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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미성년인 청소년기의 성은 금기시되어 있다. 10대가 임신을 하면 가정이나 학교사회로부터 추방되기도 하며, 사회로부터 냉대가 뒤따른다. 만약 10대가 아이를 출산해 양육까지 한다면?

10대 양육미혼모에겐 사회적 지원이 너무도 절실하지만, 현실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정반대다.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 양육미혼모들은 가족과 학교로부터, 지역사회로부터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족들 반대해도 아이 키우는 10대 싱글맘 증가

“그러다가 아빠한테 5개월 때 얘기를 했어요. 임신했다고. 근데 지우라고 막 병원 가라고 그래서, 아빠가 한동안 집에 안 들어오셨어요. 저 때문에 너무 실망이 커가지고. 그래서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그래가지고 남자친구랑 찜질방에서도 며칠 있고, 밖에서도 며칠 있고, 막 떠돌이 생활을 했었어요. 임신 중에 그러다가 아빠가 집에 와서 얘기 좀 하제요. 아빠랑 얘기 했는데 니가 낳고 싶으면 입양을 해라 이렇게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입양은 안 시킨다고 이랬더니 막 욕을 하시는 거에요. 아빠가.” (청소년 양육미혼모 실태조사)

“가족이 낙태를 강하게 권했으나 자신의 뜻대로 출산”한 후에 가족과 갈등을 겪는 10대 양육미혼모의 사례다. 이렇듯 최근에는 양육을 선택하는 10대 미혼모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8개 미혼모시설에 입소한 양육미혼모 중 10대 청소년의 비율이 1998년 22.9%에서 2001년 40.7%로 2년 안에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서울시 늘푸른여성지원센터는 “미혼모 중 양육미혼모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특히 10대 비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한 변화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 늘푸른여성지원센터와 성공회대학교가 공동으로 조사연구를 진행한 <청소년 양육미혼모 실태조사> 결과가 지난 달 26일 서울여성프라자에서 보고됐다. 미혼모자시설 등에 거주하는 청소년 양육미혼모와,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청소년 양육미혼모 106명을 대상으로 현황을 파악한 것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미혼모 시설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청소년 미혼모들까지 포함되었고, 심층면접을 통해 그 동안 묻혀있던 청소년 양육미혼모들의 목소리를 사회 밖으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박성혜(늘푸른여성지원센터) 소장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재가청소년 양육미혼모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서울시의 협조로 54명의 재가청소년 미혼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일자리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 지원 미미해

“견디기 힘든 게 제가 19살 때 여기서 나갔으니까 우선 돈을 벌어야 하잖아요. 정말 막막한 거예요.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뭘 하긴 해야겠는데 등본을 가지고 오라고 하더라구요. 등본엔 제 애기 이름이 있어가지고, 이게 사람들의 시선이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소심해서 자신 있게 ‘이거 뭐 어때’ 이렇게 안 되거든요. 그래서 그것 때문에 힘들었어요. 오픈을 해야 하잖아요. 하려면 그게 쉽지가 않으니까 웬만하면 등본을 안 내는 쪽으로. 나이도 어리고, 고등학교도 졸업 못하고, 기술도 없으니까 할 데가 없는 거예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했는데 30만원인가 그렇게 줘요. 한 달에.”

청소년 양육미혼모들이 겪는 어려운 점으로 경제적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김은영(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소년 미혼모들이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혼자 아이를 돌보느라 취업할 수 상황에 있는 경우가 많았고, 일을 하려고 해도 나이가 어리고 학력이 낮아 적절한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고 보고했다. 청소년 미혼모들이 일을 하는 경우에는, 시간제 일자리나 일용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청소년 양육미혼모와 그 자녀와 관련한 정책 및 지원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주요하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권자로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과, 저소득 한부모가족지원제도의 지원이 있다. 그러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경우, 미혼모들의 부모가 경제적인 능력이 있으면 미혼모들이 수급권자로 지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저소득 한부모가족지원제도의 경우에도 월 5만원 아동양육비가 전부라서, 청소년 양육미혼모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는 충분한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김유순(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입양아동 1인에 대해서 월 10만원의 양육수당이 지원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동양육비 지원 수준의 제고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학업 지속하기 어렵고, 주거도 마땅치 않아

청소년 양육미혼모들이 겪는 어려움의 두 번째로 꼽힌 것은 학업중단 문제다. 2005년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미혼모들의 학력수준은 “중고등학교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이 2004년 78%에 이른다.” 청소년들이 임신 후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이를 양육하는 경우에는 학업을 지속할 확률이 희박한 실정이다.

학교나 교사들은 “임신 자체가 징계대상이 된다”거나 “다른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한다” 등의 부정적 의견이 지배적이라, 청소년 미혼모들이 학업을 지속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한편, 가족들이 아기 양육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엔 미혼모 혼자 양육을 감당해야 하는데 실제로 이러한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또, 많은 미혼모들이 자녀양육 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주거가 마땅치 않음을 꼽을 정도로 살 곳의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미혼모 지원정책 및 서비스의 개발’은 십대 양육미혼모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늘푸른여성지원센터는 “우리사회에서 청소년미혼모와 관련해서는 주로 예방위주의 정책과 입양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으며, 자녀를 양육하는 청소년 미혼모를 위한 특화된 사회적 지원체계는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사회 변화에 발 맞춰 청소년 양육미혼모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과 제도가 시급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일다] 윤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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