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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가 직장에서 겪는 성희롱, 대책은?!
‘직장 내 성희롱’ 개념 확장해야
※필자 김현경 님은 SOGI법정책연구회 연구원입니다. SOGI는 성적지향(Sexual Orientation), 성별정체성(Gender Identity)의 줄임말입니다. -편집자 주
“면접 때 대놓고 성기가 어떤 게 달렸냐는 질문을 했어요.”(트랜스젠더 남성)
“파트타이머로 일하던 직장에서 (레즈비언이라고) 아웃팅을 당해서, 잘리거나 알려지기 싫으면 자기랑 자자고 사장님이 그런 적이 있었어요.”
“남자동료들과 있을 때 여자에 대해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자 구실을 못한다는 둥, 결혼은 언제할거냐는 둥 이런 이야기를 주 1회 이상 듣는 거 같음.”
“내가 레즈비언이라는 것을 알면서, 사내 남성 직원과 연결하며 불쾌감을 주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용역으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2014년에 실시한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에서 성소수자들이 직장에서 겪고 있는 괴롭힘 사례 중 일부이다.
성별 고정관념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겪는 괴롭힘
▲ 2009년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와 동성애자인권연대,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가 함께한 <성소수자 노동권> 캠페인
19세 이상 성소수자 568명을 대상으로, 직장에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겪은 차별을 광범위하게 조사한 결과, 현재 근무하고 있는 직장에서 따돌림이나 협박, 비난과 조롱, 물품훼손, 추행, 폭행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여성의 비율은 44%, 남성의 경우 38%에 달했다. 또 트랜스젠더의 62%가 직장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이유로 차별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특히 성소수자들이 겪는 직장 내 차별은 성적 괴롭힘, 즉 성희롱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괴롭힘의 원인도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에 관한 전통적인 성별 고정관념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에 따른 비난과 무시, 혐오가 주된 이유다.
한 응답자는 자신을 레즈비언이라고 의심하던 직장 동료로부터 ‘더러운 걸 인정하라는 언어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했다. 또 한 트랜스젠더 여성은 동료나 상사가 ‘여자 같다’고 말하며 ‘반복적으로 엉덩이를 만진다던가, 가슴이 나온다고 만지는 일이 종종 있다’고 했다.
성소수자들이 어떤 제도적, 법적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를 살펴보면, 직장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성적 괴롭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 더욱 와 닿는다.
“레즈비언의 생활을 보고 싶다는 둥, 어찌 성 생활을 하냐는 둥의 성추행이 지속적으로 자행되었다. 견디지 못하고 사직했다.”
“동성애자들의 결말은 에이즈 걸려 죽는 일만 남았다며 신이 벌하실 거라며 막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행동거지 하나하나 걸음걸이까지 간섭했으며 여성스럽지 못한 복장 태도까지 간섭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회사는 복장이 자유로웠는데 말입니다. (중략) 극심한 스트레스로 이를 갈거나 잠결에 큰소리로 욕을 하곤 했습니다. 일을 관둔 뒤 싹 없어졌습니다.”
“제 정체성으로 인한 연애, 지인들의 존재를 가지고 험담, 사내 따돌림을 경험한 적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성소수자 피해자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개인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성별 표현을 이유로 한 괴롭힘을 ‘성희롱’이나 ‘성차별’ 개념에 포함시키는 것이 국제적인 흐름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위 사례들의 피해자가 자신이 겪은 사건을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직장 내 성희롱’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한 지는 사례마다 다를 수 있고 연구가 필요하다. 예컨대 동료 여직원에 관해 성적인 소문을 유포한 행위는 성희롱 사건으로 판결을 받았지만, 동료가 레즈비언이라는 소문을 유포한 행위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인가?
동료가 ‘동성애자들의 결말은 에이즈 걸려 죽는 일만 남았다’며 혐오 발언을 반복해 정상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의 적대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하였다면 어떠한가? 트랜스젠더 남성 직원에게 직장 내 남자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여 굴욕감을 느끼게 한다면, 이것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인가?
▲ 성소수자 노동자들과 이들의 노동권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비영리기구 <일터의 자긍심: 캐나다> Pride at Work Canada
국내에서 성소수자의 존재가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1995년 사업주에게 최초로 성희롱 예방 책무를 부과(여성발전기본법)했을 때나, 1999년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성희롱에 대한 정의가 규정되었을 당시만 해도 성소수자는 먼 나라에나 존재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홍석천씨의 커밍아웃은 2000년 9월의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성소수자의 존재는 안방에서 보는 TV의 등장인물로 대중과 친숙해졌고, 다양한 뉴스에서 긍정적 이미지로든 부정적 이미지로든 자주 다루어지고 있다. 성소수자 존재가 가시화되기 시작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도 심각해지고 있다. 직장도 예외가 아니어서, 성소수자들은 직장에서 심각한 혐오성 괴롭힘에 노출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가 직장 구성원들에 의한 다양한 괴롭힘의 유형과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보여주고 있다. 성소수자를 둘러싼 변화된 사회 환경을 고려해 성희롱 관련 법 제도도 변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성희롱 예방교육 내용에 포함되어야
성소수자 차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겪은 피해자의 대부분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92%는 단순한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항의나 대응을 하지 않는 이유(복수 응답)는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이 드러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59%로 가장 높았다. ‘오히려 자신이 피해를 입을까봐’(34%) 대응하지 않았다는 응답과 ‘변화가 없을 것 같아서’(30%) 포기했다는 응답이 다음 순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실태조사 결과는 직장 내 성희롱의 정의를 확대하고 대책을 수립하여, 적절한 ‘성희롱 예방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성별 표현을 이유로 하여 자행되고 있는 괴롭힘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여, 피해자를 구제하고 가해 행위를 예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모색을 해야 할 때이다. ▣ 김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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