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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부상한 친권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은 한 연예인의 이혼과 충격적인 죽음을 둘러싸고 불거진 것이지만, 계속되는 논쟁을 통해 비로소 우리 사회가 ‘친권자의 자격’을 묻게 되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낳아준 부모에게 응당 자녀가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자녀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이가 누구인가를 따져보며 아동의 입장과 권리 측면에서 바라볼 틈새가 생겼기 때문이다.
아동의 권리가 아닌 부모의 권리로 자리매김해 온 친권제도는 부부 이혼 시 자녀의 양육문제뿐 아니라, 입양이나 아동학대 문제에 있어서도 아동의 권리와 상충하고 있다. 일다는 앞으로 친권제도의 불합리한 면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보고, 제도적인 개선책을 모색해봄과 더불어 아동의 권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확산시키는 기사 ‘친권, 무엇이 문제인가’를 5회에 걸쳐 연재할 계획이다. -편집자 주]
‘친권 자동부활’ 우려하는 한부모 가족들
두 달여 간 ‘친권’ 논란의 핵심에 있었던 조성민씨의 친권행사 건은 최근 고 최진실씨 유족과 조씨가 합의를 이룸으로써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친권을 둘러싼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혼 후 아이의 친권자가 사망했을 경우에 생존해있는 부모가 친권을 자동적으로 행사하게 되는 현행 친권제도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2년 전 불행이 왔습니다. 언니가 운전하던 차가 사고가 나서 그만 언니가 죽고 말았습니다. 불행은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난데없이 12년을 양육비 한 번도, 아이를 만나러 온 적도 없는 애비라는 사람이 떡 하니 나타났습니다. 아이를 데려가겠다구요. 저희 가족이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었고 아이가 울며 안 가겠다고 해도 억지로 데려갔습니다. 변호사와 상담을 했지만 현실적으론 어렵다는 답답한 소리만 들었고 억울하지만 포기해야만 했었습니다. 언니가 사고 당시 남겨진 보상금 5천만 원과 사망보험금 2억 원이 탐이 난 행동이었다는 게 눈에 보였지만 현실적으로 아무도 저희 가족편이 되어주지 않았습니다.” (A씨의 사례)
<조성민친권회복반대까페>에는 이혼 후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와 그의 가족들이 겪는 ‘친권을 둘러싼 피해사례’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A씨의 경우처럼 친권자의 친권행사로 인해 자녀의 의사가 무시되고, 아이를 실제 돌보아 온 사람들과의 관계가 일순간에 단절되어버리는 등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들이다.
이혼 후 자녀의 친권자가 사망해 아이가 방치될 우려가 있다면, 다른 생존부모가 보호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생존부모에게 친권이 ‘자동’으로 부활하게 되는 것은, 그가 친권자로서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 아동의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친권을 주겠다며 돈을 요구했던 전배우자, 남편의 폭력과 알코올중독을 견디다 못해 이혼한 아내의 사례 등 많은 싱글맘, 싱글대디들은 자신이 유사시 ‘친권의 자동부활’이 자녀를 보호하기보다는 불행하게 만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양육자 따로, 친권자 따로’인 경우 어려움 많아
이혼을 둘러싼 친권의 문제는, 친권자가 사망했을 경우에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양육권과 친권이 분리되어 있는 경우에도 문제가 된다. <조성민친권회복반대까페> 회원들 중에는 아이와 함께 생활하며 양육을 담당하면서도, 친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이의 신상이나 재산과 관련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어 겪게 된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14년 전에 남편의 부정한 행위에 못 참고 이혼을 했죠. (…) 혼자서 애 키우는데, 한번 애 보러 오곤 다시는 애 찾지도 않더군요. 그러던 중 제 동생이 외국에 있어 방학 동안 우리 애를(고2) 그곳에 보내게 됐는데 구청에서 왠걸? 친권자 싸인이 있어야 여권을 만들 수 있대서 황당하더라고요.” (B씨의 사례)
“조카(뇌성마비 3급)가 고교 졸업을 하던 해에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조그만 집을 하나 남겨 주셨습니다. 황당한 일은 그때 벌어졌습니다. 장애가 있는 조카가 마음에 걸려 3명이 상속권을 포기하고 조카에게 집을 주려니, 만20살이 안되어 친권자인 엄마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20년이 넘도록 저는 이사를 한번도 안 했고, 아이가 보고 싶었다면 언제든지 가능한 일인데 한번도 찾아온 적이 없었던 엄마입니다.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C씨의 사례)
이처럼 양육을 하는 사람과 친권을 행사하는 사람이 분리되어 있을 때, 결국 아이들의 삶이 제약을 당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C씨의 경우처럼 고모나 이모, 조부모, 혹은 다른 제3자가 아이를 부모처럼 보살피고 책임지고 양육하고 있으면서도, 법적으로는 그 관계와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친권자의 친권행사가 이들의 가정과 행복을 위협하거나 무너뜨릴 때, 과연 친권이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권리보단 의무, 혈연보단 생활관계 중시하는 방향으로
혈연을 최우선으로 하여 부모에게 아동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현행 친권제도의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지난 11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친권법, 어떻게 개정되어야 하는가” 정책포럼에서도 이 문제가 다루어졌다.
발제를 맡은 박복순 연구위원(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단독친권자 부재 시 친권이 생존부모에게 자동으로 돌아가는 대신, “후견”을 개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생존부모가 후견인이 되므로 자녀가 방치되지 않도록 하면서도, 재산관리와 같은 권한행사는 친족회의 동의를 얻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안전장치가 된다는 것이다.
아동의 권리가 아닌 부모의 권리로 자리매김해 온 친권제도는 부부 이혼 시 자녀의 양육문제뿐 아니라, 입양이나 아동학대 문제에 있어서도 아동의 권리와 상충하고 있다. 일다는 앞으로 친권제도의 불합리한 면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보고, 제도적인 개선책을 모색해봄과 더불어 아동의 권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확산시키는 기사 ‘친권, 무엇이 문제인가’를 5회에 걸쳐 연재할 계획이다. -편집자 주]
‘친권 자동부활’ 우려하는 한부모 가족들
두 달여 간 ‘친권’ 논란의 핵심에 있었던 조성민씨의 친권행사 건은 최근 고 최진실씨 유족과 조씨가 합의를 이룸으로써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친권을 둘러싼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혼 후 아이의 친권자가 사망했을 경우에 생존해있는 부모가 친권을 자동적으로 행사하게 되는 현행 친권제도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2년 전 불행이 왔습니다. 언니가 운전하던 차가 사고가 나서 그만 언니가 죽고 말았습니다. 불행은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난데없이 12년을 양육비 한 번도, 아이를 만나러 온 적도 없는 애비라는 사람이 떡 하니 나타났습니다. 아이를 데려가겠다구요. 저희 가족이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었고 아이가 울며 안 가겠다고 해도 억지로 데려갔습니다. 변호사와 상담을 했지만 현실적으론 어렵다는 답답한 소리만 들었고 억울하지만 포기해야만 했었습니다. 언니가 사고 당시 남겨진 보상금 5천만 원과 사망보험금 2억 원이 탐이 난 행동이었다는 게 눈에 보였지만 현실적으로 아무도 저희 가족편이 되어주지 않았습니다.” (A씨의 사례)
<조성민친권회복반대까페>에는 이혼 후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와 그의 가족들이 겪는 ‘친권을 둘러싼 피해사례’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A씨의 경우처럼 친권자의 친권행사로 인해 자녀의 의사가 무시되고, 아이를 실제 돌보아 온 사람들과의 관계가 일순간에 단절되어버리는 등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들이다.
이혼 후 자녀의 친권자가 사망해 아이가 방치될 우려가 있다면, 다른 생존부모가 보호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생존부모에게 친권이 ‘자동’으로 부활하게 되는 것은, 그가 친권자로서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 아동의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친권을 주겠다며 돈을 요구했던 전배우자, 남편의 폭력과 알코올중독을 견디다 못해 이혼한 아내의 사례 등 많은 싱글맘, 싱글대디들은 자신이 유사시 ‘친권의 자동부활’이 자녀를 보호하기보다는 불행하게 만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양육자 따로, 친권자 따로’인 경우 어려움 많아
이혼을 둘러싼 친권의 문제는, 친권자가 사망했을 경우에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양육권과 친권이 분리되어 있는 경우에도 문제가 된다. <조성민친권회복반대까페> 회원들 중에는 아이와 함께 생활하며 양육을 담당하면서도, 친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이의 신상이나 재산과 관련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어 겪게 된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14년 전에 남편의 부정한 행위에 못 참고 이혼을 했죠. (…) 혼자서 애 키우는데, 한번 애 보러 오곤 다시는 애 찾지도 않더군요. 그러던 중 제 동생이 외국에 있어 방학 동안 우리 애를(고2) 그곳에 보내게 됐는데 구청에서 왠걸? 친권자 싸인이 있어야 여권을 만들 수 있대서 황당하더라고요.” (B씨의 사례)
“조카(뇌성마비 3급)가 고교 졸업을 하던 해에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조그만 집을 하나 남겨 주셨습니다. 황당한 일은 그때 벌어졌습니다. 장애가 있는 조카가 마음에 걸려 3명이 상속권을 포기하고 조카에게 집을 주려니, 만20살이 안되어 친권자인 엄마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20년이 넘도록 저는 이사를 한번도 안 했고, 아이가 보고 싶었다면 언제든지 가능한 일인데 한번도 찾아온 적이 없었던 엄마입니다.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C씨의 사례)
이처럼 양육을 하는 사람과 친권을 행사하는 사람이 분리되어 있을 때, 결국 아이들의 삶이 제약을 당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C씨의 경우처럼 고모나 이모, 조부모, 혹은 다른 제3자가 아이를 부모처럼 보살피고 책임지고 양육하고 있으면서도, 법적으로는 그 관계와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친권자의 친권행사가 이들의 가정과 행복을 위협하거나 무너뜨릴 때, 과연 친권이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권리보단 의무, 혈연보단 생활관계 중시하는 방향으로
혈연을 최우선으로 하여 부모에게 아동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현행 친권제도의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지난 11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친권법, 어떻게 개정되어야 하는가” 정책포럼에서도 이 문제가 다루어졌다.
발제를 맡은 박복순 연구위원(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단독친권자 부재 시 친권이 생존부모에게 자동으로 돌아가는 대신, “후견”을 개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생존부모가 후견인이 되므로 자녀가 방치되지 않도록 하면서도, 재산관리와 같은 권한행사는 친족회의 동의를 얻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안전장치가 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가정법원은 ‘자녀의 복리’ 관점에서 친권자로서 적합한 지 여부를 심사하고, 만약 후견에 변동이 필요한 경우엔 자녀의 친족이나 검사의 청구 또는 직권에 의해 후견인을 변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이를 위해선 친족만이 아닌 제3자도 후견인이 될 수 있도록 후견인 제도를 손질하고, 유명무실한 친족회 역시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양육자와 친권자가 분리되어 있는 문제에 대해, 최정인 판사(서울가정법원)는 이혼 시에 “친권자는 아버지로, 양육자는 어머니로 타협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이는 아직도 친권을 가부장제 하에서 부권(父權) 개념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서 박복순 연구위원은 “친권의 권리로서의 측면보다는 의무로서의 측면을 강조”하고 “혈연보다는 실질적인 생활관계가 유지되고 안전이 확보”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친권을 폐지하고 부모는 자연후견으로서 “후견으로 통합”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일다] 조이여울
한편 양육자와 친권자가 분리되어 있는 문제에 대해, 최정인 판사(서울가정법원)는 이혼 시에 “친권자는 아버지로, 양육자는 어머니로 타협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이는 아직도 친권을 가부장제 하에서 부권(父權) 개념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서 박복순 연구위원은 “친권의 권리로서의 측면보다는 의무로서의 측면을 강조”하고 “혈연보다는 실질적인 생활관계가 유지되고 안전이 확보”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친권을 폐지하고 부모는 자연후견으로서 “후견으로 통합”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일다] 조이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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