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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세대 패션디자이너의 생애와 만나다
다큐멘터리 <노라노> 
 
노라노(Nora Noh)는 85세의 패션 디자이너이다. 그녀는 여전히 옷을 만들고 일을 하고 있다. 1947년, 나이 스무 살에 이 일을 시작한 노라노는 여든 살을 맞이하면서 자신의 옷을 찾아주고 사랑해준 많은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전시회를 열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서은영이라는 스타일리스트가 약속도 없이 찾아오면서, 영화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화는 노라노라는 아티스트가 지금까지 활동했던 것들을 모으고 기록해놓은 전시회를 열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다.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기에, 그리고 서은영과 노라노가 생각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기에 작품은 긴장감을 유지한다.

▲ <노라노>(Nora Noh)는 대한민국 최초의 패션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시대를 움직인 아티스트, 노라노
 
영화가 담고 있는 것은 물리적인 사건의 흐름 외에도 ‘노라노의 역사’가 있다. 한 개인의 구술생애사를 보고 듣는 느낌을 주는 것은 그녀가 살아온 시간 순으로 이야기를 꺼내는 점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지만, 당사자가 직접 나레이션을 한다는 점도 한 몫 한다.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들려주는 생애는 다시 두 갈래로 갈라진다. 하나는 그녀가 써내려 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순간들이 지니는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그녀의 “기구한” 팔자가 지니는 의미이다. 전자에 해당하는 사회적 이슈들은 각종 자료들과 전문가들의 설명으로, 후자에 해당하는 노라노의 과거는 재연으로 선보인다.
 
전시회라는 커다란 메인 이벤트와 그녀의 인생이 교차하는 가운데, 영화의 후반부는 노라노가 의상감독으로 참여한 영화들을 통해 그녀의 커리어를 정리해 보여준다. 더불어 그만큼 그녀가 시대상을 반영하는 동시에 시대 자체를 움직였고, 영화사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각별한 의미를 지닌 인물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 작품은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현재 학계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고 있는 ‘의복’에 관한 기록이라는 점, 그리고 옷이라는 존재가 인간의 삶과 나아가 사회 전체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떠올려보게 만든다. 더불어 ‘여성의 옷’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욕망의 표현, 혹은 자존감의 표현이라고 보는 작품 속 이야기들은 한번쯤 고민해볼 화두이다.
 
‘노년의 여성’ 다른 상(象)을 보는 즐거움

 
무엇보다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여성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아닐까. 영화의 프리뷰를 본 사람들은 “멋지게 나이든 분이시다”라고 이야기했다.

▲ 85세의 현역 패션 디자이너의 생애를 담은 다큐멘터리 <노라노>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작품에는 노년의 여성배우들, 여성교수들을 포함하여 가부장제 사회에서 옆으로 한 발짝 벗어난 분들이 많이 등장한다. 모두 나이가 들었어도 멋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여성의 생애주기’라고 이야기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노라노의 모습이 여성의 역할모델이거나 표본이라고 이야기할 순 없겠지만, 관객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또 다른 방식의 ‘나이 드는 것’을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여성의 나이 듦’과 관련하여 논의도 필요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상(象)을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라노는 20세에 패션 디자이너 일을 시작하여 1952년 자신의 부티크를 차렸다. 이후 1956년 한국 최초로 패션쇼를 열었고, 1963년에는 최초로 디자이너 기성복을 생산하였다. 작품은 일찍이 프랑스와 미국에 진출한 바 있는, 멋진 디자이너의 옷과 인생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김성희 감독. 연분홍치마 제작. 시네마달 배급. 10월 개봉.  ▣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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