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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성 충전

“그녀, 마치 평화로운 여행자와 같은”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5. 7. 1. 16:40

“그녀, 마치 평화로운 여행자와 같은”
이두나의 Every person in Seoul (1) 
 

※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인간과 자연, 동물이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현재 비주얼 에이드visual aids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소개]

 

 

서울 사람들을 매일매일 그려보는 건 어떨까?

 

나는 이중생활을 한다. 말하자면, 주중에는 서울에 있는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금요일 저녁이면 본가가 있는 문경으로 내려가 시골생활을 한다. 결혼을 하는 동시에 도예가인 신랑과 함께 그의 고향인 문경에서 함께 작업하며 가정을 꾸리기로 결심한지 이제 4년이 흘러간다. 아직 집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줄곧 서울에서 살았고 직장생활 10년을 한 나는 서울이란 곳을 떠나기가 쉽지 않다. 어느 날 문득 ‘서울 사람들을 매일매일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부터 모든 게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으며 더이상 나른한 일상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꿈도 꾸게 되었다. ‘만약 내가 그린 사람들이 동시에 한 장소에서 만난다면 어떨까?’ 라는 막연하지만 큰 프로젝트를 생각하며, 오늘도 그림을 그린다. 문경으로 물리적으로 완벽히 내려오는 그날까지. 

▲  “그녀, 마치 평화로운 여행자와 같은”   © 이두나의 Every person in Seoul  
 

주말 내 문경에서 집 공사를 하고 서울로 돌아오면, 월요일 아침마다 ‘오늘 내가 아픈 건 아닐까? 아프다고 하고 회사에 가지 말까?’ 등 여러 생각이 든다.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거짓말(!)에 대한 동경을 갖고 오늘도 전철을 타고 회사로 향한다. 각자의 스마트폰을 만지는 전철 승객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기에 나에게는 그림의 좋은 소재이지만, 상상력을 주지는 못한다.

 

그런데 장마철 냄새 나는 행주같이 힘들게 출근하는 모습들 속에서, 내 앞의 ‘그녀’는 마치 평화로운 여행자가 나른하게 낮잠을 자는 모습으로 자고 있다. 그녀만의 우주를 날고 있다거나, 따뜻하게 데워진 모래 위에서 잠자는 고양이와 같기도 하다. 나도 눈을 감고 나만의 가장 행복한 순간, 오롯이 나를 위한 상상을 해본다. 마치 ‘그녀’와 함께 동행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기분이다. 그 기분 참 좋다.  이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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