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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성 충전

유쾌한 화가 페이스 링골드(Faith Ringgold)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08. 10. 21. 17:59
유쾌한 화가 페이스 링골드(Faith Ringgold)
 흑인으로서,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살려  

[여성주의 저널 일다] 오김승원

어떤 화가가 노래를 지어 부른다면? 그리고 그 악보를 웹사이트에 올리고 따라 부르도록 한다면? 어쩌다 우연히 그녀의 사이트에 접속했더라면 노래 따윈 신경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를 다룬 다큐멘터리 비디오에서 그녀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한번이라도 보게 된다면 생각은 달라질 것이다. 왠지 그녀를 노래와 떼어놓고 얘기하기란 힘들 것 같은 느낌이다.

1930년에 태어나 뉴욕 시티 칼리지에서 페인팅을 공부한 그녀는 지금까지 30년 이상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으로부터 텍스트를 이용한 추상 페인팅, 퀼트와 천 소재를 이용한 판화 기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표현방식을 거쳐왔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 건 그녀의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무엇보다도 관심을 끄는 시리즈는 1991년도에 제작된 ‘프렌치 콜렉션’ 시리즈다.

여성들이 해바라기 그림으로 퀼트를 제작하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옆에는 조용히 꽃병을 들고 서있는 고흐가 있다. 초라해 보이기 짝이 없다. 또 다른 작업으론, 여성들의 피크닉에 벌거벗은 남자를 앉혀 놓은 마네의 ‘풀밭위의 식사’(Luncheon on the Grass) 패러디가 있다.

The Picnic at Giverny, 1991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총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작품, ‘루브르에서의 댄스’가 있다. 유럽중심, 남성중심, 백인중심의 예술사를 상징하는 루브르 미술관에서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두 딸이 뛰어 놀고 있는 장면이다.

미술사 내부의 흑인 여성의 부재와, 바닥을 널찍이 차지하고 있는 그녀들 사이에 수백 만년의 간극이 존재한다. 근엄해야 할 미술관이 그저 놀이터가 된다는 것, 하지만 루브르 따위가 그들에게 의미 있을 턱이 있는가? 그곳에 그들은 없는데. 이렇듯 그녀의 작업은 즐거운 문제의식으로 충만하다.

Dancing at the Louvre, 1991


또 다른 시리즈로 1967년부터 1969년까지 제작된 ‘블랙 라이트’ 시리즈가 있다.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작품은 ‘어메리칸 스펙트럼’이다. 이 시리즈는 화면 가운데를 가로 세로로 분할하는 기하학적인 형태로 틀을 만들고 그 안에 단순한 형태의 얼굴을 그려 넣음으로써 보다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페인팅에 다가간다.

이어서 텍스트와 형태만으로 이루어진 작업들이 이어지고 그 중에 ‘레드, 화이트. 블랙 니거’가 있다. 니거라는 텍스트를 배경으로 위로부터 3등분하여 적색, 남색, 검정색이 칠해져 있다. 분명히 각각 다른 색들이지만, 이상하게도 하나의 그라데이션을 느끼게 되는 이 그림은 그래서 ‘어메리칸 스펙트럼’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백인이 있고 흑인이 있고 황인이 있다. 혹은 또 다른 색들이.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는 수천만의 그라데이션 단계들이 존재한다는 메시지.

The Black Light Series: The American Spectrum, 1969



1980년대에 이르면 이전의 기하학적인 형태와 텍스트의 사용이 천 소재 작업과 퀼트 작업으로 이어진다. 종종 분할된 사각형안에 이미지와 텍스트가 번갈아 진행되고 이것은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그녀에게 있어 퀼트와 이야기하기는 관람객들과의 소통의 방식으로 그녀가 택한 것이다.

“나는 감히 관람객들이 내 그림을 보고 내 맘속에 무엇이 있는지 바로 알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 나는 그들이 그게 무엇이건 그들만의 방식으로 내 그림을 즐기기를 원한다. 그것이 내가 그림과 함께 글을 쓰는 이유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녀는 말하기의 힘을 알고 있고, 퀼트가 예술이라는 형식을 앞질러 관람객들에게 보다 넓은 소통의 문을 열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거기에는 여성들의 일상이 있고 그 일상을 이어가는 대화가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어. 네가 해야 할 일은 오로지 시도해 보는 것.’ 그녀의 노래 제목이다. 그녀를 주인공으로 다룬 다큐멘터리는 그녀가 노래를 부르면서 끝난다. 그녀는 이야기하고 그림 그리고 노래 부른다. 이 얼마나 멋지고 당당하게 살아있는 일인가!  www.ildaro.com

페이스 링골드 웹사이트(www.faithringgo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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