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저널리즘 새지평

단원고, 교실 철거가 최선입니까?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6. 2. 3. 14:30

단원고 ‘기억 교실’에 가보세요

<세월호와 함께 사는 사람들> 교실 존치-폐쇄 갈등 속에서



2016년 2월 2일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겐 “658번째 4월 16일”입니다. 이날 오전에 단원고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회 등으로 구성된 ‘단원고 교육가족’ 30여명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세월호에서 잃어버린 250명의 아이들과 선생님 열두 분의 흔적이 남아있는 교실들을 이제 철거해달라고 촉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신입생이 사용할 공간이 없고, 재학생들이 부담을 가진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사실은 그것과는 다릅니다.

 

재학생 4분의 1이 희생됐는데, 교실 철거가 최선인가?

 

▶ 선생님을 만날 수 없는 교무실 문에 붙은 학생들의 마음. ©화사


지난 토요일 단원고 학생들의 교실을 찾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평일 저녁에 한 시간씩 망원역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세월호 약속지킴이’들과 청운동 ‘월요일 피켓팀’의 조촐한 동행이었습니다.

 

단원고 정문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건물이 나오는데, 가까운 입구로 들어가면 2층과 3층에 아이들의 교실 열 개가 있습니다. 교실과 복도에는 시민들이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고 공감할 수 있는, 희생자들을 기억하게 해주는 아름답고 소중한 마음들로 가득합니다.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기도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 이제는 만날 수 없음에 추억을 떠올리려 노력하는 마음, 잊어가는 것에 미안해하는 마음. 사람이라면 가져야 할 ‘마음’들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들은 지금도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습니다. 과연 그런 ‘사람의 마음’들이 재학생 교육에 해가 되는 걸까요?

 

단원고는 신입생 300여명을 받았는데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신입생들이 공부할 교실이 부족한 것처럼 언론에 보도됩니다. 그래서 ‘교실 존치’ 서명에는 많은 분들이 참여에 소극적입니다. 교육청과 학교 당국은 신입생을 받기 전에 교실에 대한 대책을 세웠어야 했는데, 계속 외면하고 방치했습니다. 그리고는 재학생 부모들과 희생자 부모들의 갈등을 전시합니다. 사실 이것은 일부와의 갈등이고, 현재의 갈등 상황은 오래 전부터 기획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어쩌면 단원고 교실 존치 문제가 불거진 것은 수많은 학생을 잃은 단원고 측이 수많은 국민을 읽은 정부와는 달리, 변화하려는 노력이 있을 것이라는 희생자 가족들의 믿음과 기대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재학생의 4분의 1이 희생되었는데, 학교가 이렇게 손을 놓고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희생자 부모님들은 진상 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요구하며 특별법을 만들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막는 정부에 항의하고, 진실을 알리느라 고군분투하며 증거 인멸을 감시하느라, 단원고 교실까지 위태롭게 될 줄은 예상치 못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250여명의 학생을 잃은 단원고는 희생자 부모들과 재학생 부모들이 소통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마이크를 쥔 사람들은 희생자 가족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서 제안한 대안조차 들으려 하지 않은 채 세월호 참사의 흔적을 지우려고 합니다.

 

사실, 단원고 내에는 증축 없이도 신입생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합니다. 지난 해 11월에 단원고 도면을 입수해서 단원고 선생님들에게 분석을 부탁했는데, 증축 없이도 기존의 공간에서 현재 부족하다고 얘기하는 여덟 개의 교실을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가족대책위’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말합니다. 그런데도 단원고 측은 갈등을 부추기고, ‘민-민 갈등’을 유발한 교육청은 난감한 척한다는 것입니다.


▶ 2016년 1월 30일. 단원고 입구에서 <만화인 행동>과 함께 창현 어머니와 유민 아버지가 그림을 그리고 계신다. 추운 날 몇 시간이나 고생해서 그린 걸개그림은 인근 주민의 민원으로 벽에 걸지도 못한 채 철수해야 했다.  ©화사

 

‘추모만 하라’는 건 ‘가만히 있으라’는 얘기

 

교실 존치를 반대하는 ‘단원고 교육가족’ 측은 “학교는 추모의 공간이 될 수 없다. 추모는 학교 밖에서 다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우리는 희생 학생들을 추모하는 일에 언제든 동참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과연 그분들은 아이들의 교실에 가본 적이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가서 생생하게 살아있던 아이들의 흔적과 그들을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읽어본 적이 있을까요?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추모’만 하라고 합니다. 단원고 내 아이들의 교실은 ‘추모’만을 위한 공간이 아닙니다. 그곳은 ‘기억’을 위한 ‘기억교실’이기도 합니다. 죽은 아이들을 그리워하는 것으로 변화하는 것은 없습니다. ‘추모만 하라’고 하는 것은 살아있는 희생자들(생존자들과 희생자의 가족들)의 아픔을 또다시 외면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기억’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2014년 4월 16일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후 며칠 간 대한민국 정부와 기관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책임자의 위치에 있던 사람들은 무엇을 했는지, 그 후 658일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또는 없었는지, 우리는 똑똑히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변화를 위해 성찰해야 합니다. 행동해야 합니다.

 

우리는 ‘가만히 있으라’는 교육이 불러온 효과에 대해,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가 많은 이들의 생명을 앗아간 것에 대해 분노하고 미안해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 ‘잊지 않겠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좀 흐르자 어떻게든 잊어버리고 지워버리려는 시도들이 계속됩니다.

 

▶  4시 16분에 멈춰진 세상.    © 화사


언론에서도 희생자 가족들이 이기적인 것처럼 묘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서명을 받을 때에도 ‘교실 존치’ 서명을 해주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단원교의 교육 과정으로, 교육청의 독려에 의해 배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학생과 교사 262명이 희생된 사건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단원고는 학교 구성원 262명의 사망 사고를, 그들이 구조되지 못한 사건을, 그들이 존재했다는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합니다. 아직 그들 중 여섯 명은 시신으로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 앞에서 ‘인간에 대한 예의’가 무엇일까, 미래 세대를 위한 결정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교육은 ‘입시’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자식이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되는 것이 교육일까요? 교육의 공간인 단원고에서 ‘기억 교실’의 존치를 반대하기 전에, 단원고 ‘기억 교실’에 한번 가보시기를 권합니다. 그곳에서 우리와 같은 하늘 아래 생생하게 살아있던 소중한 생명들을 만나고 난 후에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하길 바랍니다.

 

부디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국가로부터 버려지고 방치된,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자꾸만 잊혀져가고 있는 아홉 명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단원고 학생 허다윤, 조은화, 남현철, 박영인.

단원고 교사 양승진 선생님, 고창석 선생님.

제주도로 이주하려던 권재근 님, 그 아들 혁규, 그리고 이영숙 님.

 

우리가 계속 ‘사람의 마음’을 지니고 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화사

 

※ 추천: 팟캐스트 <정봉주의 전국구> “단원교 교실, 유지될 이유!”(2016-1-26) http://bit.ly/1PwaF07


 여성주의 저널 일다      |     영문 사이트        |           일다 트위터     |           일다 페이스북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