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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성 충전

근친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08. 10. 24. 20:00
근친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마리 프랑스 보트의 <가장 특별한 말>

[여성주의 저널 일다] 정희선

이자벨은 프랑스에서 태어난 스물세 살 여성이다. 그는 프랑스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피난민 수용소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한다. 수용소의 아이들은 가족과 함께 베트남을 탈출해서 중국 해를 건너던 중 해적을 만나 가족을 잃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홀로 자신들을 받아줄 나라로 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눈앞에서 가족들이 해적에게 살해되거나 폭행당하는 것을 본 아이들은, 그 기억을 마음속 깊이 비밀로 간직한다. 가족이 없기 때문에 이름만 기억할 뿐 성을 잃은 아이들에게, 이자벨은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그녀는 자발적으로 아버지가 준 성을 버렸다.

아버지의 성폭력으로부터 벗어나

<가장 특별한 말>(웅진주니어)은 아버지에게 열한 살부터 수년간 성폭력을 당했지만 다른 가족과 주위 친구들의 도움으로 삶을 재구성한 프랑스 여성 이자벨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버지에게 협박과 폭력을 당하며 침묵과 고통 속에서 살아오는 동안 이자벨의 몸과 마음은 병들어간다.

열다섯 살이 된 해 어느 날 이자벨의 오빠가 자기도 아버지의 행동을 알고 있었음을 고백하면서, 어머니에게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자고 제안한다. 남매의 쪽지로 참혹한 상황을 알게 된 어머니는 즉시 이자벨과 오빠를 데리고 나와 이모 집으로 떠난다. 엄마의 친척들의 도움으로 아버지를 고소하고 공부를 시작하면서, 이자벨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영국 고등학교에 2년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이자벨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영국으로 건너간다. 그곳에서 킴이라는 베트남 출신 룸메이트에게 베트남 난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서 그들에게 가고 싶다는 소망을 품는다.

이자벨은 아버지가 준 성을 버림으로써, 가족이지만 어린 시절을 파괴한 가해자와 같은 공동체로서 살아갈 수 없음을 선언했다. 그리고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폭력으로 인해 가족이 폭행당하고 죽임을 당한 베트남 난민 아이들과 가슴 아픈 동질감을 느낀다.

가치관까지 파괴하는 근친성폭력

저자인 마리 프랑스 보트는 벨기에 태생으로, 태국에서 아동 성매매 현장을 목격한 경험을 토대로 <어느 어린이의 희생>이라는 작품을 발표했으며, 어린이인권보호협회를 설립하여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 성폭력 예방을 위한 책 <이럴 땐 싫다고 말해요>가 국내에 번역돼 출간됐다.

근친성폭력에 대해 다루고 있는 <가장 특별한 말>은 두 개의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앞부분은 이자벨이 성폭력의 고통보다는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과 이후의 삶을 독백처럼 그리고 있다. 이자벨의 이야기 이후에 수록된 것은 저자와 삽화가, 그리고 소녀들의 좌담회 내용이다. 이들은 가까운 사람에게 당하는 성폭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좌담에 참여한 심리학자 크리스틴은 근친성폭력이 아이들의 가치관까지 파괴한다는 것을 우려한다. “우려되는 것은 아이들이 그것을 정상으로 보기도 한다는 겁니다. 선생님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믿으며, 아빠의 행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내 아빠가 한다. 그러므로 모든 아빠가 그런 행동을 할 거라는 거죠”

성인이 되어 간혹 친구들과 어릴 적 얘기를 나누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가족으로부터 성적으로 애매한 느낌을 받은 경험이 있거나 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 어린 시절은 가족뿐 아니라 이웃, 학교, 등하교 길에서 무방비하게 성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근친성폭력이 비참한 이유는 육체적 손상보다도, 자신이 삶을 의존해야 되는 대상으로부터 학대를 당하기 때문에 참거나 자포자기하거나 억지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점이다.

이자벨의 경우를 보면, 근친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기억에서 벗어나 삶을 재구성할 수 있는 힘은 근친성폭력에 대한 주위의 태도와 단호한 조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을 알자마자 이혼을 결심하며 아이들을 남편에게서 떼어놓는 엄마, 협박과 폭력에도 불구하고 탈출을 설득하는 오빠, 이자벨의 얘기에 귀 기울여주고 적절한 도움을 주는 친척들이 있었기에 이자벨은 다음 삶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근친성폭력이 영혼을 파괴하는 범죄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피해자가 안전하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마련하는 일이 절실하다. 이런 현실에서 이 책은 근친성폭력의 피해자와 그를 도와줄 모두에게 지침서가 될 것이다. ⓒ www.ildaro.com

[관련기사] 순간의 성폭력, 일생을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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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하루 작가의 <어느 어린이의 희생>이라는 작품도 기회가 된다면 꼭 보고 싶군요. 2008.10.24 20:52
  • 프로필사진 비밀댓글입니다 2008.10.25 13:47
  • 프로필사진 가슴 아프네요.. 왜 어린이들이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피해의 치유가 간과되어 버린다면, 결국 예방도 불가능해지겠죠.
    2008.10.25 14:12
  • 프로필사진 abroad 근친성범죄.. 심각하고 끔찍한 범죄일수록 드러내어 사회적 해결방법을 모색하고 예방해야 하는 법인데, 성폭력 문제 특히 아동 성폭력, 그중에서도 근친 성폭력은 쉬쉬하고 집안 울타리 안에 갇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끔찍한 경험이 더욱 더 외상이 깊어지고 심해질 수밖에 없겠지요.. 2008.10.2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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