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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손님맞이
이두나의 Every person in Seoul (26) 사과파이
※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인간과 자연, 동물이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현재 비주얼 에이드visual aids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두나] 여성주의 저널 일다
팔자에도 없는 사과파이를 계속 굽게 생겼다. 겨울에 문경에서 오픈하게 될 카페의 메뉴로 정했기 때문이다. 나는 빵 한번 구워 본 적이 없을 뿐더러, ‘입맛’이라고 하는 음식의 맛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뭐든 그냥 다 맛있고, 다 잘 먹는다. 그래서(?) 요리도 못한다.
아이들에게 쿠키와 케이크를 구워주다가 기회가 되어 창업자가 된 주부 두 분을 무작정 찾아 나섰다. 한 분은 서울에서, 다른 한분은 대구에서 만났다. 대구에 계시는 분이 알려준 조리법대로 일단 시도해보았다. 이 더운 여름에 오븐을 사용한다는 건 정말 죽을 맛이었다. ‘엄마의 마음’ 아니고선 못하겠다 싶었다.
식구들과 지인들을 모아서 커피와 함께 내가 만든 사과파이를 시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내가 만든 음식을 대접한다는 것이 뿌듯하기도 하고, 음식으로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이 왠지 ‘진짜 삶’ 같았다.
더운데 수고했다며 맛있는 저녁밥을 먹으러 오라는 이모의 전화를 받고서, 지쳐서 더 길어진 얼굴로 찾아갔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난 뒤 선풍기 앞에서 손톱 손질을 하고 계시는 이모의 모습은 마치 특별한 손님맞이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정이 많은 이모는 가끔씩 사람들을 초대해 멋진 요리를 해주신다. ‘음식’이라는 것이 그 맛만 아니라 ‘함께 먹는 사람’들을 느끼게 해주는 연결고리 같다. ▣ 이두나 여성주의 저널 일다
▶ 샤워를 하고 선풍기 앞에서 손톱 손질하고 계시는 이모의 모습. ⓒ 이두나의 Every person in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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