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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20. Papaya t-shirts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 기업 ‘아맙’(A-MAP)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기업과 모임을 소개하는 글을 연재합니다. 필자 구수정씨는 아맙 베트남 본부장입니다. www.ildaro.com
▮ 파파야 티셔츠 (Papaya t-shirts)
2008년에 설립된 파파야는 베트남 공정무역 티셔츠 전문 생산업체다. 100% 순면을 사용해 고품질의 티셔츠를 생산한다. 공정한 거래를 통해 노동자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며, 수익의 일부를 베트남 거리의 아이들을 돕는 단체 ‘인생의 먼지’(Poussieres de Vie)에 환원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생산된, 베트남 문화를 담은 티셔츠
▲ 파파야 호치민시 매장. 간판에 "Fair Trade"(공정무역)가 적혀 있다. © 아맙
베트남 공정무역 티셔츠 파파야를 알게 된 것은 입소문 때문이었다. <아맙>의 회원 한 명이 미얀마를 여행하던 중 외국인 친구를 통해 파파야 티셔츠를 알게 된 것. 그 친구는 베트남에서 산 공정무역 티셔츠인 파파야의 품질과 디자인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고 한다. 나중에 두 사람이 나눈 이야기는 페이스북을 통해 소개되었고, <아맙>이 파파야를 방문하게 되었다.
호치민시 1군의 여행자 거리에 위치한 티셔츠 전문 가게 ‘파파야’는 겉에서는 그저 작고 평범한 옷 가게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파파야에는 공정한 세상을 디자인하려는 사람들의 건강한 이야기가 살아 숨쉬고 있었다. 이제는 <아맙>이 입소문을 낼 차례다.
구수정 (<아맙> 베트남 본부장. 이하 ‘수정’): 호치민에 살면서도 파파야 티셔츠 같은 공정무역 가게가 있는 줄 여태 몰랐네요. 부이비엔 거리는 여행자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이기도 해서 제 한국친구들도 이 부근 호텔에 자주 묵고 저 또한 자주 들르거든요. 지금 미얀마를 여행 중인 친구가 인터넷에 파파야 티셔츠에 관한 글을 올리지 않았더라면 계속 몰랐을 거예요. (웃음)
팔라스 티에리 (<파파야> 대표. 이하 ‘티에리’): 그 친구분께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 파파야 티셔츠를 창업한 지 3년 정도 되었고 매장도 하나둘 늘어가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작은 규모의 티셔츠 회사에 불과합니다. 파파야를 더 알리고 싶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도 있는데 현실적인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아 못하고 있는 일이 많지요.
수정: 프랑스 분이시죠? 홈페이지에 보면 파파야가 ‘베트남의 티셔츠 전문 생산업체’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방금 주신 명함에도 ‘진짜 좋은 베트남 티셔츠’라는 문구가 있고요. 베트남인 소유의 회사인가요?
티에리: 파파야 티셔츠는 100% 베트남에서 생산, 판매되고 있고 베트남의 문화가 반영된 디자인으로 만들고 있어요. 하지만 현재 회사의 법적 소유자는 저를 포함한 프랑스인 두 사람입니다. 아시겠지만 베트남에는 100% 외국인 투자기업이 겪는 여러 어려움이 있어서, 우리는 회사를 베트남 사람과의 합작 기업으로 바꾸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현재 저는 회사 경영도 맡고 티셔츠 디자인도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베트남 친구들이 운영하는 ‘진짜’ 베트남 티셔츠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물론 그때 저는 디자인만 하고 싶고요. (웃음)
“저는 이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재기발랄한 디자인으로 베트남 문화를 티셔츠에 담아내고 있는 파파야. © Papaya t-shirts
수정: 원래 디자인 관련된 일을 좋아하셨나 보죠? 프랑스인이고 외국에서 공정무역 티셔츠 사업을 하고 계신데, 어떤 연유로 베트남에서 이런 일을 하게 됐는지 사연이 궁금하네요.
티에리: 저는 어렸을 때부터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어요. 무언가를 그리고 만드는 것을 좋아했지요. 열일곱 살 때까지 계속 그 꿈을 간직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반대를 했고, 어쩔 수 없이 디자인과는 관련이 없는 다른 일을 배워야 했어요. 그 후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살았지만 다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노트에 꾸준히 스케치를 하며 디자인 습작을 계속했죠. 그리고 호치민시에 처음 왔을 때, 디자인에 대한 꿈이 다시 살아났어요. 프랑스에서는 의류 매장을 여는 데 많은 돈이 들지만, 당시 호치민시에서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았거든요. 꿈을 이룰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지요.
수정: 베트남에는 어떠한 인연이 있어서 오게 된 거죠? 단순한 여행이었나요?
티에리: 예전에 저는 카리브 해 근처의 세인트마틴이란 섬에서 살았어요. 아주 작은 섬이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인종이 섞여서 살고 있죠. 하지만 인종차별이 아주 심해서 백인은 백인, 흑인은 흑인, 인디언은 인디언, 중국인은 중국인, 모두들 그렇게 끼리끼리 어울려 살아요. 겉보기에는 작고 평화로운 섬이지만 알고 보면 차별이 일상화되어 있는 배타적인 곳이지요.
그런데 제 프랑스 친구는 다른 인종, 민족의 친구들과 무척 잘 어울려 지냈어요. 그 친구는 매사가 단순, 명쾌하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했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이었지요. 당시 저는 그 친구와 한집에 살면서 안정된 직장을 갖고 평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요. 그런데 어느 날 밤, 그 친구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엄청난 충격을 받은 저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방황했지요. 그때 마침, 베트남에서 자선단체를 운영하고 있던 또 다른 친구가 저를 베트남으로 불렀어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던 저는 친구의 권유에 따라 베트남에 오게 되었고, 파파야를 만들게 되었어요.
수정: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쉽게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였을 텐데, 미안해요. 베트남에 와서 오랜 꿈이었던 디자인 관련 사업을 하게 되었는데, 굳이 ‘공정무역’ 티셔츠 사업을 하게 된 특별한 동기나 이유가 있나요?
티에리: 저는 이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온갖 차별과 불공정이 넘쳐 나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죠.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 거리에 넘쳐 나는 가난한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을 도울 방법이 없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죠. 처음에는 돈이나 물품을 지원하는 방법을 고민했는데, 그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일자리’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는 일자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그들과 함께하는 길을 선택한 거예요. 티셔츠 1장 당 1%의 수익금(2천동)을 베트남 거리의 아이들을 돕는 단체 ‘인생의 먼지’(Poussieres de Vie)에 기부하고 있고요.
빠르게 성장한 ‘파파야’, 베트남 전국을 누비다
▲ 파파야 매장 내부 모습. 고객들이 티셔츠를 고르고 있다. © 아맙
수정: 회사 이름을 왜 ‘파파야’라고 지었나요?
티에리: 그냥 단순하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짓고 싶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바나나’로 하려고 했는데, 이미 바나나라는 회사가 있어서 조금 고민을 하다가 파파야가 생각났어요. 회사 이름은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쉽고 누구에게나 친숙한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어요.
수정: 창업 4년째인데 전국에 파파야 매장이 4개나 있더라고요. 호치민시에 하나, 푸꾸억 섬에 하나, 그리고 호이안에 둘. 비교적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티에리: 하노이에도 파파야 매장 오픈을 준비하고 있어요. 곧 다섯 개가 됩니다. (일동 박수) 애초에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사업이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요. 신규 매장 오픈을 과감하게 밀어붙인 게 큰 요인인 것 같아요. 푸꾸억 섬에 매장을 열 때는 그곳 점장에게 티셔츠 5백 벌을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주고 팔아보라고 했거든요. 티셔츠가 잘 팔려 다행이지,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히 무모한 짓이었죠. 만약 일이 잘못되면 티셔츠 5백 벌을 다 날려 버리는 건데, (웃음) 다행히도 과감한 경영 방침이 계속 성공으로 이어졌어요.
수정: 보아 하니 티에리 씨가 매장 매니저인 로안 씨의 속을 자주 썩였겠는데요? (웃음) 사업 아이템으로 티셔츠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또, 파파야는 앞으로도 계속 티셔츠만 생산할 계획인가요?
티에리: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싶지만 그만한 자본금이 없어서 우선은 비교적 쉽고 간단한 티셔츠 사업을 하게 된 거예요.
수정: 네 개의 매장을 운영하는데 전체 직원은 몇 명인가요? 그리고 공장은 몇 개나 되지죠?
티에리: 파파야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일곱 명입니다. 공장은 호치민시에 하나가 있고요.
수정: 일곱 명이오? (<아맙> 회원들 모두 놀라 손가락으로 일곱 명임을 다시 확인함) 일곱 명이 다섯 개 매장의 티셔츠를 생산해 낼 수 있나요?
티에리: 네. 우리 회사가 결코 크지 않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웃음) 저는 지속 가능한 지구를 고민하는 차원에서라도 현재의 대량생산 시스템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근로 조건과 복지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어요. 가급적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불하고 설 연휴, 장기 휴가 등 충분한 휴식과 자기 계발의 시간을 주고자 합니다.
주택을 하나 빌려 작은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안에 집이 멀어서 출퇴근이 힘들거나 그곳에서 지내고 싶은 직원들을 위해 쉼터를 마련해 주었어요. 또 직원 중에 기술을 배우고 싶거나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언제라도 지원할 계획입니다. 저는 근무 조건이 좋을수록 그들이 더 열과 성을 다해 일하게 되고, 그것이 결국 회사의 발전과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그들은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아주 능숙한 솜씨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어요. 그렇게 해서 하루 평균 파파야가 생산하는 티셔츠는 약 170벌입니다.
‘디자인 도용’으로부터 공정무역을 지켜주세요!
▲ 파파야 매장 한 켠에 전시된 자선단체 '인생의 먼지' 지원 홍보 포스터. © 아맙
수정: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온 것처럼 들리지만, 소규모 티셔츠 회사이다 보니 경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기도 해요.
티에리: 있죠! 가장 큰 문제는 ‘디자인 도용’ 문제에요. 파파야 티셔츠의 경쟁력은 디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우리가 창의적이고 기발한 디자인의 티셔츠를 출시하면 바로 근처에 있는 벤탄 시장에 우리 디자인을 베낀 똑같은 티셔츠가 나돌지요. 당연히 우리 티셔츠보다 저질의 상품이지만 그것이 한 벌에 4만~5만 동(2~2.5달러)에 팔려요. 그러다 보니 신상품 매출이 처음에는 늘다가 바로 급감하는 일이 빈번하죠.
더 큰 문제는 소비자들에게 파파야 티셔츠의 이미지가 안 좋게 비쳐지게 된다는 거예요. 우리는 티셔츠 원단을 아주 신중히 고르고 정성을 다해 100% 순면 티셔츠를 만들거든요. 그런데 벤탄 시장에서는 가짜 파파야 상품이 아주 저가로, 그것도 아주 당당하게 팔리고 있는 거예요. 디자인 도용 문제 때문에 생기는 손해가 굉장히 큽니다. 피해액을 다 파악하기 힘들 정도예요. (매니저 로안 씨가 눈물을 글썽이며 목이 메어 간신히 통역을 이어 갔다.)
수정: 베트남에 있는 공정무역 기업들이 디자인 도용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길 자주 들었어요. 가슴 아픈 일이에요. 그런 와중에도 공정무역의 원칙을 준수하며 기업을 운영해 나가는 두 분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그런데, 호치민시 매장 어디에도 파파야가 ‘공정무역’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포스터나 브로슈어를 볼 수가 없더군요.
티에리: 아! 홈페이지에서는 바로 확인할 수 있는데… 파파야 티셔츠나 공정무역에 대한 홍보가 많이 부족하죠. 그동안 티셔츠 생산, 판매에 매달리다 보니 아직 여력이 없어 놓치고 있는 부분이 많아요. 포스터나 브로슈어 같은 홍보는 거의 손을 못 대고 있지만, 온라인에는 파파야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이 있어요. 상당수의 고객이 온라인을 통해 파파야가 ‘공정무역’ 상품인 것을 알고 매장을 찾아오죠.
수정: 파파야는 공정무역 티셔츠인데, 공정무역 상품 인증을 받거나 외부의 지원을 받고 있나요? 보통 사회적 기업은 정부나 지역사회 또는 단체들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하고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를 적극 활용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티에리: 공정무역 인증은 아직 못 받았어요. 베트남 정부는 물론 프랑스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도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자원봉사자 없이 전부 직원들로 회사가 운영되고 있고요. 베트남이 공정무역을 하기에 적합한 사회적 공감대나 제도적 장치가 많이 부족해서 우리 같은 소규모 공정무역 업체가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이 많아요.
감동을 주는 아이템 ‘신문지 재활용 봉투’
▲ 호이안에서 온 티셔츠 전용 신문지 재활용 봉투 © 아맙
수정: 꼭 공정무역으로 정식 인증을 받지 않더라도, 파파야의 ‘신문지 재활용 봉투’를 보면 소비자들은 누구나 ‘파파야’가 추구하는 정신에 공감하게 될 것 같더군요. 우리는 이걸 보고 진짜 감동을 받았거든요. 어떻게 이런 신문지 재활용 봉투를 만들게 되었죠?
티에리: 처음에 저는 호이안에서 만난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싶었어요. 그런데 방법을 몰랐죠. 그때 호이안과 후에에서 빈민 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 프랑스 친구를 알게 되었어요. 그 친구가 저에게 “그들은 그저 돈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길 원해.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면 평생을 살 수 있다는 말도 있잖아”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그 친구의 말을 듣고 저는 ‘신문지 재활용 봉투’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어요.
마침 ‘물방울’(La Goutte d‘Eau)이라는 자선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또 다른 친구가 호이안에 사는 한 가족을 소개했어요. 엄마는 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고 할머니가 돗자리를 만들며 아이 셋을 키우고 있었는데, 하루 벌이가 고작 1만8천동, 1달러도 채 안 되었죠. 저는 그 가족에게 신문지 재활용 봉투를 만들어 납품하게 했어요. 처음엔 손에 익지 않아 많은 양의 봉투를 만들지 못해 ‘이것으로 벌이가 될까’ 의심하기도 했지만, 3주가 지나자 속도가 붙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게 돈벌이가 되자 이웃들이 시기를 했지요. 지금은 주변에 있는 다른 두 가족에게도 신문지 재활용 봉투를 만들도록 해서, 한 가족당 매달 봉투 1천장을 납품받고 있어요. 저는 그 세 가족 모두를 사랑해요! 이 신문지 재활용 봉투도 너무 좋고요.
수정: 파파야가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사업이나 계획이 있으면 알려 주세요.
티에리: 저는 이래저래 많은 일을 저지르고 다니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옆에 있는 로안이 고생이 많죠. (웃음) 최근에는 아까 얘기한 ‘물방울’이라는 단체를 지원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베트남의 가난한 농촌 가족을 돕는 사업이에요. 예를 들어 단체에서 한 가족당 세 마리의 돼지를 분양해 주고, 이 가족이 돼지를 잘 키워 새끼를 얻게 되면 다른 가족에게 다시 그 새끼를 분양하는 사업이지요. 개인적으로는 베트남 친구 한 명을 입양하여, 그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한번은 호이안에 작은 봉제공장을 만들려고 한 적도 있어요. 일자리 창출이 목적이었는데 정작 그 지역 사람들은 공장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미싱 한 대만 놓더라도 자기 가게를 갖는 것을 원했지요. 그래서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어요. 그런 경험들을 통해 배운 것은, 지원 사업을 할 때 누군가를 돕겠다는 욕심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그들의 요구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것이 지속 가능한 사업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현재의 도움이 장기적으로 또 다른 사람들에게 이어질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겠지요.
▲ 인터뷰를 마친 후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부우(아맙), 로안, 티에리, 현우(아맙) © 구수정
통역을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을 옮기느라 정작 자기 이야기는 못하게 되기 십상이다. 인터뷰에 함께 응했던 로안도 그랬다. 티에리와 함께 창업 초기부터 파파야를 일구어 온 그녀였지만, 인터뷰에서 정작 그녀의 이야기를 거의 듣지 못했다. 그래서 인터뷰 마지막 질문은 로안에게 던졌다. “당신은 어떻게 파파야에서 일을 하게 되었나요? 가장 힘들었던 일은요, 그리고 가장 즐거웠던 일은 무엇인가요?”
로안 (<파파야> 호치민시 매장 매니저): 애초에 티에리와 저는 친구로 만났어요. 그가 호치민시에 티셔츠 가게를 내고 싶다고 했을 때, 저는 공정무역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경험도 없었지요. 처음에 가게를 열었을 때는 저와 티에리, 그리고 제 여동생인 응아, 이렇게 달랑 세 사람뿐이었어요. 그땐 영어 실력도 형편없어서 대화조차 어려웠지요. 지금 돌아보면 그 험한 길을 어떻게 헤쳐 왔는지 모르겠어요.
티에리와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제게 행운이에요. 그는 매우 친절할 뿐 아니라 직원들에게 세심한 관심을 갖고 그들의 일상을 돌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죠. 티에리와 또 다른 파파야 경영인 데이비드, 이 두 사람은 제가 파파야에서 일을 하면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티셔츠 디자인 도용 문제가 계속될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답니다. 티에리가 그 누구보다 공을 많이 들여서 디자인을 하고 있다는 걸 제가 잘 알고 있으니까요. <아맙>과 인터뷰를 하게 되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우리 매장에 한국 손님들은 드문데,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이 파파야 매장을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통역 : 응웬 호앙 안 로안 (파파야 호치민시 매장 매니저)
*기록 정리 : 권현우 (아맙 마케팅 팀장) / 쯔엉 콩 안 부우 (아맙 마케팅 팀원)
<아맙> 카페: http://cafe.daum.net/doanhnhanxahoi 연락처: 070-7554-5670 (베트남 사무소)
<아맙> 후원 계좌: 신한은행 110-313-503660 (예금주: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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