있는 그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가 자신의 집에 초대를 했다기보다는 무작정 ‘철수 씨네 집에 꼭 가고 싶어요’라는 간단한 문자를 남겨 그의 허락을 받아낸 셈이었다.

 

철수 씨는 어렸을 때 누나와 함께 벨기에로 입양되어 갔다. 성인이 될 때까지 줄곧 벨기에에서 살다가, 지금은 서울 이태원에서 살고 있다.

 

벨기에 여행 때 그의 집에 갔더니, 큰 키와 하얀 피부색의 아버님과 금발의 어머님이 볼 인사로 우리 일행을 반겨주셨다. 그때의 친절함에 1년이 다 되어서야 보답을 하고 싶어서, 또 다시 무작정 철수 씨에게 저녁을 먹자고 했다.

 

뜨거운 한국의 여름에, 에어컨 없이 지내고 있는 우리들 모두는 시원한 곳에서 만나 서로의 소식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해했다. 그동안 철수 씨는 한국을 찾아온 해외입양인들을 위한 서울여행 가이드 일을 하고, 영화편집 일도 계속하면서, 좋은 짝지도 만나 담배도 끊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새로운 다음 직업은 벨기에식 식당에서 벨기에 요리사의 통역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여러 일을 하며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그가 낯선 모국인 이곳에서 자기 자리를 튼튼하게 만들어 가는 것에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우린 ‘다음에 또 만나요’ 라는 인사 대신, ‘메르시’(고마워) 라고 벨기에식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 여성주의 저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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