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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공간 ‘띵동’
국내 최초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개소 

 

 

12월 22일, 서울 성북구에 국내 최초로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가 개소했다. 센터의 이름은 ‘띵동’.

 

‘띵동’은 레즈비언 청소년들이 서로 레즈비언임을 확인할 때 즐겨 썼던 은어이며,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편하게 이곳의 벨을 누른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
 

▲  12월 22일,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개소식.   © 일다 
 

‘띵동’은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활동으로 당장 ‘위기’ 상황에 놓인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지원하는 일을 꼽고 있다. 이를 위해 매주 1회 저녁부터 새벽까지 정기적인 거리 상담을 진행하며 청소년들을 직접 만날 계획이다.

 

심리 치료 기관과 연계하여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적절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의료생협 등을 통해 필요한 의료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청소년 성소수자들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맛있는 쉐어 하우스’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20평 남짓한 공간에 샤워실과 침실도 갖추고 있어서 탈가정, 탈학교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낮에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다. 낮부터 밤 10시까지 운영될 예정인 ‘띵동’은 장기적으로는 24시간 운영되는 쉼터 형식의 공간을 지향한다.

 

‘띵동’에 대한 구상은 2013년 5월부터 시작됐다.

 

성소수자들을 위한 국제 모금 사이트를 준비하던 Queer Korean Alliance(queerkoreans.org)에서 동성애자인권연대와 섬돌향린교회, 열린문메트로폴리탄공동체교회,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연대’ 측에 청소년 성소수자 쉼터를 만들기 위한 모금 아이템을 제안한 것이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위한 쉼터의 필요성을 절감한 단체들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 탈가정 경험이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교회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후원을 호소했다.

 

해외에서부터 시작된 모금은 올해 4월부터 국내에서도 진행되어 8월까지 약 4천만 원의 금액이 모였다. 9월에는 ‘구글 코리아’에서 약 3만 불을 지원하기로 결정해, 보증금과 인테리어 기금 일부를 마련할 수 있었다. 또한 아름다운재단의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3년간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

 

우울, 자살기도…위기에 처한 십대 성소수자들
 

▲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   일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이반스쿨>에서 2012년 7월 서울시에 사는 성소수자 2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분석한 ‘서울시 성소수자 학생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과반 수의 응답자들이 학교에서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이 ‘매우 심하다’(16.6%), ‘심하다’(37.7%)라고 답했다. ‘보통이다’라고 응답한 이는 29.32%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무려 80.30%가 ‘학생이 성소수자에 관하여 비하적이거나 편견에 치우친 이야기를 함’이라고 밝혔으며, 38.8%가 ‘학생이 누군가의 성정체성을 본인의 동의 없이 공개함’, 또 30.90%가 ‘학생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등 괴롭힘을 겪었다.

 

교사가 성소수자에 대해 비하하거나 편견에 치우친 이야기를 했다고 답한 이는 51.6%에 해당했다. 응답자들은 교사들이 수업 시간에 “동성간의 연애는 또라이 같은 짓”이라면서 성소수자들을 정신병자 취급하기도 하고, ‘더럽다’, ‘역겹다’, ‘다 죽어야 된다’는 등 혐오 발언을 했다고 대답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는 가정도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커밍아웃을 하거나 아웃팅을 당한 후 집에서 쫓겨나기도 한다. 가족에게 혐오 발언이나 폭력을 당하기도 하고, 교정의 대상이 되어 심한 경우 정신병원에 감금되기도 한다.

 

이렇게 차별과 폭력에 노출된 상황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거나 우울감을 경험한다. ‘서울시 성소수자 학생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6%가 자살을 생각한 적 있으며, 58.5%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해 봤다고 밝혔다. 작년 12월에도 청소년 성소수자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무엇을 청소년들의 ‘위기’로 볼 것인가

 

이런 상황임에도 ‘위기’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문제아’로 낙인 찍혀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해왔다.

 

집을 나온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안전한 공간을 찾기는 쉽지 않다. 가출청소년 쉼터가 있긴 하지만, 이곳에서도 청소년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은 마찬가지다. 보수적인 종교 기관에서 운영하는 쉼터에서는 ‘동성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교정의 대상이 되거나 강제 퇴소를 당하기도 하는 실정이다.

 

‘띵동’ 준비위원장인 정욜 씨(37살, 남성)는 다른 청소년 쉼터나 청소년 관련 사회복지기관과 띵동의 차이점은 ‘무엇을 위기로 보는가’에 있다고 말한다.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에서는 십대들이 성 정체성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위기’라고 진단한다.

 

“저희는 한국 사회 안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것, 그리고 정체성으로 인해 가족,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위기’로 보는 거예요. 탈가정 경험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쉼터 안에서 차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런 기관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신 ‘홀로서기’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어요.”

 

정욜 씨는 특히 성병이나 HIV에 감염된 청소년 성소수자들에 대한 의료 지원이 시급하다고 본다.

 

“한국에서 20대 초반까지 에이즈가 늘고 있는 상황이에요. 에이즈 예방단체나 인권단체가 있긴 하지만, 청소년들의 접근이 쉽지 않아서인지 청소년 영역은 아예 포기 상태였어요. 이러다 보니 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건강 검진이나 성병 검사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자기 몸 상태가 어떤지 모르고 있는 거죠.”

 

‘띵동’의 존재는 지역 사회의 인식을 바꿀 것

 

‘띵동’의 터로 성북구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성북구에서 올해 ‘청소년 무지개와 함께 지원센터’ 사업이 서울시 주민참여 예산사업으로 선정됐어요. 그런데 이걸 진행하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올 한해 계속 구청과 실랑이를 해왔어요. 그 과정에서 지역의 아동 청소년 네트워크 단체들과 친분이 만들어졌죠. 성북구의 공동체성에 대한 기대가 생겼어요.”

 

정욜 씨는 성북구 내에 청소년 관련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관계망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도 한 몫 했다고 밝힌다.

 

“학부모, 교사, 청소년 당사자들, 활동가들이 정체성 관련해서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띵동’을 소개해 준다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겠죠.”

 

성북구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려 했던 ‘청소년 무지개와 함께 지원센터’ 사업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상담하고, 이들을 가깝게 만나고 있는 교사, 학부모, 상담가들에게 필요한 상담 매뉴얼을 제작 배포하는 사업이다. 선정 당시 서울시 주민참여예산 위원들은 “본 사업이 취지가 매우 좋으며, 성북구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하여 이후 타 자치구로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성북구청은 사업을 축소해서 진행하려 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이 사업을 성소수자 인권 단체가 아닌 지역 주민이 제안했다는 것이다. 또한 성북구청에 사업을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교육단체와 대안학교 등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  12월 22일,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개소식에서,   참가자들의 메시지.    © 일다  

 

12월 22일 ‘띵동’ 개소식에 참가한 성북구의 초등학교 교사 이 모씨(34세, 남성)는 “띵동을 접하면서 아이들을 새롭게 보고 있다”고 말한다.

 

“제가 교사지만, 그동안 성소수자 청소년들, 탈학교 탈가정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이 어떤 고민하는지도 몰랐고, 그런 부분에 대한 경험도 없었거든요. 사실 교사들이 알고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부분인데…. ‘띵동’ 준비하는 과정을 접하면서 그런 걸 배우고 있어요.”

 

일례로 여성성이나 남성성을 이유로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이나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가 있을 때, 전에는 단순한 놀림으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정체성 문제’가 아닐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는 것.

 

이 모 교사는 ‘띵동’의 존재 자체가 성북구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

 

“띵동은 그 존재 자체로 성북구에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것 같아요. 학교나 단체들처럼 사회적 책임이 있는 기관들이 청소년 성소수자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면 좋겠어요.”

 

원래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인데…
 

▲  센터는 20평 남짓한 공간에 샤워실과 침실도 갖추고 있다.  ©일다 
 

‘띵동’은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이런 서비스로 어려움에 빠진 너를 구해줄게’라며 손 내밀기 보다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바로 서면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초점을 두려고 한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차별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도, ‘띵동’이 하고자 하는 역할이다. 청소년 성소수자의 삶을 드러내고, 국가가 책임 있는 사회 복지 정책을 세울 수 있도록 요구하겠다는 것.

 

“띵동 개소로 꼭 필요한 일을 했다는 생각에 기분 좋기도 하지만, 사실 이런 공간이 없는 게 좋은 거잖아요. 필요하다고 해도, 원래 국가와 정부가 나서서 해야 되는 역할인데…. 어찌 보면 거꾸로 가는 상황인 거죠. 성소수자 당사자들과 지지자들 중심으로 민간에서 먼저 출발한 거니까요. 당장의 위기 지원, 자립 지원을 넘어서서 사회를 바꾸는 데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습니다.”

 

정욜 씨는 “도전 받는 과제가 많다”고 말한다. 당장 24시간 운영할 수는 없기에, 잠 잘 곳이 없는 청소년들을 어디로 안내할 것인지 걱정이다. 3년 동안은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있지만 그 이후 재정적인 기반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당장의 과제는 띵동의 살림살이를 장만하는 것. 2층 침대와 냉장고, 세탁기, 전기밥솥 등부터 주걱, 국자, 휴지통, 샴푸, 세제, 휴지 등 소소한 살림살이까지 후원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사회에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시작된 지 20년. 더 이상 ‘성 정체성’ 문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소식이 들리지 않길 바라며, 띵동의 행보에 기대를 보낸다. ▣ 나랑 기자

 

*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02-924-1224. rainbowsafespac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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