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브르타뉴에서 보낸 편지] 30. 프랑스 정부가 저소득층을 돕는 법 
 

하늘을 나는 교실’의 필자 정인진 님이 프랑스의 서북부 브르타뉴 지방에서 머물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한 ‘브르타뉴에서 보낸 편지’가 연재됩니다. [일다] www.ildaro.com

 

며칠 전에 있었던 세모녀 자살 사건은 국민들을 당황하게 했다. 지하 셋방에서 병든 두 딸을 부양하며 생활하던 어머니가 부상으로 직장마저 잃자, 세 모녀가 자살을 한 것이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곤경에 처한 사람들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우리 모두의 안타까움을 샀다.

 

오늘은 월세 임대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게 할 거라는 기사를 보았다. 그 비율과 방법을 놓고 여러 논의가 진행 중인 것 같은데, 임대소득으로 얻은 세금이 어디에 쓰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별로 거론되지 않고 있다. 자실한 세 모녀의 경우, 이들의 생활이 곤궁했던 것에는 소득 대비 월세 비율이 높았던 점도 한 이유였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삶을 포기하는 데에는, 일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월세까지 상승한 것도 한 몫 거들었다. 이들이 국가로부터 주거보조금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나는 ‘월세 임대소득’에 매겨질 세금이 생활이 어려운 임차인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세입자에게 ‘주거 보조금’을 준다. 물론, 소득에 따라 다양한 수준으로 주어지는데, 최고 월세의 45%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럼, 이 지원금은 어디에서 나올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지원금은 바로 임대인이 낸 세금에서 나온다. 프랑스에서 임대인은 월세의 45%를 세금으로 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의 복지 정책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그들의 사회구조 정책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데 분명히 도움을 줄 부분이 있을 것이다.

 

세입자에게 지급되는 주거 보조금 정책

 

▲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렌(Rennes)의 ‘가족수당기금’ 내부 모습  © 정인진 
 

앞에서 언급했듯이, 프랑스 정부는 세입자들에게 ‘주거보조금’을 준다. 이 보조금에는 개인주거 보조금(Apl), 가족 주거 보조금(Alf), 사회적 주거 보조금(Als) 세 가지가 있다.

 

가족 없이 혼자 산다면 ’개인 주거 보조금’을, 가족이 있다면 ‘가족 주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가족 주거 보조금’은 결혼한지 5년 이상 40년 미만의 사람들에게 주어진다. 자녀들이나 부양할 사람들이 있을 경우에 받을 수 있다. 또 ‘사회적 주거 보조금’은 젊은이, 대학생, 아이 없는 부부, 노인이나 장애인에게 주어진다.

 

이 세 주거보조금은 단독주택이나 아파트, 셋집, 호텔, 양로원, 대학 숙소 등 매달 집세나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조건의 주거에서 생활할 때 받을 수 있다. 또 1년에 적어도 8개월 이상 그 집을 임대해야 하며,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 중 집을 소유한 사람이 있어서는 안된다.

 

보조금은 신청인과 함께 살고 있는 가족들의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되고 있다. 한편, 주거지는 쾌적함과 면적, 안전성에 있어 최소한의 표준 요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또한 주거 지역, 집세, 자녀와 부양인의 수, 수입과 몇몇 조건들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데, 이것은 모두 신청인이 제출한 정보를 심사해 책정된다.

 

만약 당신이 태어날 자녀를 포함해 아이들이 3명인데 좀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길 원한다면, 지원금(Pd: La prime de demenagement)을 받을 수 있다. 이 지원금은 셋째 아이 출산 마지막 달에 둘째 아이가 두 돌이 안 되었을 때 받을 수 있는데, 자녀가 셋인 경우에는 한 가정당 948.10유로를 준다. 아이들 수가 늘 때마다 한 명당 79.01유로가 추가 지급된다.

 

세든 집의 수리가 필요할 경우에도 수리비(Pah: Le pret a l’amelioration de l’habitat)를 신청할 수 있다. 집수리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이미 ‘가족수당 기금’(caf)을 통해 주거보조비를 받는 경우에 해당한다다. 욕실 설치, 난방장치 수리, 확장, 단열 등과 같이, 삶의 질과 관려해 꼭 필요한 최소 시설물에 해당되는 수리비이며, 부엌, 페인트, 벽지 교체 같은 보수 공사에는 지원되지 않는다. 집 수리비 보조금은 총 공사비의 80%가 지급되며, 1067.14유로가 넘지 않는 선에서 지원된다.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해주는 ‘강력한 연대소득’

 

경제 활동이 없거나 수입이 매우 적은 가정을 위해서는 ‘강력한 연대소득’(Rsa: Revenu de solidarite active)을 신청할 수 있다. 이 보조금은 2009년 6월부터 지급되기 시작했다. 직장을 새로 구하고 있는 중이거나, 일을 하더라도 수입이 너무 적은  사람들이 그 대상이다.

 

미혼자나 기혼자, 직장인이나 실업자, 또 자녀가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다. 구체적으로 25세가 넘었거나, 25세 이하더라도 태어날 아이를 포함해 1명 이상의 자녀가 있는 경우, 신청인의 상황에 맞춰 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또 18~25세 사이에도, 3년 동안 일했고 최소 2년 간 3,214시간 일을 했다면 ‘강력한 연대소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육아휴가, 안식년, 유급휴가, 대기발령 중인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강력한 연대소득’은 소득과 주거 상태를 고려해 책정된다. 이는 프랑스 사회가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해 주는 장치이다. 그렇지만 직장을 구하기 위해, 또 현재의 어려운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계획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면접관에게 꾸준히 보고해야 한다.

 

이 혜택은 프랑스인뿐 아니라 유럽경제 공동체에 결합된 외국인, 또 그 밖의 외국인이더라도 적어도 5년 전부터 프랑스의 노동허가 체류증을 소지한 경우 받을 수 있다.

 

‘돌보는 부모를 위한 일일 보조금’

  

▲  건강관리공단과 함께 위치해 있는 렌의 ‘가족수당기금’ 입구. 이곳에서 국민 복지와 관련한 거의 모든 보조금들이 지급된다.   © 정인진 
 

프랑스는 한부모 가정에도 경제적 지원(Asf: L’allocation de soutien familial)을 해주고 있다. 책임져야 할 20세 미만 자녀가 1 명이상 있을 경우, 다른 한쪽 부모가 아이를 인정하지 않거나 사망했거나 혹은 2달 전부터 양육비를 받고 있지 못할 때, 이 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다. 지원금은 아이가 20번째 생일 직전 달까지 계속 혼자 아이를 돌본다면 매달 39.34유로가 지급된다. 새로운 배우자를 만나거나 아이를 더 이상 부양하지 않게 될 경우엔 지급이 중단된다.

 

자녀가 20세 미만이면서 장애, 사고, 심각한 질병에 걸려 부모 중 한 사람이 아이를 돌보기 위해 직업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 때는 ‘돌보는 부모를 위한 일일 보조금’(Ajpp: L’allocation journaliere de presence parentale)을 신청할 수 있다. 직장인이라면 먼저 직장에 ‘간병휴가’를 요청해야 한다. 또, 실업자로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경우라면 ‘실업수당’은 중단되고 ‘돌보는 부모를 위한 일일 보조금’으로 자동 전환된다. 그러나 실업수당을 받지 않는 실업 상태인 경우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돌보는 부모를 위한 일일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아이의 치료에 소용되는 예측 가능한 기간과, 아이를 위해 누군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보조금 지급은 한 달에 22일이 넘어서는 안된다. 부부의 경우 하루 42.20 유로, 한부모 가정의 경우 50.14유로가 지원되며, 상황에 따라 107.95유로를 추가로 지원받을 수도 있다. 지원금은 6개월 단위로 갱신되는데, 최대 3년까지 받을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모든 보조금을 담당하는 곳은 ‘가족수당기금’(Caf: Caisse d’allocation familiale)이다. 국가의 복지 정책이 가장 구체적으로 실행되는 단계가 바로 이 곳에서다. 곤경에 처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자녀수당’까지 모두 ‘가족수당 기금’에서 관리하고 있다. 나 또한 유학생 시절, 외국인이었음에도 학생 체류증을 소지한 덕분에 이곳에서 ‘개인 주거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복지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잘 알면서도 이를 위한 재원 마련에는 매우 소극적인 것 같다. 게다가 헛된 곳에 세금이 마구 쏟아부어질 때, 가난한 사람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 사회도 좀더 튼튼한 사회 안전망을 갖춰, 더이상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 정인진 www.ildaro.com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