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저널리즘 새지평

간호사로서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길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6. 5. 6. 08:30

‘친부 성학대’ 트라우마 벗어나려 답을 찾아가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간호사, 야마모토 준 이야기



폭력 피해여성들을 지원하는 일에 관심을 가진 일본 여성들의 그룹 <에세나5>는 도쿄도 내에서 연속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야마모토 준 씨(43세)는 매년 이 강좌에 참여해 간호사 입장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긴급피임약을 지원하거나, 피해를 입증할 증거를 남기는 방법, 그리고 의료인이 할 수 있는 대응에 관한 것들이다.

 

지난 2010년 강좌에서 야마모토 준 씨는 자신이 10대 시절에 아버지에게서 받은 성적 학대 경험을 처음으로 고백했다. 그 이후 준 씨는 조금씩 자신의 체험을 더 풀어놓기 시작했다.

 

“당시의 일은 몸의 느낌으로 남아있어요”

 

외동딸인 준 씨를 어머니는 깊은 사랑으로 키웠다. 부모님은 준 씨가 열세 살 때 선술집을 시작했는데, 그 무렵부터 아버지의 성적 학대가 시작됐다.


반 년 정도 지나 “밤에 아버지가 이불 속에 들어와서 잘 수가 없다”고 어머니에게 말했다. 하지만 설마 남편이 딸의 몸을 만지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어머니는, 부부의 이부자리에 와서 자도록 남편에게 주의를 주는 데 그쳤다. 아버지의 학대는 일단 멈췄다가 다시 시작되었고, 7년 동안이나 이어졌다.


▶ 성폭력 피해자 지원 간호사 야마모토 준 ⓒ촬영: 이다 노리코


“당시의 일은 몸의 느낌으로 남아있어요. 지금도 아직 치료중이지만,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면서 그 때 일을 떠올릴 수가 없어요. (아버지의) 학대가 다시 시작되었을 때, 이건 어느 집에서나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감정 차단기가 내려온 느낌이었죠.”

 

가게 일을 방치했던 아버지가 어머니와 헤어지게 되었을 때, 준 씨는 어머니와 이모에게 그동안 아버지로부터 받은 성적 학대 경험을 이야기했다. 어머니는 큰 충격을 받았다. 1년 반 정도 화병 상태에 빠져서, 준 씨가 어머니를 돌봐야 했을 정도다.

 

“그 무렵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제가 겪은 일들과 어머니의 상황을 해리(둘 이상의 정신 과정이나 내용이 통합되거나 연결되지 않고 분리된 심리 현상으로, 비현실감이나 기억상실로도 나타날 수 있음)시키고, 없었던 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증세가 안정되자 저에게 증상이 나타나더군요.”

 

간호사로서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길

 

야마모토 준 씨는 어머니와 교토로 이사한 후, 20대 중반에 간호사 자격증을 땄다. 어디에서든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경험은 아무리 무의식으로 누르고 있어도, 이치에 맞지 않는 행동으로 증상이 갑작스럽게 표출되곤 했다. 그런 나날을 보내던 중에, 신문 기사를 읽은 어머니에를 통해서 다음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2006년 오사카에서 스스로 성폭력 생존자이기도 하며 다른 생존자들의 사진을 담은 책 <STAND>의 저자 오야부 노부코 씨의 강연이 열린다는 것이었다.

 

준 씨는 강연회에 찾아갔다가 ‘여성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지원교육센터’에서 성폭력 피해자 지원간호사(SANE)를 양성하고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간호사인 자신과의 접점이라고 생각해 SANE의 교육 과정에 참여했다. 성폭력 생존자와 지원자들과 만나면서, 성폭력 피해 경험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캐나다에 가서 성폭력 피해와 원조에 관해 배우는 연수를 받았다. 연수 때 만난 동료가 폭력 피해여성들을 지원하는 여성들의 그룹 <에세나5>를 설립해, 함께 참여했다.

 

야마모토 준 씨가 <에세나5> 강좌에서 자신의 성적 학대 경험을 공개한 것은, 스스로의 경험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왜 이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연결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많은 동료들과 만나게 된 것이 조금씩이나마 ‘회복’의 길로 연결되었는지도 모른다.

 

친족성폭력 피해자들의 자조그룹을 만들다

 

지금도 준 씨는 성적 트라우마(trauma, 정신적 외상, 감정을 지배하는 기억) 때문에 감정도, 감각도 제어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타인에게 ‘침입’당한 체험으로 인해, 타인과 적정한 거리를 두지 못할 때도 있다. 그 결과, 생활에 실질적인 피해를 입는 일도 많았다. 준 씨는 혼란스런 인생을 버티면서 답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효과적인 대응 방법을 발견하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도 빠르고 고통스러운 시간도 짧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친족성폭력 피해자들의 자조그룹 ‘산딸기모임’을 만든 것이 2015년 4월의 일이다.

 

자신에게 맞는 신체 테라티를 받으면서 “요즘에 간신히 분노를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라고 말하는 준 씨. 준 씨의 어머니도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현재 야마모토 준 씨는 가정폭력 피해를 겪은 여성들을 위한 쉼터에서 주 나흘간 간호사로 일한다. SANE(성폭력 피해자 지원 간호사)을 양성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작년에 폭력 피해여성들을 지원하는 여성들의 그룹 <에세나5>의 연속강좌에 참여하며 도쿄 23구를 돌았다.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사회라면…

 

준 씨는 또한, 각 지역의 경찰들에게 성폭력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며, 구체적으로 경찰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하고 있다.

 

작년 6월에는 언론사 기자들과 ‘대화모임’도 시작했다. 이들 중에는 성폭력 문제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언론인들도 있었지만, 다수는 별다른 연수도 받지 못한 채 어떻게 사건에 접근해야 하는지 방법도 모르는 채 어중간한 상태였다.

 

야마모토 준 씨는 경찰과도, 언론과도 서로에 대해 알고 지금 현황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하면 성폭력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는지 논의해나가고자 한다.

 

특히, 준 씨는 성폭력 범죄를 강간이나 추행 등의 용어로 ‘건조하게’ 분류하면서 피해자의 고통을 들여다보지 않는 냉정함에 대해 지적한다.

 

“성폭력 범죄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피해를 겪은 당사자인 제가 지속적으로 발언해나갈 생각입니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주의 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시미즈 사츠키 씨가 작성하고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