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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문제제기를 듣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 전부터의 일이다. 그리고 요즘은 그 활동도 활발해져서 소위 '대안 생리대'라고 불리는, 기존의 일회용 생리대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생리대를 소개하는 걸 여러 차례 보아왔었다.

물론 이러한 노력이 매우 값진 것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그들의 주장대로 일회용 생리대가 인체에 미치는 해가 어떤지 아직 밝혀진 바 없고, 무엇보다도 개인적으로는 쓰레기로 배출되고 있는 일회용 생리대가 환경에 미칠 영향들을 생각하면 무언가 대안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늘 하면서도 나는 감히 습관을 바꿀 엄두는 내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환경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바로 그것은 그녀가 직접 쑥으로 물까지 들여가며 만든 생리대와 기저귀감으로 만든 여러 개의 면생리대였다. 나는 그것을 받아 들면서 "왜 자꾸 이렇게 훌륭한 길로 가게 되는 거야?"라며 농담을 섞어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다양한 디자인의 면생리대를 만들 수 있다.

꼭 그랬다. 나는 면생리대를 써야 훌륭한 사람이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훌륭한 사람이길 포기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대안 생리대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아니, 가마솥에 불을 때서 밥을 하라고 하지? 어떻게 요즘 같은 세상에 면 생리대야?"

이러한 대안 생리대에 대한 고민은 환경문제와 여성문제가 적대적인 관계로 첨예하기 부딪치는 한 지점이라고 생각했으며, '환경의식이 없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대안 생리대를 쓸 수 없어!'라고 입장을 정리한 뒤였다.

그리고 면생리대를 선물로 받았다. 이번 달 생리를 할 때 다소 주저하면서 그것을 사용해 보았다. 그러나 그것을 착용하자마자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것은 그저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머리보다 몸으로 먼저 깨닫게 되었다. 면 생리대는 우선 느낌이 너무 좋았다. 뽀송뽀송해서 생리 때마다 느꼈던 불쾌감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가지고 있었던 월경혈에 대한 혐오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면 생리대에 대한 거부감은 그것을 빨아야 한다는 것인데, 생각만 해도 인상이 찡그려지는 혐오감을 공공연히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그것을 직접 빨아보면서는 참으로 담담하다는 데 나도 놀랐다. 결국, 나 역시 내 몸에 대해 얼마나 혐오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흔하게 유포되어 있는 편견에 나 역시 얼마나 깊이 젖어 있었는지, 면생리대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그 친구에게서 받은 선물은 그래서 면생리대뿐만이 아니었다. 면생리대와 함께 이러한 귀중한 깨달음을 함께 받았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한편, '대안 생리대'라는 이름은 '면생리대'를 부르는데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안 생리대'라는 말 대신, '면생리대', 혹은 '기저귀'라고 불렀으면 좋겠다. 실제로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일회용 생리대'가 면생리대 대용품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대안 생리대'라는 이름은 적절치 못하다.

진심으로 많은 여성들이 '면생리대'를 사용해 보았으면 좋겠다. 물론,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면생리대를 사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집에 있을 때나 특히 잠을 잘 때, 또 생리 시작과 끝 기간 등 융통성 있게 사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단 환경을 위해서도 아니고, 건강을 생각해서도 아니다. 쾌적하고 즐거운 기분을 위해서라도 면생리대는 충분히 쓸만하다. 게다가 얼마나 경제적인가!

나는 생리 중에 서둘러 포목점으로 달려가 기저귀감 한 필을 바꿔왔다. 그리고 선물로 받은 걸 본으로 해서 생리대를 한 보따리 만들었다. 왜 진작 이것을 사용하지 않았던가 후회를 하면서 그것을 빨아 삶았다. 지금은 가을 햇볕 속에서 팔랑이며 잘 말라가고 있다.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즐거웠던 생리기간이었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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