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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프리 영화’를 소개합니다
이은경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영화위원회 대표 인터뷰 

 

 

배리어프리 영화(Barrier Free Films)란 기존의 영화에 화면 해설과 대사, 음악, 음향 등의 소리 정보가 포함된 자막을 추가하고 더빙을 하는 등, 시청각 장애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영화를 뜻한다.

 

 ▲ 4회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SeBaFF) 포스터 

 

11월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간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 1관에서 열릴 제4회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SeBaFF)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는 2011년 ‘배리어프리 영화포럼’으로 출발하여 지난해부터 영화제라는 이름으로 개최되었으며, 올해 총 9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개막식은 11월 13일 목요일 저녁 7시에 <반짝반짝 두근두근> 상영과 함께 시작되며, 폐막식은 16일 일요일 저녁 7시에 <군도: 민란의 시대> 상영과 함께 진행된다.

 

작년 흥행작 <변호인>을 비롯해 <늑대아이>,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피부색깔=꿀색>, <수상한 그녀>, <반짝반짝 두근두근>, <신촌좀비만화>가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소개된다.

 

특히, 올해 개봉한 <신촌좀비만화>의 배리어프리 버전은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배리어프리 영화위원회가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아카데미와 함께 진행한 “배리어프리영화 전문PD 및 작가 과정 교육” 워크숍을 통해 제작되었다.

 

사실 배리어프리 영화는 우리에게 아직 낯선 이름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배리어프리 영화를 제작, 상영하고 있는 ‘배리어프리 영화위원회’ 이은경 대표를 만나, 영화제를 앞두고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 배리어프리 영화란 무엇인지, 그 개념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배리어(barrier)는 장벽, 프리(free)는 자유롭게 하다, 장벽을 없애다 이런 뜻이죠. 저는 대학 학부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는데, 건축 분야에선 익숙한 말이에요. 배리어프리 기준이라는 게 있거든요. 휠체어가 들어올 수 있도록 2층 이상 건물에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공공장소에 슬로프(경사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죠.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뜻해요.

 

그 개념을 영화에 적용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영국에서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로 ‘억세서블 시네마’(Accessable Cinema)라고 해요. 시각장애인이 즐길 수 있도록 영화의 대사는 물론 영화 정보와 화면 해설도 음성으로 전달하고, 청각장애인을 위해 소리 정보들을 자막으로 입히는 거죠.

 

저희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농아인연합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화면 해설과 한국어 자막이 있는 버전으로 영화(DVD)를 만들어왔어요. 올해부터는 배리어프리라고 명칭을 통일하기로 했죠.

 

▲ 이은경 ‘배리어프리 영화위원회’ 대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라는 말이 있어요. 모두가 쓸 수 있는 디자인을 뜻하는데요. 샴푸랑 린스의 용기가 똑같잖아요. 얼굴에 거품이 묻으면, 샴푸인지 린스인지 확인하려고 눈을 씻어야 하는데요. 만약 홈이 파져 있는 게 린스이고 안 파져 있는 게 샴푸라면, 시각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에게도 편리하겠죠. 애초에 배리어(barrier)를 안 만드는 게 유니버설 디자인인데, 지금 우리 사회에 배리어가 워낙 많으니까… 배리어프리라는 건 하나씩 배리어를 없애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결국 유니버설 디자인의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폭넓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 장애인들만이 아니라 비장애인들도 영화를 함께 본다고 하던데, 관객석에는 어떤 분들이 있나요?

 

제 마음 속에서 배리어프리 영화는 장애인용 영화가 아니에요. 장애인도 같이 즐길 수 있는 영화죠. 외화를 더빙하니까 아이들도 더 쉽게 영화를 볼 수 있고, 자막을 읽기 어려워하는 어르신들도 좋아하세요.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가정 분들도 보시기에 편하고요. 또 휠체어가 들어올 수 있도록 경사로가 있으니까, 유모차가 지나가기도 좋고, 어르신들도 혜택을 보죠.

 

배리어라는 것, 장벽이나 장애라는 것은 시각이나 청각뿐 아니라 우리의 사고방식이나 고정관념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것 떨쳐버리고 마음을 열어서 영화를 한 번 보자는 거예요. 눈을 감고 배리어프리 버전을 한 번 보세요. 그러면 더 많은 것이 보여요. 왜냐면 상상 속에서 뭔가를 보기 때문에. 시력이 없어도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극장에 자폐가 있거나 발달장애, 지적장애를 가진 분들도 초청을 하는데요. 이 분들이 영화를 보다가 소리를 내기도 하죠. 저희는 영화 시작 전에 관객들에게 안내를 해요. 집안에서가 아니라 극장에서 ‘같이 본다’는 건, 이런 상황들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야 진정한 배리어프리 영화의 의미가 전달되는 거에요. 영화를 좋아하는 장애인 관객들도 많을 수 있는데, 한 번쯤은 장애인들이 영화를 보는 방법을 체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기존 영화들을 다시 작업하는 거잖아요, 영화 선정에 어떤 기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한국영화의 경우에는 히트한 영화, 왜냐면 제일 많이 보고 싶어하시니까요. <변호인>이 개봉하고 흥행을 하는데, 장애인들은 보고 싶은데도 볼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천만 관객이 넘었다고 하면, 그런 영화들을 우선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만들어요. 또 장애를 소재로 했는데 굉장히 재미있는 영화. 그 다음엔 아이들 더 많이 보게 하려고 애니메이션. 그러니까 스토리가 있고, 작품성이 있고,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주제가 있으면서 대중적인 영화. 이런 것들을 고르죠.

 

- 정기상영회도 하고 계시죠?

 

네, 공간이 좀 보이면 찾아가서 ‘영화 상영 좀 하시죠?’ 이렇게 제안을 해서…. (웃음)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오후 네 시에 홍대 부근에 ‘네스트나다’라는 작은 카페에서 상영해요. 30명 정도 들어갈 수 있죠. 둘째 주 일요일엔 마포에 있는 국민TV 카페에서, 셋째 주 일요일엔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려요. 일요일에도 일해야 하는 것이 힘들지만, 만날 수 있는 공간을 계속 늘린다는 차원에서 시작한 거예요.

 

공동체 상영회도 하는데요. 물론 상영회는 다 입장료가 있어요. 저희는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곳이 아니고, 현재 서울시 예비 사회적기업이에요.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본 경험이 없는 장애인 관객들은 콘텐츠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는 습관이 안 되어 있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러니까 돈을 내고 영화를 본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실 수도 있는데, 문화바우처나 문화카드라는 게 있어서 그런 걸 잘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더라고요.

 

- 4회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SeBaFF)가 시작되는데요. 영화제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2010년에 일본 사가에서 1회 배리어프리 영화제가 열렸을 때 제가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를 일본에 소개했어요. 그렇게 사가배리어프리영화제에 참여했는데, 정말 재미있고 매력적이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바로 시작한 게 2011년이었죠. 그땐 작품이 두 개 밖에 없었고 (웃음) 왜냐하면 만든 게 두 개밖에 없었으니까요. 영화제라고 하기엔 애매해서 ‘배리어프리 영화포럼’이라고 해서 일본에서 영화 제작하시는 분들도 초청해 여러 의견을 나누었어요.

 

2012년에는 작품 수를 늘려서 8편. 작년에는 영화제라고 이름을 바꾸었어요. 정말 영화제같은 느낌으로 축제 개막식도 하고 <천국의 속삭임>이라는 영화를 상영했죠. 공연도 했어요. 개막 공연은 <어둠 속의 대화>라고, 보셨어요? 한 시간 반 동안 여행하는. 그걸 연극으로 만들어 20분 상연하고 암전 공연도 했어요. 시각장애인 밴드 분들이 어둠 속에 공연을 하다가 살짝 불을 켜는 거에요. 그러면 그 분들이 깜깜한데 공연을 했던 거잖아요. 불이 켜지면 비장애인들은 ‘안 보이는데 공연을 했네?’ 알고 봤더니 시각장애인 연주자였구나, 라는 걸 알 수 있게 되죠.

 

작년에 배리어프리영화 홍보대사를 위촉했는데, 영화인 대표로 <만취>의 김태용 감독님, 영화배우 김성균씨, 한지민씨 세 분을 뽑았어요. (2015년 홍보대사는 이준익 감독, 배우 성유리씨, 정겨운씨가 위촉되었다.) 일반인 대표로는 오카리나와 비올라는 연주하는 시각장애인 한 분, 그리고 청각장애인 한 분과 대학생 한 분, 이렇게 여섯 분이 홍보해주고 지원해주셨죠.

 

영화제는 1년의 활동을 정리하는 의미도 있기 때문에, 고마운 분들께 마음을 전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의미가 커요. 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하기 때문에 입장료가 무료에요. 편하게 오셔서 영화도 보고, 얘기도 나누고, 그렇게 우리의 활동을 정리해보는 거죠.

 

- 배리어프리 영화위원회가 기획하고 있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일단, 계속 좋은 영화를 찾아서 재미있게 잘 만드는 것이죠. 정기상영관이 이제 막 오픈 해서 홍보가 필요하고요. 예산이 없어서 홈페이지도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 앞으로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영화를 좋아하는 시각장애인의 모임, 청각장애인의 모임도 만들어 지원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무엇보다 장애인과 함께 영화를 감상하길 원하는 비장애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관객을 육성한다고 하죠, 함께 공유하기를 원하는 관객들, 장애인과 비장애인 관객들이 같이 모여 이야기 나누면서 뭔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나가고 싶어요. ▣ 인터뷰: 블럭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영문 번역기사 사이트ildaro.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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