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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에 거주하는 김영란(가명, 여)씨는 두 살 된 아이의 예방접종을 위해 보건소를 찾기로 했다. 구내에 있는 보건소까지는 버스노선이 좋지 않아 중간에 한 번 갈아탔다. 유모차를 끌고 버스를 이리저리 옮겨 타다 보니, 쌀쌀한 날씨에도 김씨의 등에는 땀이 흘렀다.
김영란씨는 보건소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 내렸지만 막상 보건소 입구까지는 한참을 더 걸어야 했다. 게다가 보건소 앞은 인도가 거의 확보되지 않아 위험했고, 설상가상으로 주차된 차들이 즐비해 김씨는 유모차를 끌고 걸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도봉구 여성들이 참여한 <우리마을 공공모니터단>의 모니터 결과를 토대로 구성해 본 보건소 가는 길의 모습이다. 유모차나 휠체어를 타고 이용하기 힘든 교통시설, 지역주민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운영되는 곳임에도 안전한 통행로조차 확보되지 않은 보건소.
보건소뿐 아니라 지역의 공공시설을 이용하다 보면 크고 작은 불편을 느낄 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때로는 너무 익숙해져서 불편이라는 사실을 잊고 지내기도 하는 지역 공공시설의 문제점에 대해 지역여성들이 이용자로서 권리 찾기 운동에 나섰다.
우리동네 공공시설, 이용자들의 만족 정도는?
지난 19일 도봉구에서는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주최로 도봉구내 공공시설 10여 곳을 노인여성, 장애여성, 아이 키우는 여성 등 사회적 소수자의 입장에서 접근성과 만족 정도를 평가한 <우리마을 공공모니터단>의 모니터 내용이 발표됐다.
<우리마을 공공모니터단>은 5월 한 달간의 교육을 거쳐 6월부터 10월까지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2회 이상 모니터 활동에 참가한 여성들은 총 21명으로, 직접 모니터용지 개발에 참여해 공공시설에 대한 주민의견을 청취하고 당사자의 입장에서 체험모니터를 실시했다.
오승현(동북여성민우회) 사무국장은 모니터단 활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흔히 ‘거주지’라는 말로 표현되는 내가 사는 동네, 지역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만큼 알고 있으며 무엇을 누리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공공장소’나 ‘공공시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깨끗하게 사용해야만 하는 의무만 있는 곳”이라는 생각만 있었을 뿐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으로서의 권리”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기회가 없지 않았는가 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사회적 약자의 눈으로 보면 불편함은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지하철 등 공공시설물의 안내도는 일반적인 평균 성인남성의 키에 맞춰져 있어 휠체어 장애인이나 허리가 굽은 노인들의 경우에는 제대로 보기가 힘들었다. 노인들은 너무 작거나 영문만으로 된 표지판은 잘 알아보지 못했다.
장애여성들이 느끼는 ‘외출공포’
또,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로선 찻길이 항상 염려된다. 따라서 지역에서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황선아씨는 무엇보다 도로교통 체계에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가 성인들이 마주보고 지나치면 어깨가 부딪힐 정도 비좁고 불편한 탓에 유모차를 끌고 나서는 일이 매우 힘들다. 유모차에 장바구니라도 더해지거나 버스를 타게 되면 곤란은 배가 된다.
더구나 이용자 입장에서 봤을 때 지역 버스 노선이 합리적으로 짜여있지 못해 아이를 둘 이상 키우는 여성들은 주로 택시를 하거나 자가용을 어쩔 수 없이 마련해야 한다. 이는 경제적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황선아씨는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느끼는 불편함에 대해 개선요청을 해야 한다’고 배우거나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동안 되도록 외출을 삼가는 것으로 해결책을 삼아 왔다”고 말했다.
장애여성들이 느끼는 ‘외출’에 대한 공포는 더 크다. 장애여성의 입장에서 모니터를 진행한 김지희씨에 따르면 “자녀를 가진 장애여성들이 학부모로서 학교에 가야 할 경우 겁이 나는 이유는, (쳐다보는) 시선보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 더 크다”고 한다.
대부분의 학교가 계단이 가파르고 때에 따라 손잡이가 없는 경우도 있어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학교 내에서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니터단의 발표에서는 도봉구내 공공시설의 문제점을 이용자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파악했을 뿐 아니라 구체적인 개선점이 함께 보고되었다.
‘진짜’ 이용자 중심의 설계로
오승현 사무국장은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수렴할 때 주민들의 삶을 편안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특히 구청이나 주민센터가 주민자치시대에 걸맞게 엄숙하고 삭막한 분위기를 벗어나, 보다 활기차고 따뜻한 분위기로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해줄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줄 것을 요청했다.
모니터에 참여한 황선아씨는 “처음 모니터를 할 때 잘못되어 있는 것과 잘 되어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것을 모니터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황씨는 “불편함에 익숙해지거나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공공서비스가 변화를 이끌어주면 다른 곳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전체 시민의 의식도 함께 성장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란씨는 보건소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 내렸지만 막상 보건소 입구까지는 한참을 더 걸어야 했다. 게다가 보건소 앞은 인도가 거의 확보되지 않아 위험했고, 설상가상으로 주차된 차들이 즐비해 김씨는 유모차를 끌고 걸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도봉구 여성들이 참여한 <우리마을 공공모니터단>의 모니터 결과를 토대로 구성해 본 보건소 가는 길의 모습이다. 유모차나 휠체어를 타고 이용하기 힘든 교통시설, 지역주민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운영되는 곳임에도 안전한 통행로조차 확보되지 않은 보건소.
보건소뿐 아니라 지역의 공공시설을 이용하다 보면 크고 작은 불편을 느낄 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때로는 너무 익숙해져서 불편이라는 사실을 잊고 지내기도 하는 지역 공공시설의 문제점에 대해 지역여성들이 이용자로서 권리 찾기 운동에 나섰다.
우리동네 공공시설, 이용자들의 만족 정도는?
보건소 입구. 인도가 좁고 많은 차량으로 통행이 불편하다.
<우리마을 공공모니터단>은 5월 한 달간의 교육을 거쳐 6월부터 10월까지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2회 이상 모니터 활동에 참가한 여성들은 총 21명으로, 직접 모니터용지 개발에 참여해 공공시설에 대한 주민의견을 청취하고 당사자의 입장에서 체험모니터를 실시했다.
오승현(동북여성민우회) 사무국장은 모니터단 활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흔히 ‘거주지’라는 말로 표현되는 내가 사는 동네, 지역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만큼 알고 있으며 무엇을 누리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공공장소’나 ‘공공시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깨끗하게 사용해야만 하는 의무만 있는 곳”이라는 생각만 있었을 뿐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으로서의 권리”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기회가 없지 않았는가 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사회적 약자의 눈으로 보면 불편함은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지하철 등 공공시설물의 안내도는 일반적인 평균 성인남성의 키에 맞춰져 있어 휠체어 장애인이나 허리가 굽은 노인들의 경우에는 제대로 보기가 힘들었다. 노인들은 너무 작거나 영문만으로 된 표지판은 잘 알아보지 못했다.
장애여성들이 느끼는 ‘외출공포’
지하철 녹천역 입구. 계단이 많고 가파르다.
더구나 이용자 입장에서 봤을 때 지역 버스 노선이 합리적으로 짜여있지 못해 아이를 둘 이상 키우는 여성들은 주로 택시를 하거나 자가용을 어쩔 수 없이 마련해야 한다. 이는 경제적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황선아씨는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느끼는 불편함에 대해 개선요청을 해야 한다’고 배우거나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동안 되도록 외출을 삼가는 것으로 해결책을 삼아 왔다”고 말했다.
장애여성들이 느끼는 ‘외출’에 대한 공포는 더 크다. 장애여성의 입장에서 모니터를 진행한 김지희씨에 따르면 “자녀를 가진 장애여성들이 학부모로서 학교에 가야 할 경우 겁이 나는 이유는, (쳐다보는) 시선보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 더 크다”고 한다.
대부분의 학교가 계단이 가파르고 때에 따라 손잡이가 없는 경우도 있어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학교 내에서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니터단의 발표에서는 도봉구내 공공시설의 문제점을 이용자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파악했을 뿐 아니라 구체적인 개선점이 함께 보고되었다.
‘진짜’ 이용자 중심의 설계로
오승현 사무국장은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수렴할 때 주민들의 삶을 편안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특히 구청이나 주민센터가 주민자치시대에 걸맞게 엄숙하고 삭막한 분위기를 벗어나, 보다 활기차고 따뜻한 분위기로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해줄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줄 것을 요청했다.
모니터에 참여한 황선아씨는 “처음 모니터를 할 때 잘못되어 있는 것과 잘 되어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것을 모니터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황씨는 “불편함에 익숙해지거나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공공서비스가 변화를 이끌어주면 다른 곳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전체 시민의 의식도 함께 성장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봉구 여성들의 ‘시민들이 행복한’ 공공시설 바꾸기
[여성주의 저널 일다] 박희정
[여성주의 저널 일다] 박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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